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고 있는 포르노의 단속이 절실하다.

  • 209호
  • 기사입력 2010.08.03
  • 취재 조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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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국회의원이 회식자리에서 한 발언이 일파만파 확대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선생이 여 학생 제자를, 장교가 부대원의 중학생 딸을 추행하고, 아동을 상대로 한 성적 학대, 특히 정신지체 소녀를 상대로 한 한마을 주민 들의 성적 폭행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서 우리사회의 도덕적 실추는 우리를 아연 실색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회가 온통 sexual harassment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법무부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어온 간통죄를 폐지하고 낙태죄를 완화하는 취지의 형법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강간 죄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 특별형법으로 가중처벌하고, 행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강간죄의 대상을‘사람’으로 고쳐 여자 만이 아닌 남자도 포함함으로써 처벌범위를 확대하고, 약물을 통한 화학적 거세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간통죄를 폐지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은 누구에게도 불행하다는 이유에서 낙 태죄의 처벌을 완화하겠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 대하여 사후적인 가중처벌만으로는 2% 부족해 보인다. 간통죄를 폐지한다고 하여 안하던 간통을 하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후 중형을 가한다는 정책만으로 성폭력 사범이 줄어 들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해 보인다.

한 때는 술자리에서 점잖은 사람의 저속한 성적 표현도 분위기를 살린다는 이유로 용서가 되고, 이에 가세하지 않으면 분위기를 깨 는 사람으로 질타를 받던 시절도 있었다. 속칭‘빨강잡지’로 불리던 음란소설 등을 용케 구하기라도 하면 자랑스럽게 또래의 친구 들에게 돌려가면서 부모님 몰래 읽기도 하였다. 필자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압수된 음란비디오에 대하여‘음란성’여부를 갖 추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검사실마다 돌려 보기도 하고, 판사 또한 기록에 증거물이 첨부되어 있지 않으면 직접 보지 않고는 무죄를 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기도 하였다.

‘포르노’는 사람에게 성적인 자극이나 흥분, 만족을 주는 매체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비디오, 소설, 그림, 만화, CD, 컴퓨터 파일 등 저장매체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하나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적 성장발육을 막고 성범죄나 비행을 유발하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법률적?사회적으로 퇴치하여야 할 범죄에 해당하므로 널리 단속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종종 대학교수가 쓴 소설을 음란성을 이유로 기소 하기도 하고 개봉영화를 문제 삼아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형법상 음란의 개념을 매우 좁게 해석하여, 단순히 성적인 흥미나 저속,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하 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한 것으로서, 과도하고도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하는 등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한다고 볼 정도(대판 2008.6.12. 선고 2007도 3815 참조)이어야 한다는 완화된 사고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과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두 가지 이념 간의 갈등으로 설명되어 왔 다.

성적인 자극을 주는‘포로노’가 성적범죄를 유발한다는 가설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험이나 입증은 아직 없는 것 같다 . 크리스트교 사상에서 ‘포르노’에 대한 단속을 엄하게 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강간사건이 많은 반면 포르노 잡지가 범람하는 일 본에서는 오히려 강간사건이 적다는 통계는 역설적이지만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성적 표현을 향유함으로써 현실세계에서 의 성적 욕망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만족감이나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주장마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대다수 반대하 겠지만 ‘포르노’를 통한 대리만족이 성적 충동을 자제케 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이러한‘포르노’에 대한 단속이 매우 엄격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범죄백서에 의하면 7, 80년대 포르 노에 대한 단속이 엄하던 시절, 강간죄 등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사건의 증가율은 매년 5-10% 수준의 완만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 그러나 2000년대 특히 2005년 이후 포르노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매년 10-15% 수준의 급상승 물결을 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전파되고, 범행 수법 또한 날로 흉폭 해지고 있어 더욱 문제되고 있다. 이를 범죄의 학습효과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정도라면 포르노물의 범람이 성범죄의 발생 건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가설은 한국에서 만큼은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2월부터는‘아동 포르노’에 대한 규제를 더욱 엄하게 하고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 만으로 범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제4항).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유발원인인‘포르노’물의 제작, 반포, 유포는 물론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이용한 포르노 물에 대해서는 단순소지 만으로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면서도 반면에 간통죄는 폐지하고, 낙태죄의 처벌을 완화하려한다는 보도내용은 자칫 성 에 대한 상호 모순된 태도로 보이기도 하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이해가 가고 어느 정도 동감이 간다. 그러나 사전적 조치로서 성범죄의 유발원인이 되고 있는 음란물의 제작?반포?유포행위 특히 인터넷 상의‘포르노’의 유포행위에 대한 단 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다지 높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포르노물의 적극적인 단속이야말로 사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중한 처벌보다 예방적인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시급 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딸을 가진 아빠들 마음을 더 이상 애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편집 ㅣ 성균웹진 조재헌 기자 (jjh954@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