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세균_엔테로박터 (1)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견된 세균
- 561호
- 기사입력 2025.04.14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96
우주정거장 박테리아 돌연변이…항생제에도 죽지 않았다 - <한겨레> 2024년 4월 29일
인도 마드라스공대와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이 우주정거장에 있는 박테리아를 관찰한 결과, 지구에 있는 동종의 박테리아와 전혀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지구에 없는 구조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했다. (중략) 연구진은 이 가운데 사람의 위장관에서 주로 발견되는 병원성 박테리아 ‘엔테로박터 부간덴시스’(Enterobacter bugandensis)를 대상으로 삼아 분석했다. 이 박테리아는 생후 90일 미만 아기한테서 발견되는 신생아 패혈증의 원인균이기도 하다. |
ESKAPE의 마지막은 엔테로박터(Enterobacter)라는 세균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 세균이 ESKAPE의 일원이라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참 많다. 처음에 이 약자를 접했을 때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마지막의 ‘E’는 Escherichia coli, 즉 대장균이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엔테로박터? 나도 그랬다. 물론 중요한 병원균 중 하나이긴 하지만 앞의 다른 다섯 세균에 비해서 지명도가 너무 떨어졌다. 혹시 이 명단을 정할 때 연구 그룹 중에 이 세균을 연구하는 사람이 강력하게 주장했나? 아니면 이 명단에 관한 논문을 쓴 라이스라는 분이 있는 병원에서 이 세균이 극성을 부렸나, 아니면 이 세균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나, 이런 생각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견을 잘 한 것인지, 아니면 들여다보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엔테로박터라는 세균의 중요성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1)
그런데 애초에 라이스의 ESKAPE 관련 첫 논문에도 이 세균만큼은 종까지 정하지 않고, 그저 Enterobacter sp.라고 하여 이 속에 속하는 여러 종을 포함했다. 어디까지 이 범주에 넣어야 할지가 애매하다. 대체로는 엔테로박터 클로아케 그룹(Enterobacter cloaceae complex, ECC)를 의미한다.2) 하지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많은 연구자와 의사 들이 엔테로박터 속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이 엔테로박터 클로아케 말고도 엔테로박터 아에로제네스(Enterobacter aerogenes)나 엔테로박터 사카자키(Enterobacter sakazakii)라는 종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왜 애매하냐면, 이 두 세균은 임상적으로나 보건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세균이긴 하지만 이제는 엔테로박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균들은 분류학적 지식이 쌓이면서 다른 속으로 옮겨갔다. 엔테로박터 아에로제네스는 2017년에 클렙시엘라(Klebsiella) 속으로 재분류되어 클렙시엘라 아에로제네스(Klebsiella aerogenes)가 되었고,3) 엔테로박터 사카자키는 2007년에 크로노박터 사카자키(Cronobacter sakazakii)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4) 이 밖에도 지금은 판토티아 아글로메란스(Pantotea agglomerans)라는 세균도 과거엔 엔토로박터 속에 속해 있었다. 말하자면 족보가 꽤 어지러운 세균 종류인 셈이다. 세균의 분류가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지금도 새로운 세균을 찾는 것 말고도 세균들이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다른 이들이 인식하는 대로 엔테로박터의 범위를 좀 넓혀서 다루려고 한다.
엔테로박터라는 세균을 설명하자면 매우 단조롭다. 다른 것들과는 구분되는 특별한 특징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내세균으로 그람 음성균이라는 점이나,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 막대 모양, 아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 등은 이 세균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는 필요하지만 다른 세균과 구분하는 데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토양이나, 하수구를 포함하는 물, 대변, 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기회주의적 감염(특히 요로 감염이나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인 뭔가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약간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장균 같은 세균들이 체온을 넘어서는 온도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엔테로박터는 살아가는 온도 범위가 좀 좁아 40℃가 넘어가면 살지 못한다. 다만 밑으로는 20℃ 정도까지는 버틴다.5)
그런데 이 녀석이 다른 장내세균인 클렙시엘라와 유사한 특징이 있다. 바로 배양했을 때 끈적거리는(mucoid) 콜로니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런데 클렙시엘라와는 달리 운동성을 갖는다. 클렙시엘라 아에로제네스가 과거 엔테로박터 속에 넣었던 이유가 바로 이 종이 운동성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장 첫머리에 세균이 우주정거장에서는 지구에서와는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연구를 소개했는데, 우주정거장에서 발견된 세균이 엔테로박터 부간덴시스(Enterobacter bugandensis)였다.6) 이 세균은 현재 엔테로박터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엔테로박터 클로아케 그룹의 한 종류이다. 엔테로박터 클로아케 그룹에는 현재 10개의 종이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 이 중에서 엔테로박터 부간덴시스는 최근에야(2016년) 새로운 종으로 기술된 종이다.7) 처음에는 신생아의 혈액에서 나온, 즉 기사대로 신생아 패혈증을 일으킨 세균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지만 그렇게 흔한 세균은 아니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엔테로박터 클로아케 그룹의 세균에 관해서는 뒤의 ‘나의 연구’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다).
연구자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2년 간의 미생물 추적 임무를 수행한 끝에 13개의 다제내성 엔테로박터 부간덴시스를 분리해냈다. 비교를 위해 지구상에서 분리된 균주들을 포함해서 유전체 분석을 시도했는데, 둘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기능적인 적응과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유전자의 경우 전혀 다른 유전자 변이 궤적을 보인 것이다. 연구자들은 매우 적은 중력과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태양으로부터의 복사량의 증가 등이 이러한 세균의 유전체 진화가 다른 경로로 일어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고, 이는 우주 비행사의 건강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 지구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한 엔테로박터 부가덴시스 균주의 비교
(Sengupta P et al., 2024)
궁금한 것은 이 세균이 어떻게 국제우주정거장에 살게 된 것인지(분명 지구에서 유래한 것일 텐데), 이 세균의 병원성은 우주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그리고 이런 예를 본다면 앞으로 우주를, 혹은 우주로 쏘아 올린 발사체를 지구의 미생물이 잔뜩 오염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과 같은 것인데, 사실 궁금한 것보다는 우려스럽다.
그럼 이 엔테로박터라는 세균은 무엇이 문제일까? 역시 항생제 내성이다.
AmpC라는 효소가 있다.8) 베타-락탐 분해효소 중 하나로 대장균에서 페니실린을 공격해서 분해하는 효소로 맨 먼저 알려진 효소가 바로 AmpC다.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처음 환자에게 사용되고 얼마 되지도 않은 1940년의 일이었다. 물론 그때는 이런 이름이 아니었지만. 이 최초의 항생제 내성을 밝힌 논문을 쓴 이들은 에드워드 에이브러햄(Edward Abraham)과 언스트 체인(Ernst Chain)이었는데, 이들은 페니실린을 약으로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의 일원이었고, 특히 체인은 알렉산더 플레밍, 하워드 플로리(Howard Florey)와 함께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9)
엔테로박터는 AmpC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원래부터 암피실린(ampicillin)이란 항생제에 내성이고 1세대, 2세대 세팔로스포린(cephalosorin) 계열의 항생제에도 모두 내성이다. 거기에 최근에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도 내성이 증가하고 있다. 세팔로스포린이라는 항생제는 임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항생제인데 세균에 대한 동정이 이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세팔로스포린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큰 병원이 아닌 경우에는 감염 세균을 확인하지 않고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엔테로박터라는 세균에 감염되었다면 치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플루오로퀴놀론이나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에 대해서는 거의 감수성을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동정만 하고, 제대로 항생제를 쓴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뒤에 얘기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앞서 폐렴간균에서 다룬) KPC와 같은 카바페넴 분해효소를 만들어내는 엔테로박터가 나오기 시작했다.10) 항생제 내성은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참고문헌>
1) Davin-Regli A, Pagès JM. Enterobacter aegogenes and Enterobacter cloacae; versatile bacterial pathogens confronting antibiotic treatment. Front. Microbiol. 2015;6:392.
2) Mezzatesta ML. Enterobacter cloacae Complex: clinical impact and emerging antibiotic resistance. Fut. Microbiol. 2012;7(7):887-902.
3) Tindall BJ et al. Enterobacter aerogenes Hormaeche and Edwards 1960 (Approved Lists 1980) and Klebsiella mobilis Bascomb et al. 1971 (Approved Lists 1980) share the same nomenclatural type (ATCC 13048) on the 4 Approved Lists and are homotypic synonyms, with consequences for the name Klebsiella mobilis Bascomb et al. 1971 (Approved Lists 1980.). Int. J. Syst. Evol. Microbiol. 2017;67:502–504.
4) Iversen C et al. The taxonomy of Enterobacter sakazakii: proposal of a new genus Cronobacter gen. nov. and descriptions of Cronobacter sakazakii comb. nov. Cronobacter sakazakii subsp. sakazakii, comb. nov., Cronobacter sakazakii subsp. malonaticus subsp. nov., Cronobacter turicensis sp. nov., Cronobacter muytjensii sp. nov., Cronobacter dublinensis sp. nov. and Cronobacter genomospecies 1. BMC Evol. Biol. 2007;7:64.
5) Sanders Jr WE, Sanders CC. Enterobacter spp.: pathogens poised to flourish at the turn of the century. Clin. Microbiol. Rev. 1997;10(2):220-241.
6) Sengupta P. et al. Genomic, functional, and metabolic enhancements in multidrug-resistant Enterobacter bugandensis facilitating its persistence and succession in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Microbiome 2024;;12(1):62.
7) Doijad S et al. Enterobacter bugandensis sp. nov., isolated from neonatal blood. Int. J. Syst. Evol. Microbiol. 2016;66:968–974.
8) Jacoby GA. AmpC β-lactamases.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 2009;22(1):161-182.
9) 고관수.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계단)
10) Jeong SH et al. Prevalence and molecular characteristics of carbapanemase-producing Enterobacteriaceaea from five hospitals in Korea. Ann. Lab. Med. 2016;36:52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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