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의 성립

부부강간죄의 성립

  • 294호
  • 기사입력 2014.02.12
  • 편집 노현종 기자

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부간에도 폭행이나 협박에 의해 강제로 간음을 하면 강간죄가 성립할까?

 지난 2013. 5. 16. 우리 대법원은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취지의 최종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1. 8. 26.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피해자의 간청에 의하여 피고인은 2008. 1. 1.경 직장을 그만두고 처가가 있는 안산으로 이사하여 처가 식구들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일을 하였으나 얼마 후 처가 식구들이 자신을 믿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등 처가 식구들과의 불화로 옷가게 일을 그만 두고 2008. 7.경 혼자서 자녀들을 데리고 울산으로 내려가 1년 가량 살다가 피해자의 간곡한 설득으로 2009. 7.경 다시 안산으로 올라와 피해자와 함께 살게 되었다.

 피고인은 옷가게 일을 그만 두고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피해자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며 한 달에 2, 3회씩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폭행 직후에 강제로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까지 하다가 피해자가 2011. 10. 28. 단골손님과 밤늦게까지 밥을 먹고 자정 무렵에 귀가하자 화가 난 피고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아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외박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귀가하자 부엌칼을 들고 피해자를 폭행까지 하였다.

 이후 같은 해 11. 11. 22:30경, 같은달 13. 22:30경 2차례에 걸쳐 흉기로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후 간음하거나 강간하였고, 그로인해 상해를 가하였다.

 이에 대해 1심인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준강간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간)죄 등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하자, 피고인은 법률상의 처는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하여 항소하였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의 객체에서 처를 제외된다고 할 수 없고, 부부사이라도 폭행, 협박 등으로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차 유죄선고하자 이건 상고에 이르렀다.

 종래 우리 판례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에 대해서, ‘성적자유’와 함께 부녀의 ‘정조’에 두고 강간죄에서 정조개념을 중요시함으로써 법률상의 처를 강간죄의 행위객체로 볼 수가 없었다. 이혼하려고 하다가 화해를 하고 다시 결합하려는 부부에게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존재함에도 피고인에게 정교청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의 본건 간음행위를 강간으로 다스린 원심은 강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부부강간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한 대법원 판결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1995. 12. 29. 강간죄의 장의 표제를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하였고, 같은 해 6. 22.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부부강간죄를 처벌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성안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본 사건의 1심, 항소심의 판결을 거치면서 부부강간죄의 논란에 대한 쟁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입법적인 결단이 필요하게 되었고, 비로소 2012. 12. 1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죄에서 적용범위를 ‘동거 친족’까지 확대함으로써 행위객체에 배우자도 포함하게 되었다.

 이어서 같은 달 28. 형법의 개정으로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되어 동 법률의 시행일인 2013. 6. 19. 이후에는 강간죄의 객체에 배우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남편이 아내를 강간하는 것은 물론, 아내의 남편에 대한 강간죄도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법률의 변경은, 정조윤리를 강조하던 남성편향적인 성 형법에서 양성 평등적 성 형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고, 이것은 누구든지 인격권 내지 행복추구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개정 법률의 시행에 한발 앞서,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 본 판결의 취지도 이러한 의미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반면 소수의견은, 부부관계가 강간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강제적인 부부관계에서 행사된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는 이를 형사 처벌함으로써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기혼이든 미혼이든, 법률상의 부부이건, 동거하는 사실상의 부부이든 누구든지 성적인 자기결정권의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법률상 배우자를 강간죄의 보호객체에서 제외하고, 그 수단에 불과한 폭행, 협박죄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데 충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본 판결은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3580 사건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자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로 볼 수 있다는 종전 판결과 더불어 법률상 처에 대해서도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그 동안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획기적인 판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강간죄의 구성요소인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 경위, 평소 부부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강간죄의 폭행, 협박에 대해서는 최협의설에 입각하여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 종래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범위를 축소할 우려가 있고, 피해자의 저항여부를 가지고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여전히 남성위주의 편향된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이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일반 강간죄보다 더욱 엄격한 폭행, 협박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자칫 부부강간죄의 성립을 어렵게 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