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장의 댓글사건

전 국정원장의 댓글사건

  • 288호
  • 기사입력 2013.11.14
  • 편집 최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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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3년 4월 경찰은,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상의 악성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마무리하여 검찰에 송치하였다. 검찰은 같은 해 8. 공소시효에 임박하여 국정원 직원은 물론, 이들에게 악성댓글과 찬반클릭을 유도하도록 지시하여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였고, 선거에 임박하여 경찰중간수사를 허위로 발표하게 한 서울지방경찰청장 또한 입건하여 기소하였다.

   같은 해 10. 검찰은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트위터를 통해 특정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퍼 나르게 한 혐의’를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당시 검찰은 이미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과 트위터 활동이 하나의 죄를 구성하는 '포괄일죄'관계에 있다고 주장하였고, 변호인 측은 두 혐의가 서로 다른 행위로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은 불허하여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여기서 포괄일죄라 함은, 실체법상 수개의 죄이지만 소송법상 한 개의 죄로 취급하는 범죄를 말한다. 어떤 행위를 몇 개의 죄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을 죄수론(罪數論)이라고 한다. 이것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명에 해당할 때나 여러 개의 행위를 한 개의 죄로 보는 경우가 특히 문제된다. 왜냐하면 한 개의 죄라고 하면 한 개의 형벌조문으로 처벌하는데, 수개의 죄명에 해당하면 중한 죄명에 1/2가중을 가중해서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괄일죄는 각 행위를 별개의 죄로 보면서도 소송법상으로만 한 개의 죄로 다루는 것이어서 특히 문제된다. 대표적으로는 상습범과 영업범의 형태가 있다.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위반 사건은 이러한 영업범이나 상습범 형태와는 다르지만 일정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수회 이루어져 범행 동기와 수법이 동일하므로 모두 싸잡아 한 개의 죄로 보자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트위터 상 퍼나르기식 행위 또한 기존의 댓글방식과 행위 수법이 유사하고, 특정후보와 정당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범행의 동기 또한 동일하다. 따라서 검찰의 논리라면 이 모든 행위를 싸잡아 한 개의 죄로 보자는 것이고, 법원이 이를 허가한 것은 이러한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괄일죄는 일부만 기소하더라도 공소제기의 효력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실 전부에 미치므로(잠재적 심판의 범위) 나중에 확인된 트위터 활동에 대해서도 추가기소할 수는 없다. 만약 추가 기소되면 이중기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소장 변경 형식으로 심판의 대상(현실적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 있을 뿐이다.

   공소장 변경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를 추가, 철회,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98조).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심판의 대상을 변경하려면 변경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 측에 불의의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이다.

   검찰 측이 공소장을 변경 신청하면 요건에 합치하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제298조제1항). 그 요건은 양자 간의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여야 하는데, 본 건에서는 인터넷 상의 댓글 활동이나 트위터 활동은 위와 같이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본 이상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법원으로서는 허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검찰의 주장은 옳고, 변호인 측의 주장은 부당하다.

   공소장이 변경허가 되었다고 하여 법원이 추가 범죄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한 것은 아니다. 공소장 변경을 위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므로 추후 재판과정에서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을 배재할 정도의 증명이 되어야만 유죄선고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한편, 변호인 측은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으므로 불허하여야 한다고 주장 하였다.

   공소시효라 함은 법률로 범죄의 경중에 따라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이 도과되면 검사가 더 이상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법률적 근거로는 형사소송법 제249조이고, 이론적 근거로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절차법상 증거가 없어져 입증이 어려워진다거나 실체법상 국민의 처벌감정이 누그러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편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시효가 선거일 다음날부터 6개월로 매우 짧게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선거에 의해 선출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로 수사를 마쳐 공소를 제기하라는 취지이다. 일반 형사범과 같이 장기간으로 방치하면 임기 내내 수사를 이유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짧게 한 것이다.

   만약 검찰이 추가기소한 것이라면 선거가 금년 2월에 있었으므로, 9월 이후의 기소는 선거법상 공소시효가 도과되어 위법한 기소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트위터 활동을 공소장 변경의 형식으로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기존의 판례는, 공소장의 변경의 경우에는 애당초 기소한 범죄사실과 기초사실이 동일하므로 공소제기 당시에 함께 기소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공소제기 싯점을 공소시효의 기산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본건 또한 검찰이 댓글로 공소제기 한 때 트위터 활동에 대한 범죄사실도 함께 공소제기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애당초 기소할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본건 공소장 변경은 애당초 댓글 기소가 공소시효 내에 이루어진 만큼 시효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 점에서 공소장변경에서 공소시효를 문제 삼는 것은 공소시효의 법리나 기존 판례의 취지에 어긋나는 주장이 된다.

   이러한 법원의 공소장 변경 허가결정에 대해 정치권의 의견은 나뉘어져 있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검찰은 5만5천여 건의 트위터 게시물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국정원 직원이 작성하지 않았거나 선거와 무관한 사안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 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이는 유무죄에 관한 사실인정에 해당하므로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당연히 입증해야 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 대변인은 "공소장 변경은 사필규정이며, 담당 재판부가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공소장 변경은 하나의 소송절차에 관한 판단이고 실체관계에 대한 판단이 아니므로 이를 가지고 정의를 운운할 것은 아니지만 향후 검찰의 입증과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