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 진정한 한국형 법정 드라마를 기대하며

  • 184호
  • 기사입력 200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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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ㅣ 이경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법무전담교수 ·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

새로운 법정드라마가 한 편 선을 보인다고 한다. 이름하여 \\'파트너\\'.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제목에 법무법인의 구성원변호사를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도 많은 법정드라마들이 있었다. \\'애드버킷\\', \\'변호사들\\', \\'신의 저울\\' \\'연애결혼\\' 등. 그러나 한국형 법정 드라마들은 일부 매니아층의 환호를 받았으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에 반하여 미국드라마 가운데 변호사의 생활이나 소송을 다룬 드라마들은 많으며, 그 인기도 상당하다. 이처럼 한국 법정드라마와 미국 법정드라마의 인기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법률제도나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은 변호사의 수가 많고 소송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법률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재가 다양하다. 또한 실제 소송을 해 본 사람들이 많아 법정 드라마를 볼 때 자신의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감정이입이 쉽다. 다음으로 배심재판제도로 인하여 법정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치열한 다툼이 발생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기에도 좋다. 그에 반하여 한국은 소송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처럼 많지 않고, 서면중심의 소송 진행 구조로 인하여 드라마적인 요소가 적다는 점이 인기있는 법정 드라마가 제작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더하여 극본의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유명작가가 보조작가 1-2명을 두고 16부작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것이 일상적이다 보니 법조의 세세한 사정을 건드린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법조인들이 쓰는 용어, 일상적 대화 등을 보여주지 못함으로 인하여 극적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겉으로만 법정 드라마로 내세웠을 뿐 남녀간의 사랑얘기나 코미디적인 부분에 치중하여 진정한 의미의 법정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하나만 더 지적하자면 평범한 변호사나 판사 혹은 검사를 설정하여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보다는 사법시험에 수석을 한 천재검사, 극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눈물겹도록 힘들게 공부한 변호사, 승률 100%인 변호사 등과 같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 설정과 함께 검사가 홀스터를 차고 다니고, 깡패들을 잡으러 다니며 변호사는 연애하느라 바쁘고, 판사는 존재하지도 않는 법봉을 열심히 두드리는 것과 같이 너무 시청자들의 전형적 사고에 편승한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다.

매달 3-4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3개월 이상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승진을 위한 인사고과에 나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건수를 줄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다. 이에 반하여 특수부 검사들은 정보수집을 통해 대형비리나 공무원들의 범법행위를 몰래 조사하여 어떻게 구속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다음 인사 때는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은 변호사의 승률에 관심이 많다. 실제 어느 사이트에서는 변호사의 승률을 알려 주는 것을 서비스로 삼은 경우도 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승률을 따지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송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상담이나 선임단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이나 증거만을 내놓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소송에서 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진정으로 100% 승률을 가지고 싶다면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만 수임하면 된다. 또한 명백하게 이길 것으로 생각되는 사건만 수임한다면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승률이 높은 변호사가 유능한 변호사일거라는 일반인의 믿음은 그리 타당성이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사회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각각의 소송에 모두 다 사연이 있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부부클리닉\\'을 보라. 이혼을 주제로 매회 다양한 삶의 군상을 보여주어 높은 시청률을 올리지 않았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제대로 된 법정드라마는 현재까지 \\'부부클리닉\\'이 유일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혼사건은 전체 소송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변호사에게 느껴지는 중요도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훌륭한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것으로 보아 사건 중심의 법정 드라마를 제대로 만든다면 내용적으로는 물론 시청률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일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의, 수박겉핥기 식의 내용이 아니라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형태의 인물이나 설정, 대화가 아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현직 변호사로서 볼 때마다 식상한 법정 드라마는 그만 보고 싶기 때문이다.




편집 ㅣ 성균웹진 황경주 기자 (icarus7@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