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분하다’,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

  • 509호
  • 기사입력 2023.02.13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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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면


‘자기계발’이란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을 의미한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자(自)테크’를 위한 자기계발서 읽기가 보편화되었다.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몇몇 자기계발서가 독자들을 지나치게 ‘불완전’하고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로 그리는 것이 문제다. 문화비평가인 미키 맥기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자기계발 문화의 함정을 지적하며 “자기계발서는 자아를 괴롭힐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고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자기계발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소개하고 싶다.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성의 힘>,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TED 강연 영상에서 자신의 취약성과 수치심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청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상이 누적 조회수 5,400만 뷰를 넘어서면서 강연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브레네 브라운: 나를 바꾸는 용기’가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는 휴스턴 대학교 사회복지 대학원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하면서 IBM, 디즈니, 구글을 포함한 미국 500대 기업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녀의 베스트셀러 5권 중에서도 『수치심 권하는 사회』는 2007년 처음 출간된 이후 13년이 넘도록 미국 아마존 심리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가 선뜻 꺼내기 어려웠던 ‘수치심’, ‘취약성’, ‘완벽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공감과 유머의 작가, 브레네 브라운에게 들어보자.


수치심은 외부에서 온다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옳다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같고, 남들에게 거부당하고, 어딘가에 소속될 가치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이란 ‘나에게 결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소속될 가치가 없다고 믿는 극도로 고통스러운 느낌이나 경험’이다. 간단히 말해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수치심은 불행한 일을 겪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이를 숨기기에 바쁘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모습에 남들이 실망할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개인이 해결해야 할 자존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존감과 수치심은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반면에 수치심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관한 문제다. 도와줄 사람 없이 자기 혼자뿐이고, 자신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자신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학교 과학 수업 시간에 사용했던 세균배양 접시를 기억하는가? (...) 수치심을 이 접시에 집어넣고 비난, 침묵, 비밀이라는 뚜껑을 덮으면 수치심은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한다.”


책의 이러한 구절이 수치심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수치심은 우리에게 결점이 있어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저자는 수치심이 우리 문화가 주입하는 메시지와 기대에서 기인하는 ‘사회 문제’라 말한다. 수많은 사회적 기대가 쌓이며 ‘수치심 거미줄’이 만들어지고, 개인들은 쏟아지는 기대를 충족하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다.


▲출처: TED 


수치심 회복 탄력성 기르기

저자에 따르면, 수치심 회복 탄력성이란 우리가 수치심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인식하고, 수치심을 일으킨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수치심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의미 있고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브레네 브라운은 높은 수준의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 이들에게 다음의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1.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자신만의 '수치심 촉발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2. 자신을 둘러싼 수치심 거미줄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판적 인식

    3. 타인에게 손을 내밀려는 의지

    4. 수치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힘



저자는 인터뷰한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훈련법’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했다. 먼저 ‘원치 않는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적인 자아상과 어긋나는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덮어씌워지거나, 자기 스스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원치 않는 정체성’을 찾아내기 위해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1. 내가 가진 기대는 얼마나 현실적인가?

    2. 나는 그 기대를 항상 따를 수 있는가?

    3. 내가 가진 기대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가 아니면 '남들이 원하는 모습'인가

    4.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또한 ‘나만 이런 게 아니다’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수치심은 자기 혼자만 그런 일을 겪는다고 생각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자기 혼자만 사회공동체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비정상이라 간주하기 쉽다. 수치심은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남들에게 손 내미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을 그만두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내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훈련법과 인터뷰이의 솔직한 사연들은 책에서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출처: TED 강연 화면


“내가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무엇을 믿든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부족하고, 충분히 갖지 못했고, 완전히 소속되지 못했다는 생각과 남몰래 조용히 싸운다. 이런 경험을 남들과 이야기하고 또 그런 경험을 하는 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수치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