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역습-마크 롤랜즈 저

동물의 역습-마크 롤랜즈 저

  • 319호
  • 기사입력 2015.03.10
  • 편집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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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거서 독서리뷰에 Right 님이 올린 것입니다.



광우병 파동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을 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소를 본 적 있는가? 그렇게 쓰러진 소는 지게차 같은 중장비로 짐짝처럼 강제로 퍼 올려져 죽게 된다. 양계장은 또 어떠한가? 30센티미터×50센티미터의 표준닭장 하나를 네 마리가 함께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약 300제곱센티미터인데, 이 좁은 공간에서 밤에도 잘 수 없도록 조명을 밝혀 알을 낳도록 강요당한다. 돼지는 살을 찌우기 위해 오직 서고 누울 수 있을 만한 공간에서 갇혀 지낸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비도덕적이듯, 마지막 가는 길 또한 결코 여유가 없다. 도살장으로 끌려간 동물들은 컨베이어벨트에 거꾸로 매달려 휘둘린 칼에 의해 천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가게 된다. 그렇게 동물이 사육되고 도축당해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유럽연합에서는 2008년부터 공장형 배터리 닭장이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이런 시설이 계속 유지된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 어디에서든 별 차이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한 곳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보편적인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인 마크 롤랜즈는 철학교수로 《예측하지 못하는 사태와 유물론》《동물권리―철학적 방어》 등을 쓴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동물의 권리를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1장과 2장에서 그의 주장은 동물에 대한 고대의 인식 "동물은 도구일 뿐이다" "동물은 도덕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이다"라는 데카르트 학파의 동물철학의 맹점을 지적하고,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는지, 도덕적인 기준, 만물을 위한 공평한 자리는 어디인지, 삶과 죽음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4개 장에 걸쳐 설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음식으로 먹기 위한 동물사육, 동물실험,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 동물권리행동 등 현재 인간과 동물 사이에 행해지는 광범위한 행위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한다.

사람이 동물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그 잔인함이 얼마나 끝이 없는지, 그로 인한 재앙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 책은 동물을 보호하지 않음으로 인간에게 미칠 해악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서두르지 않고 끈기 있게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반론들을 하나하나 논파해 가면서 체계적으로 독자들을 도덕의 문제 속으로 인도한다.

광우병, 조류독감, 돼지 콜레라 등은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이는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행복이라는 미명아래 우리가 행해왔던 행위들로 인해 초래된 작은 문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예전 광우병 문제가 붉어졌을 때 유전자 조작을 통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만들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과학적인 면에서는 큰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동물공장 체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대신 아예 소를 바꿔버리고자 한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모두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인지 생각하여야 한다. 이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한 착취와 파괴는 멈추어야 한다.

머지않아 세계를 짊어질 젊은이로써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동물에게 행해지고 있는 행위들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동물이 받는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의 풍조를 걷어내기 위해 깨어나야 한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에서 비롯된 인식의 전환이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