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유관단체의 ‘직원’에 대한 형법상 뇌물죄 적용 확대?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에 대한 형법상 뇌물죄 적용 확대?

  • 292호
  • 기사입력 2014.01.22
  • 편집 노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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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교수


  공기업의 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설립과 민영화를 둘러싸고 노조의 파업이 끝나자마자 청와대에서 꺼내든 칼이 공기업의 개혁이다. 공기업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IMF시절, 방만한 기업 운영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퇴직금이나 직원의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을 축 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 뇌물죄 적용대상기관을 공기업이나 준 정부기관은 물론 ‘기타 공공기관’도 포함하여 소속 임원은 물론 일반 직원에 까지 확대하고,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 위원은 물론 민간위탁 사업 중 평가, 검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에 대해서까지 관련법에 공무원 의제조항을 두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종래 임원이나 과장급 이상만이 뇌물죄의 적용대상이 되던 한국은행이나 농협, 축협,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원자력원구원의 경우는 물론, 임원만이 뇌물죄의 적용을 받던 한국방송공사나 지방의료원의 경우에도 이제는 일반직원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으면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받게 된다.

  권익위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A 공기업 직원이 2년간 직무관련업체로부터 1억 8,000만원을 수령하고, B 공단이 발주하는 입찰공사 선정과정에서 설계분과심의위원 50명 중 23명에게 금품이 제공되었고, 민간위탁의 초, 중, 고 교과서 제작인쇄 관련 업체들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무려 15억원이나 오고 갔음에도 단순 배임수재죄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현행법에 의하면 단순 배임수재죄는 형법 제357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고, 돈을 준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을 받게 되면 징역형이 무거워지고, 받은 돈은 모두 몰수나 추징의 대상이 된다. 나아가 수수액이 3,000만원을 넘게 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의 적용을 받아 중한 경우 무기징역 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3조는, ‘…위원으로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형법」 제129조(뇌물수수) 내지 제132조(알선수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것을 ‘벌칙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의제 조항’이라고 한다. 즉, 공공기관의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면 형법상 공무원에 준해서 뇌물죄로 처벌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의 숫자가 점차 늘어감에 따라 민간인이라도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공무원의제 규정을 두어 엄히 처벌하고 있다. 그러면서 뇌물죄 적용 대상기관을 하위법령인 장관의 고시로 정하거나 적용 대상주체를 다르게 규정하여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다. 일부 법률에는 의제조항이 누락되어 처벌의 공백이 우려되고, 유사한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끼리도 처벌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판례 또한 소속 분과위원도 법령 상 자문위원회 위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한 사례(대판 2013. 11.14. 선고 2012도15254)가 있는 반면, 건축법은 ‘건축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은 열거하면서도 같은 법상의 ‘건축위원회의 위원’은 이를 누락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하였다(대판 2012.07.26. 선고 2012도5692).

  나아가 뇌물관련 죄명으로 한정되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더라도 변호사법위반으로 의율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판 2006.11.16. 선고 2006도4549)

  비록 민간인이라도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으면 직무의 공공성, 청렴성이라는 점에서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공직유관단체 종사자 중 실무자인 하위직원의 부정이 날로 심해가고 있다는 시점에서 임원이 아닌 직원이라도 뇌물죄로 처벌을 확대하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은 일응 공감이 간다.

그러나 하위직원이 돈을 받은 경우 비록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수재죄로 처단할 수는 있다.

 반면, 공무원의제조항을 두는 가장 큰 실익은 뇌물액수에 따라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특정 죄명에 대해 가중 규정을 두고 있는 ‘특가법’은 일반 예방적인 효과 면에서 어느 정도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특가법’ 규정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학자들의 견해가 많다. 형벌은 최후수단이어야 하고,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는데 ‘특가법’은 관존민비와 독재적 사고에 입각한 과잉 범죄화, 전근대적 위하형 사고에 입각한 과잉 형벌화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편, ‘특가법’은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이미 적용대상 법률과 적용대상 주체를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 농업협동조합 중앙회 등에는 임원과 과장 등 간부만을 적용하고, 한국방송공사나 농협, 수협 등 회원 조합의 경우에는 임원 만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출연기관의 평직원에 까지 뇌물죄 적용을 확대하여 ‘특가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자고 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견해는 이러한 ‘특가법’의 기본 취지에도 반한다. 오히려 ‘특가법’ 자체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정부투자기관이나 출연기관의 직원에게 까지 일률적으로 뇌물죄를 적용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결정 권한이 주어진 간부직원에 한해 뇌물죄를 적용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