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경간 합의내용과 향후 수사권 조정의 문제

  • 232호
  • 기사입력 2011.07.14
  • 취재 차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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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수사권에 관하여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동 제196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 없이는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가 없는가.

최근 국회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라 한다. 위원장 이주영 의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검경간의 합의를 토대로 형사소송법의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개정 내용은, 경찰이 그 동안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해 온 현실을 반영하여 동법 제196조 제2항에「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마련하여 수사현실을 법으로 뒷받침해 주기로 하였다. 그러면서도‘모든’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함으로써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만 검찰청법 제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법경찰관리의 검사에 대한 명령복종의무 규정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이유로 이를 삭제하는 대신 형사소송법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조 제3항에「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으로 대체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검 경간의 합의는 그 동안 논란이 되어온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명문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의 내용은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것이 아니고 문언 그대로 ‘수사현실’을 명문으로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본적인 수사구조나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위한 지휘체계는 바뀌지 않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경찰의 이러한‘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자칫 경찰의 ‘독자적’인 고유의 권한으로 이해하고, 입건이전의 내사단계에 대해서 까지 검사의 지휘권은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범죄사실에 관한 확인이나 정보수집 등 탐색단계에서는 경찰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 피의자를 소환하거나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처분 등으로 범죄혐의 있음을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 있을 때에는 수사에 착수하였다고 보는 실질설이 학자들의 다수설을 차지하고 있다(신동운, 54면; 이은모, 164면).

대법원 또한 범죄의 인지는 실질적인 개념이므로 형식적으로 입건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하여 수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인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고 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가‘내사’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지는 경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해서도‘수사지휘’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인권보장을 위한 검사의 지휘권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내사단계라도 적정절차를 통한 증거수집만이 추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근거이기도 하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의 정확한 개념정의, 내사와 입건의 합리적인 구별 기준, 검사의 지휘 내용과 범위 등을 신속히 합의해 감으로써 일선 현장에서 검경간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나아가 경찰은, 수사개시에 대한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게 된 만큼 서둘러 내부적인 통제시스템을 구축해 가야 함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내부 개혁에도 노력하여야 한다.

경찰의 구조적인 최대의 약점은 1)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사법경찰관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2)승진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실적경쟁은 마구잡이식 입건이 될 수 있어 국민의 인권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고, 3)지방 분권화가 되어 있지 않아 주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검찰 또한, 경찰의 수사착수 이전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사건보고를 받으려 하거나 종전과 같이 유치장 감찰을 통해 비공식적인 사건 지휘를 하려는 생각은 자제하여야 한다. 나아가 검찰은 본래의 기능인 인권보장기능에 충실하기 위하여, 가급적 직접적인 수사는 자제하고 경찰을 지휘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면 할수록 경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한 견제기능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경찰의 불법 수사를 감싸고도는 ‘상급경찰’로 전락될 수도 있다.

한편,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통제에 대해서는 각국의 역사적 전통과 처한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입법례가 있다.

크게 보아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근간으로 한 사법적 통제를 하여 왔고, 영미법계는 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통한 주민통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차적인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대해 2차적인 수사권자인 검사에 의한 통제와 주민통제를 교묘히 절충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지려 한다면 검사이외의 외부적인 통제장치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서 지방분권화를 전제로 하고,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행정․사법경찰의 분리 등 경찰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변혁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구조는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수사권 조정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지휘체계상 무엇이 문제인지, 새로운 제도변혁을 통해 얻게 되는 순기능은 무엇인지, 폐해는 없는지를 신중히 검토하여야 하고, 일단 바꾸고 보자는 생각은 단견에 불과하다. 그에 따른 불이익은 주권자이고 수혜자인 국민에게 송두리째 돌아가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의 조정은 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경찰의 민주화, 분권화, 사법과 행정경찰의 분리라는 구조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편집 | 차환희 기자 (chalim9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