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처벌규정을 신설하자

  • 221호
  • 기사입력 2011.02.28
  • 취재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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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번 호에는 성균관대 로스쿨 내에 과학수사학과를 신설하자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과학문명의 획기적인 발전과 범죄수단의 과학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관련 과학분야와의 융합학문인 ‘포렌식’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이를 위한 범정부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청된다.

수사전문대학원과정이 설립 될수만 있다면 무엇보다도 새로운 유형의 범죄수사에 많이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관으로서 형법개정특별위원회는 새로운 사기범죄에 대해 다양한 형태에 상응한 형벌을 부과하고 처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기죄를 유형화하여 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험사기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죄를 형법에 신설하여 그 예비적 형태를 처벌하자는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매년 보험사기로 인한 손실액이 수천억원대를 넘어서고 있고,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험회사에서 혐의를 가지고 조사한 인원만도 2006년 26,700명, 2007년 30,900명, 2008년 41,000명에 달하고, 이들이 수령한 금액만 2006년 1,781억원, 2007년2,045억원 2008년 2,549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교묘한 수법으로 이루어지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검사가 입증함에 있어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보험사기죄의 유형을 새로 신설 하는것이 필요하다.

입법례로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형법이 있다. 사기죄에 대한 보충적 형태로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스스로 상해를 가하거나 보험에 가입한 물건을 파괴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 아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 본인이 서울중앙지방 경찰청 검사로 재직 하던 중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단을 몇 차례 적발한 적이 있다. 3-4명이 공모하여 돌아가면서 자신의 쇄골을 고의로 자해하고 횡단보도 부근에서 서성거리다가 정지신호에 맞추어 차량에 뛰어드는 척 하면서 넘어지는 방식으로 운전자를 상대로 거액의 보험금과 합의금을 뜯어내는 공갈단 사건이다.

쇄골은 가슴 위 목 아래 횡으로 굽어있는 뼈로서 교통사고시 잘 부러지는 성질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자신의 쇄골위에 널판지를 대고 망치로 가격하여 금이가게 만드는 것으로 만약 잘못 되어 뼈가 부서지게 하면 무효가 된다. 탄로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적발된 사례로서는 상해보험에 가입한 다음 필리핀으로 원정을 가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자신의 양다리를 절단하고 돌아온 사건이 있었다. 한국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자칫 현장 조사 등으로 진상이 밝혀질 것 을 두려워한 나머지 필리핀의 외진 곳을 범죄 장소로 정한 것이었을 것이다. 자칫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엄밀한 현지조사가 없었더라면 2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뻔 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현대문명국가에서 보험은 사회공조적인 보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정한 빈도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고전의 생활을 유지케 하는것이 사회의 공동책임이고 보험가입은 필수적인 가계 보전 수단이 되고 있다.

정부도, 범정부 차원에서 보험범죄의 억제를 위한 대책회의와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상시 특별단속반을 가동하고, 각 지방 검찰청 별로 보험범죄 전담검사를 지정 · 운영하고 있으며, 우체국보험, 농·수협, 신협 등 유사보험 관련기관 과도 협력, 수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병·의원 관계자 등 주요보험대상 업체의 경우에는 공모사실이 적발 되면 행정제재를 강화(보험사기 인지시스템개선, 불량병원· 정비업체 등 자동추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자칫 사기의 예비단계에 형법이 개입함으로써 형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빈틈없는 입법기술을 동원하여 보험사기죄에 대한 예비적 형태의 처벌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처벌의 공백을 메우고, 특히 보험금수령이전에 자의적으로 중지한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 규정을 두어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과학수사대학원의 설립을 통해 전문조사관의 자질과 조사기법도 개발해 가야 한다. 장래 전국민을 위한 사회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필요한 전제이며 건전한 보험문화의 정착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편집 : 이수경(good710@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