유기농과 유산균, 알레르기에 괜찮을까?

  • 521호
  • 기사입력 2023.08.10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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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 중에서 가져왔습니다.)


글 :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누구보다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이른둥이로 신생아중환자실 퇴원을 앞둔 아기를 위해 골랐던 분유는 유기농 제품이었다. 조산이 내 탓이라는 죄책감을 좋은 음식으로 대신하려는 마음이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저격한 탓일까. 2020년 미국의 유기농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유기농 식품과 음료 판매가 전년도보다 12.8% 성장한 564억 달러에 달했다.


유기농 식품은 생산 과정 중에 농약이나 화학 비료,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다. 아토피 아이가 아니어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최고로 좋은 것만 주고 싶어 유기농 식품에 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기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인다고 해서 알레르기가 덜 생긴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나 역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였지만 아토피피부염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다른 분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가계 부담으로 힘들기만 했다.


간혹 보호자 중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원인 식품을 유기농으로 먹였을 때는 안전하지 않을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유기농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어 먹여도 피부 발진이나 호흡기 증상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유기농이라도 유제품은 안 된다. 알레르기는 식품 섭취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토피 있는 친구들은 유산균 어떤 거 먹이나요? 프로바이오틱스 먹이고 있는데 아토피가 좋아진 느낌은 별로 없는데요. 

너무 적게 먹여서인지, 더 좋은 걸로 바꿔야 하는지 궁금해요.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유기농처럼 핫한 제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한 분유, 빵, 음료 제품들도 많아졌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살면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균이다. 원래 갓 태어난 신생아의 장은 균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균으로 채워진다. 이 중에서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이 프로바이오틱스이다. 이전부터 어린이의 급성 설사 치료에 사용해왔다. 장내 유익균이 늘면서 유해 세균의 작용을 막아 설사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장 점막 방어벽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이 밝혀졌다. 장 건강이 좋아져야 피부가 건강해진다는 세간의 얘기가 일견 맞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내 유익균은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이다. 장 안에서 당을 분해하여 젖산(유산lactic acid)을 만들기 때문에 유산균이라고도 부른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사한 용어들도 많아졌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식이 섬유를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서 정착하고 작용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갈락토올리고당, 프락토올리고당 등이 해당한다. 신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들어 있는 제품이다. 최근 나온 개념인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을 의미한다.


2010년 국내에서 김치유산균이 각광 받기 시작했다. 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던 시기에 연구했던 분야이다. 유산균의 임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출산한 지 열흘 만에 출근하기까지 했다. 그만큼이나 애착이 가는 분야이다. 이 연구에서 김치로부터 만들어진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 CJLP133을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1~13세 어린이에게 12주 동안 복용시켰다. 그 결과, 섭취하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피부염 증상이 의미 있게 좋아진 것을 확인하였다. 복용군에서 면역 조절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도 함께 높아졌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이 희망의 전도사가 될 수 있을까?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여러 임상 연구가 있었고, 이 중 일부 균들은 아토피피부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먹였더니 이후 아토피피부염이 적게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아토피피부염의 예방과 치료에 모든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중에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없었던 것도 있고, 임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다. 게다가 우유 성분이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도 있기 때문에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또한 신생아나 항암치료,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을 투여 받는 사람이 프로바이오틱스를 잘못 먹으면 패혈증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를 맹신하지 말고 균의 종류와 수를 꼼꼼히 확인하여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 김지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와 엄마를 보며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다 책까지 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했으니 아주 남의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구구절절 이 사람이 얼마나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를 걱정하는지 마음에 와닿는다.

경험과 연구, 치료를 통해 알게된 지식을 이 한권의 책에 담았다. 추측과 감이 아니라 온전한 지식이 들어 있는 이 책을 아토피로 고생하는 독자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