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검사임용안에 대한 소고

  • 223호
  • 기사입력 2011.03.28
  • 취재 차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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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검사임용안에 대한 소고.



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로스쿨생을 수료후 검사로 직접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발표 안을 두고 우려와 반목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안의 주요골자는 일정한 변호사 경력 없이도 로스쿨 졸업생을 검사로 직접 선발하면서 선발의 방식은 별도의 시험절차 없이 심화실무수습의 결과와 각 로스쿨 원장의 추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에 대해서 로스쿨 졸업 후 바로 검사로 임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주장과 원장의 추천 선발에 대해서 반대하는 주장 등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로스쿨의 취지는 변호사 양성에 있으므로 졸업생을 바로 임용하는 것은 설립취지에 어긋나며, 로스쿨 교육만으로는 검사의 자질과 역량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른바 ‘원장추천제’를 통한 선발은 그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로스쿨 제도의 설립취지와 그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一發勝負라는 시험제도가 갖는 각종의 폐단을 시정하고,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는 학생들을 先 선발(選拔)하여 대학마다 특성화된 後 養成을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로스쿨설립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스템 하에서 배출되는 로스쿨 생은 내신 성적이나 변호사 시험이라는 성적만으로 서열화하지 말자는 데 있다.

최근 검찰의 관심은 형사부 검사의 전문화가 화두이다. 사회가 복잡 다지하고 전문화될수록 법률가인 검사도 사회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 수준을 넘어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가적인 자격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Generlist 보다는 Specialist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때 필자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재직하던 중 우리나라 굴지의 전자 회사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여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다른 회사로 스카웃 되어 간 사람에 의한 고소인 회사의 산업기술을 침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자계통의 핵심기술은 물론이고 전자공학분야에 대해 무지한 검사로서는 약 한 달 동안 고소인 회사로부터 특별강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주로 야간을 이용하여 강의를 해 주었지만 그 때 만약 수사검사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자기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소인을 그토록 괴롭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1심에서 장기간 심리 끝에 무죄를 선고하였고, 2심에서 다시 유죄로 번복되는 등 법관 또한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판결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정분야의 전문화 능력은 법무법인 소속 또는 개인 사업자인 변호사로서 몇 건의 사건을 처리한다고 하여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문적 배경을 바탕에 깔고 관련 사건을 전담하여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많은 시간과 끊임없는 교육, 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특화된 로스쿨 졸업생을 조기에 검사로 선발하여 집중 훈련을 통해 형사부 검사의 전문화를 시도하려는 검찰로서는 애당초 예정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검사도 판사와 같이 법조일원화를 위해 경력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검사라는 신분은 수사의 주재자인 만큼 불의에 맞서 적극적으로 범죄를 수사하는 직업이어서 역동적이고 패기 있는 젊음 자체를 요구하는 직역이다. 이러한검사의 권한은 결재 제도를 통해 경륜이 풍부한 상사의 지도를 받으며, 강제수사(영장 발부), 기소(재판), 불기소(재정신청, 헌법소원) 등 모든 경우에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법관과 기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사개특위에서도 법조일원화는 법관에 한정된 것이었고, 법조일원화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도 검사선발에서 법조경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선발방식 또한 종전 사법연수생을 상대로 한 검사선발 방식과는 달라져야 한다.

사법연수원생 출신 모두는 2년간의 똑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동질의 수료생들이어서 사법연수원 시험성적에 의해 우열을 가려 낼 수가 있다. 반면 전공이 각기 다르고, 특성화내용도 다른 로스쿨 출신을 일정한 시험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품질이 다른 종을 어떤 특정한 성분의 함유량만으로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최근 법무법인의 변호사 선발 요강을 보면 구체적으로 변리사 자격이나 공인회계사 자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거나 이에 동등한 실력을 가진 자를 요구하기도 하고, 대기업 들은 기업의 특성과 사업방향에 맞는 기업법무 능통자 또는 외국어 실력 등을 취업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맞춤형 변호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내신성적 이나 변호사 시험성적의 비중은 그다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원장추천제’에 의한 선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대로 기회의 균등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는 있다. 추천이 곧 ‘임용’이라고 한다면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장의 추천이라고 하여 원장의 독점적 권한은 아니며, 추천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합리적인 절차와 내용을 담아 추천할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된다.

시험성적에 의한 선발이 갖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여 성적을 전적으로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 수립이후 50여 년 동안 고등고시 제도를 통해 고급공무원의 임용에 있어서 객관성을 확보하고, 직업공무원제도의 정착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원장추천제를 백지화하고 성적을 반영하여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성적순으로 한다면 사법시험의 악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로스쿨 수업이 형해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 선다.

내신 성적에 중점을 둔다면 선택과목선정에 있어서 학생들의 눈치작전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화보다는 학점취득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과목에 집중될 것이다. 학사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제어 강의과목에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몰리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질과 특성은 3년간 지도해온 로스쿨 원장이나 지도교수가 제일 잘 평가할 수 있다. 내신이나 변호사 시험성적도 일정분 고려하면서 원장 추천제에 의한 방식이 로스쿨 설립취지에도 적합한 선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로스쿨의 빠른 정착을 위해 법무부는 검사 임용 안을 조속히 확정 지워주기를 바란다. 짧은 3년 동안 필수 법학과목을 이수하여야 하는 로스쿨 생으로서는,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다음에도 진로선택이라는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숨통을 터주는 상쾌한 소식을 하루빨리 기대해 본다.

편집 ㅣ 성균웹진 차환희 기자 (chalim9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