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남북관계, 보건의료 분야도 대비책이 필요해

  • 405호
  • 기사입력 2018.10.08
  • 취재 교수칼럼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양광모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쇄하겠다는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비핵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언론 평이 많았다. 이 외에도 이산가족 문제 및 경제의 균형적 발전 등도 주요 합의 사항이었다.


4월 판문점 선언부터 9월의 평양공동 선언까지 일련의 분위기를 보면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통일까지는 무리라고 하더라도, 관계가 나아져서 왕래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언젠가는 북한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더 나아가 유럽까지도 차나 철도를 통해 여행하는 날도 오리라 상상해본다.


하지만 막연하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밀리언셀러 소설 ‘세계 대전 Z(영화 월드워 Z의 원작이다)’를 보면 전 세계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에도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유지됐던 곳이 북한이었다. 그만큼 폐쇄적일뿐 아니라 감염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독재 권력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전 인민의 치아를 뽑았다고 했다. 물론 작가 맥스 브룩스의 상상에 의한 묘사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실제 북한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재 로동신문을 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개발을 위해 남한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측면에서 본다면 개방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월남한 주민과 병사들의 건강상태들을 보면 그리 양호하지 않았다.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폐결핵이나 기생충 등 우리가 전쟁 직후에 가지고 있었던 질병들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으며 영양상태도 매우 나쁘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감염 대비를 철저히 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 대한 지원도 준비해야 한다. 소설 ‘세계 대전 Z’에서 묘사됐듯 북한은 국제사회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폐쇄 국가다. 달리 말해 감염질환 입장에서는 마지막 남은 처녀지란 뜻이다. 즉, 북한 주민들은 새로운 감염 질환에 절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5년 메르스 상황을 상상해보라. 의료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만약 메르스가 북한에 들어갔다면 어찌 됐을까? 뾰족한 대비책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메르스뿐 아니라 사스, 에볼라 등 감염질환이 전세계 항공편을 통해 단 하루면 지구 반대편에서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북한과 붙어있기 때문에 인수공동 질환이나 곤충 등에 의해서 옮겨지는 질환 등의 문제가 있다.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북부는 지금도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이다. 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모기를 없애는 것인데, 북한과 공동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효과적이지 않다.


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이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항생제 내성균들이 병원 밖 사회에서도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균 입장에서 보자면, 2차 3차 항생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환경에 비해 항생제 사용 자체가 드문 북한은 완벽한 블루 오션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비관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나를 반(反)통일론자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이런 보건의료 인프라를 미리 투자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비용이다. 누가 이 비용을 댈 것인지는 아직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볼 때, 국제사회나 우리가 부담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부분은 정치의 영역이니 예단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보건의료 분야의 대비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