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는 더 이상 안 된다

  • 270호
  • 기사입력 2013.02.13
  • 취재 김수빈 기자
  • 조회수 4909

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국정과정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나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몇 몇 공무원의 부당한 처신이 전 공무원 조직의 신뢰를 해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낙하산 인사라 함은 흔히 주요 부처의 공직자가 퇴직 후 공공기관의 CEO나 감사, 또는 이사장, 원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는 주요 공직자에게 퇴직 후 일자리를 보전하는 報恩 차원을 넘어 공무집행의 적정성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공공기관의 간부로 자리를 옮겨 미주알고주알 후임자의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하면서, 해당 기관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해당기관에서도 개인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백그라운드를 이용하여 해당 기관의 뜻대로 정부조직을 좌지우지하고 공무집행의 적정성을 해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 부처의 고위직으로 재직하던 공무원이 퇴직을 하면서 관련 민간 대기업의 이사나 고문, 법무법인의 고문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위,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식약청, 검찰청은 물론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해지고 있는 경찰대 출신 경찰관 까지 힘깨나 쓰는 부처는 어느 곳 하나 낙하산 인사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의무자인 이들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퇴직 후 일정기간 취업제한(동 법 제17조), 업무취급제한(동 제18조의2), 행위제한(동 제18조의4) 등의 규정을 두고 이에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취지의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다(동 제29조). 사전적인 조치로서 이들이 전직하는 경우 제한업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사후적으로 해당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여 조사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취업제한에 위반하여 형사처벌되었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폭행, 협박을 가하여 공무의 적정한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형법상 5년 이하에 처하고 있다(동 법제136조). 그런데 퇴임자가 후임자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청탁을 하는 것은 폭행, 협박보다도 더 죄질이 나쁜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변호사법은 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부당한 청탁이나 알선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동 법 제109조).

그럼에도 공직자윤리법은 전직 고위공직자가 부정한 사건의 청탁을 하고 알선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공직자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할 뿐 아니라 소속기관장에게 통지하여 행정법상 징계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회사원이라고 거짓말하면 경찰에서 소속기관장 통보를 누락하는 사례도 많다. 필자가 검사시절 이러한 누락사례에 대해서는 사후에 일제 점검을 하여 관계부처에 일괄 통보한 적도 있다.

이와 같이 공직자를 상대로 한 각종의 규제조항은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만 어디에나 구멍은 있다. 이러한 구멍을 메우는 것은 사전, 사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점검해 볼 수밖에 없다.

공직자윤리법에서도 취업제한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해당기관에 대해 자료요구권이 있고, 이를 형사처벌로 담보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권을 발동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조사권한만으로는 부족하다. 취업제한이 범죄인 이상 담당 부서에 특사경을 임명하여 상시 감시하면서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수사권을 가지고 정식으로 형사입건하면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힘있는 기관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거나 민주적 통제기구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힘있는 각 기관의 위원회를 단순히 장관의 자문기관으로 하기 보다는 가능한 시민이 참여하는 의결기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감사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대외적인 권한행사를 의결기관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통제받지 않은 권한행사와 전속적인 고발권 행사는 문제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정하는 부당거래나 담합에 대한 제재는 수백억의 과징금은 물론 공공기관의 공사입찰에 참여를 제한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자 재취업률이 58%를 상회한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따라서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더불어 전속고발권을 폐지함으로써 고발권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힘있는 기관의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관련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전직하여 부당한 청탁을 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형사범죄에 해당한다.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경고성 발언만으로는 또 다른 대량적인 인사교체를 예고하는 것에 불과하다. 차제에 사전, 사후적인 확인시스템을 구축하여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편집┃ 성균웹진 정진우 기자 (snakei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