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 저

슈퍼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 저

  • 321호
  • 기사입력 2015.04.11
  • 편집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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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거서 독서리뷰에 황상연 님이 올린 것입니다.



흔히 경제학과 관련된 서적은 세 가지 분류로 나뉜다. 첫째, ‘도표와 그래프로 범벅된’ 경제학 이론서. 둘째, ‘각종 통계를 이용해’ 강대국의 (미국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 셋째, “당신이 20대에 해야 할 재테크”같은 이름의 재테크 서적.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 같은 숫자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껄끄러운 많은 사람들에게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의 책들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제’로 통한다. 그나마 세 번째 부류의 책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읽는 정도인데, 이 부류의 책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설교를 늘어놓는다. “당신이 20대에 해야 할 재테크”를 읽고 이 책에 있는 모든 것을 이루어 놓은 29세의 청년에게 생일 선물로 “당신이 30대에 꼭 해야 할 재테크”를 쥐어주는 식이다.

그러나 슈퍼 괴짜경제학(원제 : SUPER FREAKONOMICS)은 세 가지 분류의 책과는 다른 새로운 글을 보여준다. 그래프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도표는 불가피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런 숫자기피자들을 위한 배려 외에도, 경제학의 심오한 용어들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만약 나오더라도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서 무척 쉽게 풀이되어 나온다.

이 책의 1편 격인 괴짜경제학(원제 : FRECKONOMICS)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바라본 책이다. 그 속편인 슈퍼 괴짜경제학은 괴짜경제학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인센티브에 관한 이야기와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타주의, 지구온난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당신이 항상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 당신이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몰랐지만 실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서 알려주는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다.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는 접근법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1장부터 ‘길거리 매춘부와 백화점 산타클로스가 노리는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한다. 이 장에서는 도입부에 여성 차별을 설명하면서 매춘부들이 왜 그 일을 하는지를 비용과 가격에 관련해서 설명한다.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엘리’라는 여성의 일화였다. 이 여성은 우리나라 기준 몇 천만 원 선의 연봉을 받던 대기업 프로그래머였다. ‘엘리’는 일주일에 서른 시간 넘게 일하고 보통의 연봉을 받는 일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10~15시간을 일하며 과거 연봉의 다섯 배나 되는 돈을 받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주위의 시선이라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 일의 ‘가격’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매춘업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바라본 꽤나 놀라운 부분이었다.

2장 ‘자살 폭탄 테러범들이 생명보험에 들어야 하는 이유’에서는 데이터 비교를 통해 출생월과 인생의 관련을 보여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병원 데이터베이스 관리프로그램 아말가(amalga)의 탄생 이야기와 정보의 가공, 패턴의 발견 등을 이용해 좋은 의사들을 가려내는 법, 죽음을 피하는 법, 테러리스트들을 발견하는 법 같은 주제를 다룬다. 특히 암 치료에 쓰이는 화학 요법이 효과가 그 비용에 비해 상당히 좋지 못하고, 전쟁으로 죽은 병사 수와 훈련 중 죽은 병사 수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3장 ‘38명의 살인 방관자’에서는 유명한 사건인 키티 제노비즈 사건을 다룬다. 키티 제노비즈 사건은 키티 제노비즈라는 여성이 30분 동안이나 괴한의 공격을 받아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그 주위의 주민들 38명중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사건이다. 저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를 추측해 가면서 TV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인간이 이타적인가, 배타적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경제학계에서 행해졌던 실험들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키티 제노비즈 사건은 사실과 다르며, 많은 주민들이 그녀를 도우려고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4장과 5장은 거의 이어지는 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4장 ‘죽음을 낳는 병원의 미스터리’에서는 안전벨트의 경제적 가치와 카시트가 사실은 일반 안전벨트와 안전상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허리케인을 막는 기막히고 저렴한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많은 불확실한 사실과 통계에 속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4장, 그리고 곧 등장할 5장에서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5장 ‘앨 고어와 피나투보 화산의 공통점은?’에서는 여태껏 당연시되어왔던 지구 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알려준다. 한때 지구 온난화 붐을 일으켰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기 위한 다큐멘터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산화탄소는 사실 지구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충격적인 사실과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기존의 방법을 비판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경제학의 용어나 경제학적 현상 등에 관해 설명한 책이 아니라,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과 일반적인 상식을 데이터와 통계를 이용해 바로잡는 책이다.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것들을 쉽게 바꾸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렵고 굳어있던 경제학을 싱싱하게 살아있는 학문으로 바꾸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학문을 위한 것이고, 이 책은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발간 이후 블로그, 카페 등의 온라인 세계를 휩쓸었던 괴짜경제학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집필한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 이 두 사람의 재치 있는 글재주와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