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앞에서의 거짓말은 유죄(?)

  • 215호
  • 기사입력 2010.11.30
  • 취재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718
무제 문서

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소송의 목적은 흔히 국가의 형벌권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절차라고 한다. 그러나 형사 절차에서 국가 형벌권의 실현만을 강조하다보면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강조하게 되고,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무리한 수사기법을 사용하게 할 우려마저 있다. 그 동안 수사과정에서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권리침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였던 것은 수사기관의 절대적인 ‘권력’지향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절대화된 ‘정의’를 지향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8년 한해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어 처리되는 건수는 대략 240만건에 이르고, 그 중 반수에 해당하는 120만건이 기소되어 벌금 또는 징역형의 선고를 받았고, 나머지 중 약 36만건( 15%)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35만건(14%)정도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되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고 처벌조건을 모두 갖추었지만 피해자와 합의하였거나 형법 제51조의 정상참작사유를 고려하여 검사가 기소를 보류하는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이에 비해 공소권 없음 처분은 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을 위한 형식적인 요건이 갖추어 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소시효가 경과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거나(반의사불벌죄),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친고죄)로서 피해자가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고소를 취소해 버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더 나가지 않고, 형식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결국 한해 입건되는 형사사건의 총수 중 약 30% 가량은 법원에 정식기소를 하지 않고 중단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은 포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 보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형사소송절차로부터 피의자를 하루빨리 해방시켜주라는 국민의 형사정책적 결단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우리 국민은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는 막대한 소송비용 때문에 가사를 탕진해 가면서도 지방법원 판결에 불만을 갖고 고등법원의 항소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하고 있다. 대법원에 대한 상고율이 민 · 형사 포함하여 69.65%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형사사건 중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도 항고로부터 재정신청에 이르기 까지 3판 중 2승으로 이겨야 끝을 내고 있다. 1심만으로 끝내기는 왠지 서운하고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우리 국민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강한 집착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실무경험에 비추어보면 한마디로 ‘NO’다. 우리 국민은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1차적인 처분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고, 이를 자신의 사건에서 드러내 보인 것일 뿐이다.

흔히 正義라 함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인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말한다. 가해자인 피의자는 피해자를 대신하여 책임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어느 날 졸지에 피해를 당한 피해자에게는 사건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합당한 행위다.

최근 법무부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형사 처벌을 받게 하거나 처벌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검사에게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이러한 正義에 반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司法正義妨害罪’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하는 취지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현행법은 이미 법관 앞에서 선서하고도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 위증죄로 처벌하고 있고, 다른 사람을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의도로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로 처벌하고 있다. 2007년 한해 위증죄로 입건된 숫자만도 3,533명에 이르고 그 중 1,544명이 형사 처벌받았다. 무고죄의 경우에는 4,580명이 입건되어 그 중 2,171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위증죄로 총 138명, 무고죄로 총 133명이 입건되어 10명 내외만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고 하니 형사사법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가 너무 상이하다는 현실에 그쳐, 법관 앞에서 선서를 하고 증언을 하는 민사법정이 거짓말 시합장이 되 버린 것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하물며 선서하지 않은 검사 앞에서 거짓말하는 것은 오죽하겠는가. 검사에게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명백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형사처벌 받게 하기 위하거나 또는 그 사람이 무죄 방면 받도록 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는 자유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 앞에서의 거짓말은, 검사가 이에 속아 그릇된 판단을 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법무부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여론도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운영과정에서 남용이 되면 큰일이다. 사법기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뜻에 반한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것을 불안해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하는 형사사법이 거짓말로 유린당하거나 사건 해결에 중요한 증인이나 참고인을 상대로 한 폭행이나 협박이 자행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위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무고한 피의자를 하루 빨리 형사사건에서 벗어나게 하라는 국민의 엄숙한 명령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운영상 남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하루빨리 입법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설득 책임은 제안자인 법무부에 있다.

 
편집 : 에디터 이수경 (good710@skku.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