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보다가' - 위장결혼하면 무슨 죄로 처벌을 받을까?

'그저 바라보다가' - 위장결혼하면 무슨 죄로 처벌을 받을까?

  • 179호
  • 기사입력 2009.05.28
  • 취재 황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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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ㅣ 이경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법무전담교수 ·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

사람들은 누구나 예쁜 여자 연예인을 좋아한다. 일부는 그 정도가 지나쳐 스토커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저런 사람과 한 번 살아봤으면……”하는 실현되기 어려운 희망을 품어본다. 일반인들과 결혼하는 여자 연예인은 거의 없으며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재력가나 집안이 좋은 사람들과 결혼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이하에서는 ‘그바보’라 함)’에서는 일반인과 여배우의 결혼이라는 실현불가능한 일이 생긴다. 인기여배우인 한지수는 자신과 연인관계에 있는 김강모와 그 아버지의 정치적 성공을 위하여 마음에도 없는 우체국 직원인 구동백과 결혼발표를 하고 실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드라마에서 아직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결혼식을 올린 후 혼인신고를 한다면 법적인 의미의 부부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즉 민법 제812조에 의하면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과 성년자인 증인 2인이 연서한 서면을 통하여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비로소 성립한다. 따라서 결혼식만을 치룬 것으로 법률적인 혼인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많은 연예인들이 결혼하고 이혼을 하지만 실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면서 혼인과 이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틀린 표현이 된다.

이처럼 남녀간에 혼인이 이뤄지면 부부간 동거 및 부양의무와 같은 일반적 의무 외 부부간의 가사대리권,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의 공유추정 및 성년의제와 같은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구동백과 한지수 같이 진정으로 부부가 될 의사는 없으면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는 이른바 ‘위장결혼’의 경우에도 이러한 효력이 발생할까?

민법 제815조에서는 혼인의 무효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제1호에 해당하는 것이 ‘당사자 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이다. 즉 남녀가 진실로 혼인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혼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민법은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구동백과 한지수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발표를 하고 결혼식을 치르고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남남에 불과한 것이다. 일반인은 구동백과 한지수가 형식적으로 결혼한다는 의사는 있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위 규정에서 말하는 ‘혼인의 합의’란 형식적으로 부부관계를 형성한다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부부가 될 의사-상대방에 대한 협조의무, 부양의무, 성적 성실의무 등을 부담할 의사-를 말하며 이러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비로소 신고와 동시에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법률은 이러한 위장결혼을 이유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가 해당 죄명이다. 형법 제228, 229조에 의하면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실기재된 공정증서원본등을 행사한 자도 동일한 형에 처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증서원본이란 공증인법에 의한 공증인이 법률행위 기타 사권(私權)에 관한 사실에 대하여 작성하는 증서라는 의미도 있으나 널리 공무원이 그 권한 내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혼인신고가 구청과 같은 행정기관에 수리되면 호적부에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는데 이러한 호적부는 건물이나 토지에 대한 등기부와 함께 대표적인 공정증서에 해당한다. 즉 구동백과 한지수는 혼인을 통해 이루려는 다른 목적이 있고 이를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혼인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물론 허위의 신고를 통하여 호적부에 허위사실이 기재되게 하였으므로 공정증서원본등불실기재 및 동행사죄의 공동정범이 된다.

대법원은 한국인인 여자가 미국이주를 목적으로 미국인 남자와 형식적으로 혼인하기로 한 후 혼인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호적부에 혼인사실이 기재되게 하였다면 당사자간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 육체적 결함을 생기게 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로 민법 제815호제1호의 혼인무효사유인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허위사실을 신고한 자는 위 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남남인 남녀가 만나 서로 부부가 되려면 진정으로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법률과 판례로 명확히 한 것이다. 이혼의 경우는 어떨까? 즉 부부가 실질적으로는 이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다른 목적을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이혼할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경우에도 혼인과 동일하게 이혼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할까? 대법원은 상대방의 속임수에 의해 일방이 이혼의 의사표시를 하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여 이혼의사의 합치를 이유로 이혼신고를 하였다면 위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가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이므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혼인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한다. 진정한 짝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그 짝과 평생을 해로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연수원 시절 교수님께서 미혼인 내게 해 주신 말로 끝을 맺을까 한다. “배필이 될 사람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고르고, 한 번 골랐으면 두 눈을 감아라”.




편집 ㅣ 성균웹진 황경주 기자 (icarus7@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