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어떻게 거짓이자 진실인가?
- 조경진 저

  • 502호
  • 기사입력 2022.10.31
  • 취재 임찬수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1729

당신은 미술관에서 어떤 관람객이 되는가? 혹시 예술작품을 천천히 살피기보다는 작가나 작품 설명을 찾느라 시선을 분주히 옮겨 본 경험이 있는가? 실제로 어떤 작품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그 의미를 풀어내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이 왜 여기에 자리하고 있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작품 앞에 선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작품의 의미와 해석을 성취해 내면 그것으로 작품을 충분히 감상한 것일까? 오랫동안 철학과 예술학을 공부해 온 저자는 의미나 해석이 느낌을 대신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예술 안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사라지고 의미나 이론, 담론만 남았다는 느낌이다. 이런 불편함은 의미나 해석이 느낌을 전부 담을 수 없다는 경험적 직관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 예술은 언제나 느낌 안에 있다


예술에서 의미 해석과 반성은 예술의 구체적 느낌과 그 느낌이 일어나는 과정의 결과이거나 일부이지 예술이 주는 전부가 될 순 없다. “우리 모두 예술이 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We all know that art is not truth. Art is a lie that makes us realize the truth” 

예술은 진실을 일깨우는 거짓이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우리는 마주한 작품이 실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통해 진실을 느낀다.

저자는 예술을 느낌이라는 구체적 사건 안에서 살려 내고, 느낌 안에 있는 예술의 본성과 그 안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 ‘느낌의 미학’을 구축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임자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를 앞세운다.

 

 - 느낌의 철학자, 화이트헤드 

수학, 과학철학에서 종교학, 형이상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남긴 화이트헤드는 그가 주로 연구되어 온 신학, 형이상학의 영역뿐 아니라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과학철학, 사회학 등의 학문 분야에서도 다시금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철학과 예술은 느낌이라는 하나의 공통 요소에 의해 만난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스스로 ‘느낌의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의 철학은 느낀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한다. 화이트헤드는 예술이 항상 느낌의 사건 안에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의 철학 속 느낌 안의 예술, 느낌으로서 예술의 본성, 느낌에 의한 예술의 가능 조건을 설명한다.


- 느끼며 읽는 즐거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물은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규정된 순간 그렇게 규정된 것과 달리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명제의 객관성’은 그 명제의 유혹을 자신의 것으로 향유하는 자에게만 가능성을 내어 준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명제를 작동시키는 힘은 진위의 문제가 아니라 흥미를 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력과 사고가 왜 관심과 흥미에서 시작하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책은 화이트헤드와 함께 느낌의 미학을 구축해 나가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반 고흐, 피카소부터 카푸어, 리히터 등 문제적 예술로 거론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강형구, 서도호 등 국내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의 이미지를 맞춤한 곳에 배치하여 이론으로 그치지 않고 보고 느끼는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다. 수록된 작품은 물론 모든 예술작품을 대할 때 잘못된 의미를 말하면 안 된다는 강박 대신 각자의 충만한 느낌으로 다가설 것을 제안한다. 

 

만약 훗날 예술작품을 보게 된다면, 내 스스로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했는지와 상관없이 그저 앞에 서서 바라보며 작품을 온전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입 밖으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아도 괜찮다. 책에도 나와있듯이 느낌은 온전히 언어로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가만히 자신만의 감상을 온전히 즐겨보는 것도 또다른 감상법이 될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지금 작품을 느끼고 있는 우리 자신의 느낌을 대체할 수 없다.

출처 : 사진2: https://www.goodreads.com/author/show/148309.Alfred_North_White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