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경부마모증

  • 459호
  • 기사입력 2021.01.18
  • 편집 이수경 기자



글 :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최치원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오손도손 둘러 앉아 귤을 까 먹으면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귤을 베어물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신 과즙때문이라기 보다는 귤과즙이 민감한 치아 부분에 직접 닿아 시린 경우가 훨씬 많아 보인다. 혹자는 칫솔질을 하다가 특정 부위에 솔이 잠시 스치기만 하더라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 냉수 자체를 마시지 못하는 분도 계신다.


왜 그럴까?

시린 치아를 유발하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중 다빈도 원인 중의 하나는 치경부마모증이라는 것인데 오늘은 이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치경부(齒頸部)라고 하는 것은 치아(齒)의 목(頸) 부위를 일컫는 말로 잇몸 근처의 치아 부위를 치경부라고 부른다. 이 부위가 어떤 이유로 인하여 깊게 패인 것을 두고 치경부마모증이라고 하는데, 소름끼칠 정도의 예리한 증상을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상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치경부마모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치과의사들은 환자분들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칫솔질 방법이 잘 못 되었다’ , ’지나치게 강한 칫솔모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설명하게 되는데, 환자분들 역시 ‘네! 제가 입 냄새가 심해 하루에도 여러 번 그것도 단단한 칫솔모를 지닌 칫솔을 사용해서 박박 닦아야 개운하고 직성이 풀리거든요’ ,’ 저는 일반 칫솔이 아닌 전동칫솔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닐까요?’라는 대답으로 화답하며 진료가 이루어지기 일쑤이다.


이 역시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과 발표된 자료를 토대로 설명해 드리자면, 치경부마모증은 칫솔로 기인한 원인이라기보다는 교합으로 인해 대부분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져가는 추세이다.


풀어서 얘기해 보자.

우리가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섭취할 때는 반드시 위아랫니가 부딪혀야 씹히게 되는데, 이를 교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교합이라는 것이 캐스터네츠 운동처럼 직각 방향의 상하 운동만으로는 절대 음식물을 잘게 부술 수가 없고, 위아래 치아로 수십번을 옆으로 갈아 주어야만 섭취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인의 식단을 구성하는 음식물 대부분이 야채류(김치, 깍두기, 콩자반 등)와 질긴 반찬(멸치볶음 등), 질긴 간식거리와 안주(쫀드기, 마른오징어, 대구포, 아구포 등)가 대부분이라 상하 교합 운동보다는 측방운동이라하여 갈아먹는(Grinding) 교합을 많이 활용하는 한국인들에게 치경부마모증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 발생하는 뒤틀리는 응력(빨래 틀어 짤 때마냥 뒤틀리는 힘)을 고스란히 치아가 흡수하게 되고, 그 힘(Stress)의 대부분은 오롯이 치아의 중심부 회전축인 치경부쪽에 집중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교합 시 발생한 왜곡된 힘(Stress)에 장기적으로 노출이 된 치경부의 치질(齒質)에는 미세한 균열(microcracks)이 생기면서 결국 조그마한 힘이나 마찰(칫솔질 등)에도 힘없이 닳아 치경부마모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치경부마모증은 치아의 외층부(Enamel, 법랑질)가 닳아 내층부(Dentin, 상아질)가 노출이 되게 되는 것인데, 이 상아질 표면에는 수없이 많은 가느다란 신경줄기의 말단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이 과민하게 반응을 하는 통증이라 이를 겪어보지 못한 분은 상상하기도 힘들 수 있다.


치경부마모증의 치료로는 닳아진 치경부를 레진(Resin)으로 충전하여 미세신경을 덮어주는 치료를 가장 추천하지만, 간혹 조금 시간을 기다려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1~2개월 기다려보자고 제안하는 이유로는, 신기하게도 인체의 방어기전이 발동하여 치아 신경 부위에 ‘이차상아질’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내어 시린 증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차상아질’이 생기는 기간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라, 레진치료를 받지 않고 그 세월을 견디기란 여간 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치경부마모증의 또 다른 이유로는 이갈이, 이악물기, 부정교합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왜곡된 힘을 치경부에 전달하는 원인성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 만큼 치경부마모증은 교합력을 잘 분산할 수 있는 복합치료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