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답- 권기헌 저 & 저자 인터뷰

  • 498호
  • 기사입력 2022.08.30
  • 취재 임찬수 기자
  • 편집 김윤하 기자
  • 조회수 1500

100세 시대 이야기를 듣는 요즘, 삶은 길지만 이상적인 인생을 찾기에는 여전히 짧다. 더군다나 이제 막 어른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20대에게 인생이란 너무나도 막연한 것일지 모른다.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권기헌 교수가 있다. 그는 인생 속에서 혼란스러운 대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 <미래와 답>을 집필했다. 아래 저자와의 인터뷰를 읽으며, 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을 파악해 따라가보자.


- 자기소개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과 교수 및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인 권기헌입니다. 대학원장을 1년 9개월 가까이 지내다보니 일반 교수로 있을 때와 달리 학생들의 다양한 어려움이 눈에 띄었어요.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을 하던 시기와 달리 원하는 직장을 얻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들어서서 더 고민이 많겠구나 생각했죠.  ‘나는 어떤 길을 택해야 과연 즐겁게 몰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딱히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없고 수업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학생들의 꿈과 가치관에 혼돈만을 가져다줄 것 같았어요. 그런 가운데에 우리 학교는 여름 도전학기도 있고 또 총장님도 마침 학생 성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시니까, 한번 이를 기획서로 만들어서 우리 학생이나 제자들에게 나름대로 이론이면 이론, 사례면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미래와 답>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학교 혹은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 책의 내용 중 ‘심층마음에 목표를 각인한다는 것’은 어떤건가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표층 의식이 있고 그보다 더 깊은 우리 뇌 속에는 심층 의식이 있어요. 흔히 꿈이나 목표가 진짜 필 받았다고 하죠? 심층의식에 내가 원하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각인이 되면, 즉 필이 확 꽂히면 마치 첨단 미사일처럼 좌표가 설정되어 결국은 목표에 타겟팅을 한다는 이론이 있어요. 이러한 이론을 토대로 해서 학생들한테 드리고 싶은 얘기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진정한 목표를 심층의식에 각인할 수 있을까?’에요. 이를 위해서 우선 나한테 필 받는 목표가 뭔지 알아야 하는데, 하루를 마치면 마음을 고요히 가지며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세요. 중요한 대목은 기록해보는 것도 좋아요. 목표는 명료하고, 간절할수록 열정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각인하기 쉬워요. 지금은 어렵게 느껴져도 꾸준히 ‘나’에게 집중하면 목표를 심층마음에 각인할 수 있을 거에요.


- 인생 설계를 할 때 가슴 뛰는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교수님의 가슴 뛰는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백지 수표 한 장을 주었다면 얼마를 적으실 건가요? 대학 4년이라는 시간은 통째로 부여된 백지 수표와 같아요. 여기에는 돈 뿐만 아니라, 꿈이나 가치를 적을 수도 있어요. 저는 첫번째로 ‘재학 중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목표를 적었어요. 정말 멋있을 거 같았거든요. 사극에서 머리에 어사화를 꽂은 장원 급제자의 모습은 멋있었고, 중앙 부처의 사무관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한다는 것 자체가 품격 있게 느껴졌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목표를 이룬뒤 한 번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죠. 지금 이 길이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고 좋지만, 한 번뿐인 인생을 가슴 뛰면서 살아갈 만한 분야일지 확신이 없었어요. 이때문에 넓은 데서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공부를 해보고자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루게된 것이죠. 여러분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꿈속에서, 좋아하는 책 한 줄 글귀에서, 우연히 본 영화나 강연에서, 문득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뭐지? 난 어떻게 사는게 멋있을까? 여기서 포인트는, 목표가 진짜로 가슴을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 도전하면서 위기를 겪기도 하셨나요?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일하는 대신 하버드 대학원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들리는 걱정아닌 걱정들이 저를 처지게 했어요, “야 너 그렇게 미국 유학 가서 실패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거기서 박사 학위를 받아서 돌아오더라도 직장 못 잡고 시간 강사하다 끝나는 사람이  많아” 등등, 안좋은 얘기는 끝도 없더라고요. 하지만 현대사회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기계 사회와 비슷해서, 적극적으로 자기 소망을 미리 찾아놓지 않으면 인생이 부리는 대로 계속 움직이게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듯, 모든 일은 실패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니 우리 학생들도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가면서 가치를 확립해가면 좋겠어요.


- 대학생은 목표를 가져도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자신감은 살면서 나름대로 잘한 일도 겪고, 못한 일도 겪으면서 축적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대학 다닐 때도 대학교 1, 2학년에 고시에 합격했다는 합격기나 고시반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저 선배들은 대단한 것 같고, 최연소 수석 같은 사람들도 보면 남다른 체력과 남다른 지력을 가진 것 같단 말이에요. 그럴수록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나약하고 우울해지는 과정을 겪기도 하죠. 하지만 그러다 결국 자신도 작게나마 무언가를 해내면, 그것으로부터 자신감은 시작되는 거에요. 저 또한 보스턴에 유학 갔을 때 미국 학생들과의 경쟁이 처음에는 넘지 못할 큰 산같은 어려움으로 느껴졌지만, 결국 해낸 뒤에는 하나의 자신감이 되어서 그래 한번 또 가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됐죠. 이를 유추해서 보자면, 우리 성균관대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라면 나름대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분명히 공부나 다른 것을 통해서 자신감을 작게나마 얻었을 것 같아요. 그런거를 회상해 보는 거죠. 그렇게 작은 성과에서 자신감을 이끌어내고, 그게 다음 도전의 밑받침이 될 수 있도록 한번 연결해보세요.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이나 하이브리드로 수업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학생들은 이러한 시대에 더 묻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어요. 자기 목적 의식이 뚜렷한 학생들은 목표를 타겟팅한 채 나아가는데,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그저 컴퓨터에 묻혀서 학점 따는 데에 목 매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어요. 결론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지, 쉽지는 않지만 부단히 찾아서 노크하고 정보를 구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이야기하고 싶네요.


저자는 2, 30대의 젊은이와 자신이 서로를 온전히 공감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랬다. 인터뷰 내내, 오늘날 혼란을 겪고 있을 젊은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픈 저자의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이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본문에 미처 담지 못한 저자의 말과 함께 기사를 마무리하겠다.


"인생은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어떠한 규격화된 강의나 이론보다도 그저 좀 느슨하고 허술한 이야기가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더 도움을 주기도 하죠. 지금의 학생들은 때론 어느 게 꿀알바인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쉽게 높은 학점을 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취업 전선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해요. 하지만 저는 말했듯이, 정말로 인생이 백지 수표처럼 귀한 것이라면, 자잘한 전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크게, 그리고 멀리 보면서 전쟁을 승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겠다가 목표가 되어야지 어떤 대기업에 들어가야지가 목표가 되면 안된다 생각해요. 하지만 시대가 사람들을 자꾸 그렇게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너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게 꿈이고, 뭐에 관심 있니를 묻는 세상이 아니에요. 대신 연봉, 직장, 동네에 대해 묻죠. 근데 거기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평생 행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게 물론 쉽지는 않지만, 과연 그저 직장에만 다닐 것인가 아니면 내 나름대로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려 부단히 노력할 것인가가 오늘날의 핵심 가치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