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의 정치철학 - 김비환 저

  • 505호
  • 기사입력 2022.12.15
  • 편집 김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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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유재산권은 대부분의 현대 국가에서 기본적인 사회제도로 확립되었고, 핵심적인 기본권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심지어 가장 중요한 기본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새삼스럽게 사유재산인가? 대한민국처럼 사유재산제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곳에서, 굳이 사유재산이란 주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그저 사유재산을 유지·증식하고, 그것을 활용하며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사유재산제가 완벽한 소유체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결함이 없는 체제임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의 재산이론을 살펴보고, 사유재산제와 소유구조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찰들을 도출해보고자 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에 대한 서양 철학자들의 기본적인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 책이 좋은 정치공동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바람직한 소유구조를 모색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확신한다.


 - 책의 목적 

이 책은 상호 연관된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칸트, 헤겔, 흄, 벤담, 존 스튜어트 밀, 롤스 등 대표적인 서양철학자들의 재산이론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봄으로써 사유재산권의 도덕적·정치적 성격을 규명하고, 바람직한 소유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규범적 통찰을 얻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적 신념으로 자리 잡은 절대적인 소유권 개념—이른바 소유권 신화—을 해체함으로써 빈곤, 사회적갈등과 분열, 민주주의의 형해화 등 다양한 사회악의 근원이 되는 왜곡된 소유구조의 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주요 철학자들의 재산이론에 대한 본서의 해석은 소유권 신화를 해체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I장은 서론으로 사유재산에 관한 정치철학이 필요성과 책의 전반적인 성격을 살펴본다.
II장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후계자들의 재산이론을 살펴보고, III장에서는 로크의 재산이론과 신고전주의 및 노직의 재산이론을 살펴본다. 특히 로크의 재산이론을 신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로크의 이론이 종속과 자의적인 지배의 계기가 되는 심각한 불평등에 비판적인 함의가 있음을 부각시킨다.


IV장과 V장에서는 독일 관념론의 시작과 완성을 상징하는 칸트와 헤겔의 재산이론을 검토한다. 특히 그동안 간과되었거나 강조되지 않았던 재산권의 정치적 성격(칸트)과 사회적 성격(헤겔)을 부각시킨다. 특히 칸트는 일반적인 소유권과 재산권을 구분하고, 구체적인 재산권은 관련 사회가 역동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확정·변경할 수 있는 유동적인 권리로 보았음을 강조한다. 헤겔의 이론에서 재산은 개인의 인격—자유의지—을 실현·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도, 다수 개인들이 상호 인정의 원칙하에 결합된 시민사회의 토대이자 국가의 법적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정치제도임을 강조한다.


VI장과 VII장에서는 공리주의 재산이론과 롤스의 재산이론을 검토한다. 롤스의 재산이론은 주요 철학자들의 이론을 종합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특정한 사상전통에 서 있는 이론가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원적인 사회의 평화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이론임을 강조한다. 특히 그의 자유주의적 정의관에 부합하는 재산소유민주주의는 정치적 논의와 조정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개입 여지를 충분히 남겨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VIII장 결론에서는 여섯 가지 재산이론이 함축하고 있는 정치적 성격을 설명한 후, 절대적·배타적 소유권 개념을 ‘권리묶음(bundle of rights)’ 재산권 개념과 대조하고, 일반 대중들이 소유권 신화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절대적인 소유권 신화가 자본주의의 현실적 성공 및 정치인들의 선거 전략과 결합하여 재산권체제와 소유구조의 개혁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소유구조와 세제가 일정한 함수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소유구조의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제 및 재산권체제의 모색은 좋은 사회에 관한 포괄적인 비전들 사이의 투쟁과 연계되어 있는 큰 문제로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지은이 김비환은 본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해 현재까지 서구정치사상사와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2021년부터 사회과학대학장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의 주요 관심사는 좋은 국가, 분배적 정의 그리고 조세체계의 이론적 연관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