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균_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1)
- 끈적끈적한 세균

  • 547호
  • 기사입력 2024.09.13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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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립보건원서 슈퍼박테리아로 6명 사망"
- <서울파이낸스> 2012년 8월 24일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지난해 슈퍼 박테리아가 퍼져 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 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 국립보건원 중환자실에 43살의 여성 환자가 실려 왔고, 이 환자는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폐렴간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상태였다. 병원 측은 이 환자를 철저하게 격리했지만, 박테리아가 병원 안으로 퍼져 17명이 감염됐다. 의료진은 6개월 동안 슈퍼박테리아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혈관까지 감염된 6명은 결국 사망했다.



ESKAPE의 세 번째 세균은 폐렴간균(또는 폐간균, 폐막대균), 학명은 Klebsiella pneumoniae다. 세포벽을 이루는 펩티도글리칸층이 얇은 그람 음성균이고, 주로 장(腸) 내에서 살아가는 장내세균이다. 세균의 속명 Klebsiella는 에드윈 클레프스(Edwin Klebs)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1882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칼 프리들랜더(Carl Friedländer)가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의 폐에서 처음 분리한 세균으로 1886년 Klebsiella라는 속명이 붙여졌다. 클레프스도 이 세균을 관찰한 적이 있었지만, 질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프리들랜더는 한스 그람(Hans Gram)이 개발한 염색법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발견한 세균이 폐렴과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세균으로 오랫동안 “프리들랜더의 세균(Friedländer’s bacillus)”이라고 불렸다. 참고로 한스 그람이 개발하여 폐렴간균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염색법은, 나중에 그람 염색법(Gram staining)이라고 불리면서 세균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다. 앞의 ‘그람 음성균’이라는 것도 그람 염색법으로 구분한 것이다.


클렙시엘라(Klebsiella) 속에 속하는 세균은 자연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양과 물에 흔하게 존재하고, 초목 등에도 살아간다. 사람을 비롯하여 돼지나 말과 같은 포유류의 점막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세균이기도 하다. 클렙시엘라 속의 세균 중에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물론 K. pneumoniae, 즉 폐렴간균이다. 이 밖에도 클렙시엘라 옥시토카(K. oxytoca)나 클렙시엘라 그라뉼로마티스(K. granulomatis)와 같은 종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최근에는 클렙시엘라 바리콜라(K. variicola), 클렙시엘라 쿠아시뉴모니에(K. quasipneumoniae) 같은 종들도 사람에서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페렴간균은 보통 다당류로 되어 있는 캡슐(capsule, 협막이라고도 한다)이 둘러싸여 있다. 그람 양성균에 속하는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처럼 캡슐은 백혈구의 포식 작용을 억제하고, 살균 혈청인자에 의한 세균 사멸을 막는 등 숙주의 면역 방어 시스템을 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캡슐이야말로 세포막의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와 함께 폐렴간균의 병독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장내세균으로 폐렴간균은 주로 장 내에 존재한다고 했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환경에도 존재하고 사람의 구강인두의 점막에서 질병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채 서식하기도 한다. 그러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것을 기회주의적 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이라고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세균 감염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래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나 당뇨 환자와 같은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에서 지역사회 관련 폐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이기도 하며, 병원내 감염으로 상처 감염, 피부연조직 감염, 혈류 감염, 카테터 관련 감염, 담도관 감염, 복막염, 수막염 등을 일으킨다. 그람 음성균 가운데 대장균(Escherichia coli) 다음으로 혈류 감염을 많이 일으키고,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전체 감염질환 가운데 3% 가량이 이 세균에 의한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한 해에 280만 건 이상의 항생제 내성 감염이 생기고, 연간 3만 5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폐렴간균이라고 하더라도 특히 병독성이 강한 종류가 있다. 약자로 hvKp라고 하는 것으로, Kp는 Klebsiella pneumoniae에서 온 것이고, hv는 hypervirulent, 즉 고병원성이라는 뜻이다(반면 보통의 폐렴간균은 classic K. pneumoniae라고 해서 cKp로 쓴다). 그런데 hv는 hypermucoviscous를 의미하기도 한다. 세균을 배양했을 때 점액성이 매우 강한, 즉 끈적끈적한 콜로니를 볼 수가 있는데, 이 콜로니를 루프로 떠보았을 때 떨어지지 않고 치즈처럼 길게 늘어진다.


▲ 고점액질의 폐렴간균(왼쪽)과 보통의 폐렴간균



이런 현상은 주로 앞에서 얘기했던 폐렴간균을 둘러싸고 있는 캡슐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특정 혈청형의 폐렴간균(주로 K1 또는 K2)이 이런 특징을 갖는 경우가 많다. 캡슐은 대식세포 등으로부터 세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hvKp는 면역세포에 잡아먹히지 않고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수가 있다.


hvKp는 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도 cKp와 다르다. cKp가 일으키는 폐렴은 기관지에 세균이 증식하면서 생기는 데 반해, hvKp는 혈관을 통해 옮겨 다니기 때문에 해당 장기와 혈관 사이를 막아 버린다. 여기에는 끈적거리는 특성이 한몫 하는데, 혈류 공급이 막힌 장기는 괴사해 버린다. 간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생기고, 이를 간 농양(liver abscess)이라고 한다.


이 말고도 hvKp는 세균이 사람으로부터 철분을 빼앗아가는 데 사용하는 분자인 시드로포어(siderophore, 철결합체라고도 한다)의 효율이 cKp보다 100배나 높다. 사람에게 철분이 필요한 것처럼 세균도 대사 작용에 철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희소성이 높은 영양분인 철분을 쟁탈하기 위한 싸움이 몸속에서 늘 벌어진다. 그런데 hvKp이 강한 철분 쟁탈 능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높은 병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병독성 높은 hvKp는 동아시아에서 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1986년에 대만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hvKp에 해당하는 K1 혈청형에 의한 간 농양이 처음 보고되었다. 2012년 우리나라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분변에서 발견되는 폐렴간균에 대한 연구에서는, 분리된 폐렴간균 가운데 약 5퍼센트가 K1 혈청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특히 병독성이 높은 균주가 우리 근처에 존재하고 있으며, 또 몸속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참고문헌>

고관수 《세균과 사람》 (사람의무늬)

고관수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계단)

대한감염학회 《감염학》 (군자출판사)

Rodríguez-Medina N et al. Klebsiella variicola: an emering pathogen in humans. Emerg. Microbes Infect. 2019;8:973-988.

Ko KS. The contribution of capsule polysaccharide genes to virulence of Klebsiella pneumoniae. Virulence 2017;8(5):485-486.

CDC. Antibiotic Resistance Threats in the United States 2019.

Russo TA, Marr CM. Hypervirulent Klebsiella pneumoniae. Clin. Microbiol. Rev. 2019;32:10.1128.

Chung DR. Fecal carriage of serotype K1 Klebsiella pneumoniae ST23 strains closely related to liver abscess isolates in Koreans living in Korea.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us Disease. 2012;31(4):481-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