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신약 관절치료제
왜 허가 취소됐나?

  • 423호
  • 기사입력 2019.07.12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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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전문의 양광모 교수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여 연골 조직이 닳아 없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장년층부터 노년까지 대다수 사람들이 걸리는 질환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진통소염제와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인공관절 치환술과 같은 살을 째고 뼈를 깎는 침습적인 치료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인보사’란 혁신신약이 출시 전 이야기다.


정식 명칭인 ‘인보사 케이주’는 코오롱생명과학에서 20년간 개발한 우리나라의 바이오신약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유전자 치료제로 닳아버린 관절의 재생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년 전부터는 식약처로부터 환자에게 직접 투약하는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대형병원을 통해 천여 명 이상에게 3천 건이 넘는 시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금년부터는 미국 임상시험도 한다고 했던 제품이다.


그런데 지난 7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제조 및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기대를 모았던 제품인데, 갑자기 왜 취소가 결정된 것일까?

사태의 발단은 코오롱 측이 미국 임상시험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FDA)에서 약품을 검사하다 보니 두 개로 이뤄진 주사제 중 하나에서 신장 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유전자가 보인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 신장 세포를 주사할 경우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국내 식약처는 부랴부랴 해당 제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고, 코오롱생명과학에 어찌된 일인지 소명하라고 했다. 코오롱 측은 ‘고의성은 없었다’며 ‘세포가 바뀐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식약처는 ‘코오롱이 연구 단계부터 이런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일련의 사건을 보고 있는 내내 입맛이 씁쓸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이 만든 세계적인 혁신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또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블록버스터급 국산 혁신신약이 나올 것’이라며 바이오헬스 분야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그전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입장은 계속됐다.

그러다보니 보건당국도 우리 기업이 ‘바이오신약’을 만든다고 하는 기업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과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 허가를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도 가능한 절차를 축소해 기업의 불편함을 줄이기에만 급급했다. 그 사이에 자신들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란 사실은 잊혀갔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기업 모두가 신약개발이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사실에만 집중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를 비롯한 식약처도 그런 조급증에 본인들이 끝까지 지켜야할 입장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인보사의 경우 약물을 최종적으로 허가 결정하는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두 차례 개최한 것이 그 방증이다.

중앙약심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다. 처음 열린 중앙약심에서는 투약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 통증 개선만 있을 뿐 연골 재생 효과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허가를 거부했었다. 그러나 두 달 뒤 식약처는 새로운 전문가들을 추가해 새로 중앙약심을 열었다. 이 회의에서 인보사는 최종적으로 허가됐다. 결정이 뒤바뀐 연유에 대해 식약처는 ‘처음 중앙약심에서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식약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FDA에서 세포가 바뀐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도 매우 뼈아픈 부분이다. 과거 황우석 사태에는 우리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세계에 밝힘으로써 ‘적어도 한국은 스스로의 잘못을 가릴 수 있는 나라’란 신뢰를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한다. 그 시작은 식약처의 내부 반성이 되어야 한다. 무리하게 허가를 해주기 위한 노력은 시정됨이 마땅하다. 내부 감시체계가 허술했던 부분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 인보사를 투약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시체계와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함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도 연구윤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제약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업종이다. 그렇기에 윤리의식이 매우 중요하며, 구성원 누구나 문제가 발견됐을 때 ‘중단’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통렬한 내부 반성이 있어야, 국민들 더 나아가 세계인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경제 논리만으로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바이오신약 개발에 수십조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만 보는 것은 이제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