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이상 음주운전자의 자동차 몰수?

  • 258호
  • 기사입력 2012.08.13
  • 취재 이해오름 기자
  • 조회수 5131

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경찰은 ‘주폭(酒暴)’을 엄단하겠다고 하면서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운전차량을 몰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차량 몰수가 음주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미국의 통계를 보아도 재범률 감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있는 만큼 폐해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1998년 연방법 “Transportation Equity Act for the 21st Century”, 통칭 TEA-21을 통해 각 주로 하여금 상습 음주 운전자에 대하여 차량을 압수/몰수하는 규정을 두도록 권유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을 만큼 강력하게 추진한 바 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일리노이드 주 등 32개 주에서는 2-3회 이상 음주운전하다 적발되면 자동차를 몰수하고 있고, 심지어 뉴욕주, 인디애나 주를 비롯하여 8개 주에서는 초범의 경우에도 자동차를 몰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 형법 제48조도 ‘범행에 제공된 도구’는 몰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의 필수적인 도구인 자동차를 범행의 도구로 보아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 먼저, 몰수는 점유를 강제적으로 빼앗는 행위이므로 불법행위와 비례하여야 하고(비례성의 원칙),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량을 빼앗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다른 수단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보충성의 원칙).

음주운전의 도구라고 하여 자동차를 몰수한다면 철도 기관사나 조종사가 음주 운전하였다고 기차, 배 심지어는 비행기도 몰수할 것인가. 아무래도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 자동차를 빼앗는 것은 과잉제재이거나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차량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필수도구가 되었고,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생활수단을 빼앗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이미 강력한 법적제재를 하고 있다.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삼진아웃제’라고 하여 검찰에서는 운전자를 구속기소하는 등으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고, 행정적으로도 면허가 취소되고 1년간 면허 자체를 취득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면허 취소 중에 자동차를 운전하면 무면허운전으로 재차 형사처벌까지 된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을 받지만 특별히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검사의 기소권이 없어진다. 이러한 특례를 규정한 법률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다. 악법 중 악법이다. 그렇다고 해도 운전자의 과실이 중한 경우나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형사처벌된다.

이러한 중대한 과실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2항에서 신호위반, 중앙선을 침범한 사고, 음주운전 등 11개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처벌하고 있다(동법률 제3조제2항제8호).

자동차를 몰수해야만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 것 같다. 운전하려고 마음먹으면 자동차를 빼앗아도 남의 이름으로 차량을 랜트하여 운전하지 않겠는가. 음주운전자의 차량은 범행의 도구이지만 흉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몰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가치중립적인 도구라도 용도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수 있다면 흉기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자의 자동차를 흉기로 볼 여지는 있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면 흉기폭행으로 보아 「폭력행위처벌에관한법률」에 의해 가중 처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음주운전 중의 차량도 동 법률에서 흉기라고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형법은 고의범을 전제로 하고, 과실범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동 법률이 과실범의 처벌규정을 두지 않는 한 동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흉기라고 한다면 졸음운전자의 차량도 흉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3회 이상 음주운전을 저지른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만 몰수를 추진한다면 과도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3회 이상 음주운전 했다고 불법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재범의 우려가 농후하다는 점은 인정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재범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몰수하려한다면 이것은 보안처분의 일종으로 형벌이외 별도의 제재라는 점에서 법적 근거를 요한다.절도의 상습전력이 있는 자에 대해서 보호소에 격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한 것과 같다.

차량을 빼앗는 이러한 극약처방보다도 운전자의 피해를 줄이면서 효과적인 사전 예방책은 없을까? 휠클램프(Wheel Clamp), 즉 자동차 바퀴에 구속 장치를 설치하여 몇 달간 운행을 못하게 하는 장치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모빌라이제이션(Immobili -zation)’이라고 하여 이를 임의로 떼어내고 자동차를 운행하면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것보다 좀 더 완화된 것이 이그니션 인터록(ignition interlock)이라는 예방방법도 있다.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강제로 부착하여 운전자가 차량의 시동을 걸 때마다 음주측정을 실시하여 알콜농도가 일정 기준치 이상이 되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다. 설치비용은 음주운전자가 전액 부담하게 하면 국가적으로 손해 볼 것은 없다.

이러한 사전조치만으로도 음주운전은 확실히 차단할 수 있고, 행정처분의 일종으로도 가능하다. 경찰에서도 자동차 몰수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가 한발 물러나 재검토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대형사고의 주범이 되는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제재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운전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동차를 몰수하기 전에 이런 대체적인 방법을 시행해 보고 그 다음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 음주운전이 없는 안전한 도로교통 확보를 위해 온 국민의 중지를 모을 때이다.



편집 | 이해오름 기자 (lhor70@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