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원 교수의 건축 오디세이 :
다가가는 건축, 질문하는 건축 ①

  • 492호
  • 기사입력 2022.05.26
  • 취재 임찬수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4608

-  자기소개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축학과 이중원 교수입니다. 『건축 오디세이』는 지금까지 성균관대 출판부에서 펴낸 3권의 도서(건축으로 본 보스턴/뉴욕/시카고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축과 도시에 관한 이슈들을 7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집필했습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손으로 직접 그린 스케치가 함께 나오는 점입니다. 스케치를 보며, 쉬엄쉬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 부제목으로 ‘다가가는 건축, 질문하는 건축’은 무슨 의미인가요?


개인적인 이유와 개념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3주마다 기고한 동아일보 건축 칼럼을 주제별로 묶어 기획했습니다. 그동안 펴낸 책들은 단독 저서라서 직접 기획하고 기술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신문사 오피니언팀과 합의를 통해 쓴 시사성이 높은 글입니다. 간혹 마감에 맞추어 원고를 드리면, “이 글은 신문 칼럼에 싣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마감까지 다른 원고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답을 듣는 적도 있었습니다. 독자에게 더 다가가야 하는 글이었던 것이죠. 중학생 수준의 독자도 읽을 수 있어야 해서 쉬운 질문으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이 점에서 개인적으로 다가가는 건축이었고, 질문하는 건축이었죠.


다른 하나는 개념적인 이유입니다. 통상 시장에서 통용되는 건축은 대개 돈과 시간 문제에 따라 효율적으로 짓는 상품에 가깝습니다. 상품으로서의 건축은 도시에 재료가 전달하는 시간성 내지 디테일이 전하는 질감을 간직하여 도시의 본질이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시라는 큰 틀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건축을 바라보고, 정성껏 새로 짓는 건축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때, 건축은 상품으로서의 건축을 넘어서 문화로서의 건축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개인적인 이유와 개념적인 이유에서 책의 부제를 다가가는 건축 질문하는 건축으로 잡았습니다.  


- 책에서 건축의 7가지 키워드를 뽑으셨는데, 그 중에서도 ‘혁신, ‘흐름’, ‘수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기 때문에 혁신, 흐름, 수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도시는 혁신을 통해 새로워져야 하고, 흐름을 통해 소통해야 하며, 수변을 통해 자연과 더욱 적극적으로 접속해야 합니다. 건축으로 본 도시 이야기 시리즈에서 한 권이 끝날 때마다 깨닫게 되는 점이 한 가지씩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혁신, 흐름, 수변이었습니다. 보스턴을 통해 혁신을, 뉴욕을 통해 흐름을, 시카고를 통해 수변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 보통 건축 책들은 유럽 건축을 많이 다루는데 교수님은 미국 건축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미국 건축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유럽 건축과 도시에 관련한 책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2009년 처음 성균관대에 부임했을 때, 야간 기술경영대학원 코스 중에 건축학과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중견 기업 대표님들이었고, 야간 수업이라 신임인 제가 맡았습니다. 일과를 끝내고 오신 이 분들에게 무엇으로 수업을 하면 이 분들이 재밌어 하고, 저도 재밌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미국 도시들을 하나씩 잡아 팀별로 발표하고 제가 그 발표에 피드백하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했습니다. 그 수업은 그 다음 학기에 없어졌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그 분들이 했던 팀별 발표가 제 머리 속에 여기저기 편린으로 남았던 미국 도시들의 지식을 구조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 지난 3월에 ‘건축으로 본 시카고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수변을 공공을 위해 사용한 점이 감명 깊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한 건축일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선행조건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변도로와 올림픽도로의 일정 부분이 지하화 되어야 합니다. 자동차 중심의 수변에서 보행 중심의 수변을 만들어야 하고 도심과 하나되는 수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강은 W자형인데 변곡점들이 아주 중요한 도시 강변경관 스폿들입니다. 동아시아 건축 조경술을 보면 물길이 휘어지는 데 꼭 정자를 두거나 멋있는 소나무를 두거나 다리나 석등을 두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한강의 변곡점들, 다시 말해 주요 절점들에 초고층 마천루들을 세우고 요트를 띄우고 아름다운 보행교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만의 건축 특색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는 산이 많습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내사산 외사산 해서 동심원적으로 두 개의 켜로 산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산세를 잇는 작은 언덕과 구릉이 많습니다. 산이 많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산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보스턴과 시애틀이 도시를 처음 개발할 때 산을 밀고 평지화 했지만, 우리는 산을 있는 그대로 두고서 도시를 개발합니다. 그러면 도로가 도로의 경사도 때문에 바둑판 모양으로 놓이지 않고 등고선을 따라 곡선으로 생깁니다. 필지 또한 곡선 도로를 기준으로 생기니 사각형이 아니라 이형이 많습니다. 이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수반합니다.

- 학생회관 라운지 리모델링 설계를 주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설계를 하셨나요?


이 자리를 빌어 학생들을 위해 귀한 예산을 확보해주신 총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리모델링 설계에 참여시켜 주신 배상훈 학생처장님과 김도년 자산관리처장님께도 감사합니다.  총학과 건축학과 학생회, 김동성 과장님과 김범준 팀장님과 박민수연 과장님, 시공을 맡아주신 조병로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학생회관 라운지를 설계할때 성균관의 전통과 삼성의 혁신을 공간적으로 표현하길 원했습니다. 전통은 다른 말로 지속이고, 더 쉬운 말로는 주변을 세심히 살펴 버려진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여 밝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맡겨진 학생회관 2층 서측 100평 공간은 창경궁의 돌담과 금잔디 광장에 접속하고 있는데 이들과 차단되어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롭게 무엇을 디자인하는 것보다 내벽을 헐고 외벽의 일부를 헐어 내부는 시원하게 하고 내부공간이 창경궁의 돌담을 차경하고 금잔디 광장을 조망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건축 오디세이』에서 쓴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유사한 라운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기는 비우면서 앞뒤를 연결시켜주는 건축이죠. 강학공간이 아니라 유식공간이죠.


▲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회관 외부와 내부



-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건축이라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상적인 건축은 문묘와 성균관, 그리고 오늘날에는 성균관대라고 생각합니다. 개별 건물이 아니라 건물 군집이어서 그렇고요, 사회에 이상을 심어주고 산자와 죽은자의 생각이 공존하고 있어서 그렇고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에이전시(작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대학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하겠지만, 제가 대학생일 때,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온 제 삼촌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학은 사회와 가족이 너에게 생각할 시간을 4년 준 것이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생각을 밀도 있게 하려면, 현장에서 직접 체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8번의 방학 중, 최소한 20주간 유럽과 미국과 중국과 일본 배낭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과 강연과는 또 다른 깊이의 생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인사캠 학생회관 에서


☞ 건축 오디세이 인터뷰 나머지 이야기(클릭하시면 글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