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신분제도인가? 교육제도인가?
-서남수, 배상훈 저

  • 491호
  • 기사입력 2022.05.17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1923

 '대입'이 궁금한 당신에게 

대학 진학률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 중 대입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당장 여러 정치인들의 자녀 대입이슈가 가지는 영향력만 생각해 보아도 대학 입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민감성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한국의 대입제도에 대한 비판은 지속되어 왔는데, 종종 사람들은 한국의 대입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막연한 생각일 뿐, 대입제도의 어떤 지점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입제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오늘 만나볼 책은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에 대해 찬찬히 뜯어보는 ‘대입제도, 신분제도인가? 교육제도인가?’다.


대입제도는 왜 그렇게 자주 바뀔까?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장은 일상 속, 취업과 임금, 결혼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학 입시라는 게임의 룰이 되는 대입 제도는 공정함을 갖추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하지만 동시에 인지해야 할 점은 바로 대입제도는 교육제도라는 점이다. 

교육적 타당성을 갖추는 동시에, 대학의 자율성을 고려하면서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입제도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은 학부모들이다. 그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바는 ‘입시 지옥’의 해결과 ‘바꾸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명문대의 입학 정원이 제한되어 있는 한, 제도의 변화로 대입 경쟁이 크게 완화되긴 어렵다, 동시에 바뀐 제도에 대처하기 어려운 집단은 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이것이 정책적 딜레마가 된다. 그럼에도 대입 제도가 바뀌는 것은 정치권의 압력이 커질 때, 제도의 보완과 변경이 필요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가 커질 때 등 갖가지 상황에서 다양한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입제도의 주요 변천 과정

우리나라의 대입 제도 변천은 우리 사회가 변화함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사회 변화와 교육 개혁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1945년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대입 제도는 3개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정부가 들어섰던 1945년부터 1980년까지는 대학별 본고사 중심 시기로 대학별로 실시하는 본고사를 통해 입시를 치렀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가 들어섰던 1981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입학 학력고사 중심 시기이다. 본고사는 폐지되고 과외는 금지되었으며 대학 졸업 정원제가 도입되었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의 정부가 들어섰던 1994년부터 현재까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고교 내신, 대학별 고사 3각 체제 시기다. 

수능 시험을 일 년에 한 번만 보는 이유

김영삼 정부 시절,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 수능은 시험을 두 번 보았다. 첫 번째 수능은 성공적이었다. 시험 전부터 새로운 시험 방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컸지만, 시험 이후 언론계와 교육계의 평가는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수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난이도 조절에 크게 실패하여 열심히 준비한 수험생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대다수 학생들의 두 번째 시험 성적은 첫 번째 성적보다 낮았고, 시험장에서 나오며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두 번째 수능 또한 첫 번째 시험을 출제했던 대부분의 출제위원들이 참여한 시험이었으며 전과 같은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해 달라는 요청에 최대한 신경 써 시험 난이도를 안정화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다음 해부터 수능은 한번 치러졌다. 난이도 조절의 어려움, 태풍과 같은 기상 조건, 수험생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수능 시험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도 두 번째 시험에서 다른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받으면 입시에 있어 불리한 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두 번째 수능 또한 포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입제도, 어떻게 바꿔도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역대 정부는 꾸준히 대입제도를 개편해왔다. 각 정부의 교육적 이념 구현, 공정성 강화, 대학의 자율성 확대 등 개편의 이유는 다양하다. 사교육비 경감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통계상 역대 정부가 입시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 이는 사교육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대입 제도가 바뀌면 사교육 기관은 공교육 기관보다 빠른 정보력과 민첩성을 발휘하여 고객의 합격률을 높이는 전략을 마련한다. 이때, 사교육에 뛰어들지 못하는 학생들은 바뀐 제도 속에서 불안해하며 학교 교육 만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결국, 제도 자체보다는 합격을 원하는 절실함과 경쟁이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기본적으로 대학 입시는 한정된 자리에 앉을 몇 명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므로 경쟁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입 제도 개편은 불필요하거나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여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 입시는 어렵다. 학생,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 입시 제도를 관리하는 사람들 모두가 힘든 것이 대입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입이라는 까다로운 요소를 잘 이해하고, 옳은 곳으로 그 방향을 설정해야만 한다. 입시로 골머리를 앓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대입을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