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의견에 대한 단상

  • 205호
  • 기사입력 2010.06.27
  • 취재 조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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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정부 수립이후 공직사회의 청렴을 강조하면서 끊임없이 부정부패와의 결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그 와중에 발각된 검찰의“스폰서 검사”사건은 비록 주된 사건이 4-5년 전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도 남을 일이다. 수사의 주제자로서 최고의 사정 기관임을 자타가 공인하던 검찰 본연의 직분을 망각한 범죄로서 입이 백 개라도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공수처’라 한다.) 설립 안은 입법, 사법, 행정으로부터 독립하여 대통령 측근, 행정각부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한 뇌물 사건을 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하자는 움직임이다. 그 동안 검찰이 검사 본인을 포함하여 이러한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다하지 못하여 왔다는 반성적 고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수립이후 60여년간 부정부패척결에 대한 검찰의 공과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검찰로부터 이들에 대한 수사권을 빼앗아 공수처에 넘겨주자는 법 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설령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기존의 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폐단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도 반하며 사회적 기회비용의 증가를 가져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자원으로 투입되어야 할 민간자본이 부정한 공직자에게 흡수되어 재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그 과정에서 줄을 서지 않는 선량한 기업가는 도태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패의 고리는 점차 교활해지고 암장되어 있어서 이를 인지하여 처벌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나라예산이 투입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스폰서 문화는 오로지 검찰사회 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 전반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이러한 못된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서 그 동안 많은 논의를 해 왔고, 공수처 설치 또한 그러한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수처에 대한 설립 논의는 오늘 내일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시절이나 거슬러 올라가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충분히 거론되었고, 최근에는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도 논의되었으나 결국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고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 고 있다.

공수처는, 일단 설립이 되면 설립의 순수한 취지와는 달리 국민적 통제를 벗어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우려가 있고, 운영과정에서의 검찰․경찰 등 기존의 수사기관과의 경쟁이나 많은 시행착오를 가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특히, 특별한 수사경험이 부족하고, 회계(Forensic Acounting)나 컴퓨터 포렌식(Digital Forensics)을 할 만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지 못한 기구로서 태생적 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검찰기관 등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과 독립된 기구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자칫 특정권력에 의하여 기구 자체가 악용이라도 된다면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통제를 넘어 여론을 조작하고 국론을 분열케 하는 장본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염려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상설특검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설특검 제도 또한,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카드로 자주 발동되고 가시 적 성과 창출을 위해 정치인의 사소한 부분도 불법뇌물공여죄로 의율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1994년 Smaltz 특검은 Espy농무장관을 슈퍼볼 무료 입장권 수수, 고급승용차 시승권 수수 등 혐의를 뇌물수수로 기소하면서, 청탁에 대한 대가 요건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여 빈축을 사기도 하였고, 결과적으 로 기소한 모든 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미국은, 레이건, 클린턴 대통령 당시 7번, 부시 대통령 당시 4번의 특별검사 제도가 발동되었으나, 그 폐해가 심각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양당 간의 합의에 의해 특검법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검찰제도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분리하고, 장관은 검사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할 뿐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 록 규정하여, 사실상 검찰총장이 미국의 특별검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 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이 사직함으로써 직을 걸고 수사에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리나라 검찰은 건국 이래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아들, 장관, 정치인 등 수많은 권력자들을 구속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대로의 검찰로 충분한가. 답변은‘아니 옵니다’이다. 21세기 재판은 민주적 통제가 강조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처분과 불기소처분의 당부에 대 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게 하는 것, 그것이 검찰권의 소극적, 적극적 행사 모두에 대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안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미국의 起訴陪審 제도나 일본의 檢察審査會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지난 60년간 축적된 검찰의 부패 수사 경험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선량한 국민들을 범죄로부터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0년간 검찰이 담당했던 부패 수사의 공과와 이들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 진정으로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편집 ㅣ 성균웹진 조재헌 기자 (jjh954@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