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은 우리나라의 법이다?

  • 195호
  • 기사입력 2010.01.31
  • 취재 조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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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재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는 주변의 다양한 사건과 관련하여 국제법이란 용어를 접하곤 합니다. 미국이 알카에다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을 언급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 운송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나포하는 과정에서도 ‘국제법’이 인용되고 있으며, 독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국제법’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 국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하여서도 국제인권규약과 같은 ‘국제법’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국제법이란 무엇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요. 국제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국제법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서 국제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제목에서 ‘국제법이 우리나라의 법’이라니, 가당키나 한가라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국제법은 우리나라 법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려고 합니다. 법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일례로 사인간의 관계에 적용되는 사법(私法, private law)과 국가 공권력의 작용에 관계되는 공법(公法, public law)으로 구분하는 분류가 있습니다. 사법은 다시 사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민사적 사안을 다루는 민법과 기업이나 상행위에 관한 상사적 사안을 다루는 상법 등으로 구분됩니다. 공법은 국가의 기본조직 등을 담고 있는 헌법과 국가 공권력의 행사와 관련되는 구체적 사안을 다루는 행정법 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법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그렇다면 국제법은 어떤 기준에서 구분되는 법질서일까요?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민법이나 상법, 헌법이나 행정법 등을 ‘국내법’이라 부른다면, 이에 대응하여 이름부친 용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법은 일국 내의 국민간이나 국가 공기관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법적 사안에 적용되는 한 나라의 법일 뿐입니다. 이에 반하여 국제법이란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 적용되는 법으로서,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법을 말합니다. 국가와 국가간에는 국경선이 있는데, 그렇다면 국경선에서 적용되는 법이 국제법이란 말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옳은 표현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국제법이란 용어는 원래 'Law of Nations', 즉 ‘제민족간의 법’이란 용어가 J.Bentham이 'International Law'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국제법(國際法)’이라고 통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제법을 풀어서 설명해 보니, ‘국가 사이의 법’ 즉 ‘국가간의 법’이 된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국제법은 국경선에서 또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국가의 행동을 규율하고, 국제사회의 바람직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통의 질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법은 국가가 지켜야 하는 법이고,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지켜야 하고, 또 지켜내야 하는 법이 국제법이라는 의미에서 국제법은 우리나라의 법이라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라나라 헌법 제6조를 보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국제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 규정의 의미는 국제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즉 국제법은 우리나라 국내에 적용되는 법으로서, 우리나라 법의 일부를 구성하게 됨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가 국제법인 국제조약을 체결하게 되면, 해당 조약을 지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한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2003년 10월 전라북도 도의회는 전북도내 초·중·고교에 대하여 학교급식에서 전북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전북산 제품을 쓰는 학교 등에는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이 조례에 대해 교육감은 WTO협정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도의회는 같은해 12월 원안대로 재의결해 조례는 일단 확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교육감은 조례를 무효화해 달라며 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사안의 판결에서 대법원은 WTO협정은 국회의 비준을 받은 국제조약으로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전제하고, WTO협정상 수입상품은 국내의 동종상품(like product)과 경쟁할 때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내산을 우대하는 전라북도의 조례는 WTO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일반적인 법이론에 따라 조례는 법령에 위배될 수 없기 때문에, 전북도의 조례는 법률에 해당되는 국제조약에 반하므로 전북도의 조례를 무효화하여야 한다고 결정 한 것입니다.

이상에서 본 것과 같이 국제법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특정 행위를 수행할 때에만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적용되고 지켜질 것이 요구되는 우리나라의 법이 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언급하자면 국제법을 따르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부인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부로서 함께 하겠다는 의사의 표시인 것입니다.

 


편집 ㅣ 성균웹진 조재헌 기자 (jjh954@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