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 435호
  • 기사입력 2020.01.13
  • 편집 박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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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 전문의 양광모 교수


다소 도발적인 제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른 편이다. GDP 대비 경상의료비 는 2009년 6.1%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8년 8.1%에 이른다. 미국은 16.9%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며 평균은 8.8%다.


경상의료비란 보건의료서비스를 위해 국민 전체가 1년간 지출한 총액이다. 통계에 잡히는 보건의료서비스만 포함된 것이기에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안 되는 피부, 미용 등 상당수 비급여 항목들까지 추정하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의사의 진료 범위는 의학에 국한되지 않고 웰빙으로 넘어갔다. 꼭 해야 하는 치료뿐 아니라 해도 좋은 행위까지 진료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단일 보험체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다소 의도한 변화이기도 하다. 보험이 되는 의료는 가격을 제한해 ‘원가 이하’로 유지하되 비급여는 완전히 가격 자율화 시킨 덕(?)에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우리만의 독특한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실제 사례로 영양제 또는 수액주사를 비싼 가격에 처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많은 환자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수액을 맞기를 원하고 또 일부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으나 의학적으로는 죽 한 그릇보다 못하다. 입으로 물 한잔만 마실 수 있어도 불필요한 처방인 셈이다. 그러나 수액을 맞았을 때 느끼는 ‘안위감(well-being sense)’를 이유로 많은 의사들이 권하고 있다. 여러분이 의학적 상식만 충분히 알고 있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맞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 미용을 목적으로 맞는 주사들도 마찬가지다. 태반주사는 인체 태반 추출물 또는 가수분해물로 만든 것이고, 마늘주사는 푸르설티아민(frusultiamine), 감초주사는 글리시리진(glycyrrhizin), 신데렐라 주사는 티옥트산(thioctic acid)이 주성분이다.


이들 주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치료 목적으로 허가된 것이지 미용 목적으로 허가해준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체계적인 논문 조사 결과 미용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했다. 일부 실험실 연구에서 항노화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실제 사람이 먹었을 때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부족하기에 비싼 돈 내면서 맞을 필요 없다는 말이다.


의학에 대한 상식도 중요하지만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아니지만 공동체 일원으로써 아는 만큼 ‘우리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준다고 두 번씩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두 번 맞으면 더 예방 효과가 확실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서는 일부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득과 손해를 따져봤을 때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는 맞지 못할 수도 있고 국가 의료비 지출도 늘어난다.


의학 그리고 의료에 대한 정보는 지식을 넓히는 욕구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여러분 호주머니의 돈도 아낄 수 있다. 이런 목적으로 지난 3년간 연재를 해왔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오롯이 필자의 능력 부족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한 해에는 모두가 합리적인 의료 소비가 가능하기를 바라며 연재를 마무리 한다. 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를! 그리고 잊지 말고 합리적인 의료소비를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