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자매와 우리의 이야기
「나와 작은 아씨들」

  • 506호
  • 기사입력 2022.12.27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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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이어지는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은 1868년에 출판된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고전 소설로 '마치' 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전한다. 네 자매 중 첫째인 메그는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것이 최고라 여겨졌던 당대의 여성상을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쟁취했으며 둘째 조는 메그와 달리 선머슴 같지만 조용한 공간에서 책 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셋째 베스는 수줍음이 많아 주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엄마와 함께 주변 이웃을 돕는 데에 적극적이다. 이른 나이에 성홍열로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이 간직하고 떠날 사랑이 있어 괜찮다고 말하며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넷째 에이미는 그림을 잘 그리는 냉철한 전략가다. 항상 플랜B까지 세워 두며 자신의 성공을 위해 멈추지 않고 대담하게 걸어간다.


오늘 소개할 책인 「나와 작은 아씨들」의 작가 서메리는 자신과 네 자매와의 공통점을 얘기하며 「작은 아씨들」을 현실로 끌고 온다. 네 명의 자매는 세속적인 욕심과 허영을 갖고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라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투영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실패와 행복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작은 아씨들」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삶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기대 사이에서

메그에게 사교계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생기자 메그의 엄마인 마거릿 마치는 숙녀의 필수품인 우산을 사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메그는 엄청 기뻐하며 자신이 원하는 우산의 디자인을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메그의 기대와 달리 마거릿 마치는 촌스러운 우산을 사왔다. 그럼에도 메그는 우산을 바꾸지 않고 사교계 파티에 그대로 들고 갔다. 자신을 위해 물건을 골랐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메그가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위축되어 파티에 참석했단 이야기를 듣고 마거릿 마치는 더욱 마음 아파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메그가 갖고 있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역설적으로 모두의 행복과 거리가 먼 결론을 갖고 온다고 말했다. 작가가 회사원이었을 때,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부모님 생각에 퇴사가 어려웠는데 현재 생각해보면 그 당시 힘든 기색을 못 숨겨 오히려 가족을 더 걱정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착하거나 괜찮게 보이고자 노력할 때 더욱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어렵겠지만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기대 속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계속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바라던 삶을 더욱 멋있게 살아낼 수 있다.

 

동사로 된 꿈

우리는 매일 꿈을 위해 달리지만 정작 꿈은 간결한 경우가 많다. 대학 입시는 목표 대학만 있을 뿐 동사로 된 꿈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간결한 꿈은 너무 깊은 좌절과 고민을 남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작가’라는 꿈을 갖고 회사원에서 프리랜서로 길을 바꿨으나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라는 명사의 꿈을 ‘글을 쓰면서 산다’로 바꾸는 순간 그러한 불안과 고민은 말끔히 사라진다.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 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간혹 돈이 없으면 글을 쓰다 잠시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그럼에도 ‘글을 쓰면서 산다’라는 꿈은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아씨들」 속 에이미가 화가가 되지 못했단 이유로 그녀의 삶을 실패로 규정한다면 세상엔 너무 많은 실패가 존재한다. 이처럼 꿈을 직업과 동일시하면 우리의 삶은 흑백논리 아래에서 너무나 불행해진다. 사실 에이미의 삶은 절대 실패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자신의 세련된 취향과 예술적 감각을 맘껏 발휘함으로써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에 대해 알아가겠다’라는 동사의 꿈을 완벽히 이뤄낸 성공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명사로 된 꿈이 아닌 동사로 된 꿈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화가는 못 됐지만 동사의 꿈을 이룬 에이미처럼 각자에겐 꿈을 이룰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


 「나와 작은 아씨들」은 「작은 아씨들」 속 자매들의 대화를 인용하며 작가의 서사를 풀어나간다. 그 대화와 이야기를 함께 읽다 보면 21세기 저 어느 곳에서 메그, 조, 베스 그리고 에이미가 자신의 작은 행복들을 찾아 내며 하루를 살고 있을 것만 같다.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들처럼 작은 행복을 느끼고 내일을 살아갈 동력을 얻는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메리 작가의 「나와 작은 아씨들」을 읽다보면 힘든 하루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진다. 삶이 팍팍하고 재미 없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작은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 작은 아씨들의 원작자 루이자 메이 올컷과 영화속 작은 아씨들 한 장면


사진2 출처: https://www.elle.com/culture/movies-tv/a28103089/little-women-movie-photos-best-twitter-rea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