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 ①

  • 508호
  • 기사입력 2023.01.24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3289

의료진과 환자 간 정보 비대칭성 문제는 심각하다. 여러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 어렵다. 결국 환자와 보호자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지만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대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는 아토피, 알레르기 환자는 몇 가지 수칙만 잘 지키면 되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로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전했다. 치료에 도움되는 정보가 적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 김지현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법을 설명하고자 「김지현 교수가 알려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호흡기알레르기분과 전문의 김지현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하면서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로 고생한 두 아들을 키웠는데요. 평소 곁에서 아이들을 돌보지는 못하지만 제 아이들의 병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어서 알레르기호흡기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중증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의 발생 원인, 치료와 예방 방법, 환경 인자에 대한 내용이고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을 국내외 학회에 발표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만큼 속 썩이고 마음 졸이게 했던 아들 둘을 키우며 때때로 걱정도 하고 보람도 느끼는 워킹맘으로 살고 있습니다.



Q. 책을 출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토피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는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고 다른 알레르기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의 속이 타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아이들의 병이 자신 탓이라는 죄책감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고 아이 피부에 좋다는 제품에도 자꾸 손이 가게 되죠.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상술도 넘쳐 나고요. 남들이 좋다는 이러저러한 것들에 많은 돈까지 들여서 해봤는데도 잘 듣지 않으면 부모는 화도 나고 마음도 철렁합니다. 실제로 아토피피부염에서 기본적인 몇 가지 수칙만 지킨다면 대부분은 마음 편하게 해도 되는데 말입니다. 힘든 엄마 마음을 이용한 나름의 비방이나 상술도 많다 보니 잘못된 얘기가 올바른 정보보다 훨씬 더 많기도 합니다.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 관련된 책 역시 비전문가들이 쓴 것들이 대부분이죠. 아토피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다 보니 힘든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Q.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떤 책으로 남길 바라나요?

처음 의대에 들어올 때부터 했던, 설명을 친절하게 잘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단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실제로 병원 환경은 그런 설명이 불가능하죠. 화요일 외래 같은 경우는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감당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한 병인데도 자세한 설명이 어렵고 시간에 쫓기는 진료실 상황이 항상 죄송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피부 관리, 음식 관리, 환경 관리, 약물 사용에 대한 이야기까지,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저를 의지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죠.


책의 약 3분의 1 정도는 아토피와 알레르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토피 아이를 돌보는 데는 건강한 아이를 돌보는 일보다 두세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아직 돌이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쳐 번아웃이 되는 부모님을 많이 만나곤 하죠. 이런 부모님들이 만성질환과의 긴 싸움에서 씩씩하게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안심시키고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함께 담았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태어난 둘째 아이의 이름을 저와 같이 ‘지현’으로 지었던 부모님을 만났는데요. 저에게 오랜 기간 진료를 받았던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편안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 이름을 선택했다고 하셨어요. 만성질환의 관리를 같이 해나가는 의사의 영향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지 더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부모님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알레르기를 잘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임신이 두렵지 않은 부모님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실제로 아토피와 알레르기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님들이 또 알레르기 아이를 낳을까 봐 임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책이 큰 언니처럼 가족의 등을 토닥이면서 치료를 위한 길을 비추어주는 등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김치유산균의 아토피피부염 완화 효과’ 연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연구에 대한 소개부탁드립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며칠 밤 동안 김치유산균의 임상 효과에 대한 연구 계획서를 쓰다가 조산 진통이 시작됐어요. 약을 끊으면 진통이 어김없이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장기간 입원하면서 연구 계획서를 마무리하고 연구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날짜를 다 채우고 만삭으로 아이를 출산했는데 연구 환자 외래 스케줄 때문에 제왕절개로 출산한지 열흘 만에 출근해야 했습니다. 불렀던 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서 임부복을 다시 입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아직 아이를 안 낳았냐고 놀랐었죠. 그래서 우리 연구팀에서는 둘째 아이를 ‘유산균둥이’로 불렀어요. 


유산균 연구는 그만큼이나 저에게 애착이 가는 분야입니다. 그때 했던 연구에서 김치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랜타룸 CJLP133이 아토피피부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복용군에서 호산구와 사이토카인 IL-4, IFN-γ 역시 감소했죠. 임상 결과와 면역학적 변화를 함께 확인한 의미 있는 연구였고 당시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이후에 신생아 분변에서 분리한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의 임상 효과 규명, 어떤 아이들에게 유산균 효과가 더 좋은지 등 관련 연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Q. 진료와 연구 그리고 책 집필까지 하셨는데 ‘의사 김지현’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아는 분들이 환자를 잘 부탁한다고 하면 따로 얘기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요. 그만큼 가슴에 손을 얹고 제가 만나는 모든 환자를 제 자식처럼 생각하고 진료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제가 배 아파 낳은 아들이 둘이고 이 아이들 때문에 알레르기호흡기라는 전공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마음 아파 낳은 수많은 아이들을 매주 제 진료실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간혹 지치고 속상한 일로 이 진료실을 떠나고 싶어도 자식 같은 환자들을 맡길 데가 없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진료하는 일은 아무나 또 어느 병원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 전문의 김지현을 만든 것은 저희 두 아들들이고, 지금 의사 김지현을 움직이는 동력은 사랑하는 제 환자들입니다. 저를 만나고도 잘 해결되지 않을 때면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고 무너져 내리죠. 그래도 제가 이성을 찾고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하니까 다시 또 기운을 내고 “이 아이에게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제가 사랑하고 또 저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참 행복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이어지는 김지현 교수와의 인터뷰(클릭하시면 글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