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 511호
  • 기사입력 2023.03.12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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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기회를 찾고 싶다면


라틴어로 ‘슬기로운 사람’을 뜻하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을 당시와 ‘지금의 우리’는 사뭇 다르다.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실시간으로 표현된다. 1, 2, 3차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도래했으며, ‘알파고’, ‘챗 GPT’ 등의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이제 익숙한 존재이다. 엄청난 기술적 혁신을 이루었지만 그 기술을 만든 인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는 헤드라인이 쏟아진다. "위기는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고난으로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로 다가온다. "라는 말이 있다.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준비된 자’가 되고 싶다면,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를 추천한다.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최재붕 교수는 연구 도중 기술의 성패에 대한 그의 오랜 고민에 답을 준 ‘인류의 진화’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그 이후 ‘사람’ 중심으로 기술에 접근하면서 ‘문명을 읽는 공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를 집중 연구, 분석하며 2014년부터 ‘4차 산업혁명과 포노 사피엔스’에 관한 강연을 1,200회 이상 해왔다.  2019년 『포노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CHANGE 9(체인지 나인)』,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등의 책을 출판하며 ‘포노 사피엔스’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작년 <인류가 이주한 신도시 메타버스> 세미나를 진행하고 도전학기 메타버스에 관해 강의하는 등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위기 속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모든 혁신의 중심에 있는 우리 ‘포노 사피엔스’의 이야기를 최재붕 교수에게 들어보자.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는 2015년 이코노미스트의 특집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 Planet of the Phones’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스마트폰 문명의 놀라운 혁신성을 이용해 신문명을 창조한 새로운 종족을 뜻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포노 사피엔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이다. 최재붕 교수는 아이폰이 탄생한 후 불과 10년 만에 많은 인구가 스마트폰 사용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은 ‘진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알려진 인간의 학습이론은 복제이론 (Meme Theory)다. 정보를 접하고 이를 뇌에 복제해 새로운 생각을 창조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보는 정보가 달라지자 생각의 혁신이 일어났다. 또한 대중매체인 신문과 방송의 역할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자, ‘포노 사피엔스’들은 ‘정보의 선택권’이라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이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문제가 닥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조직과 핵심 산업에는 기성세대가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가 담겨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디지털 문명에 관한 아이디어의 가치가 급등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기성세대 또는 ‘4차 산업혁명이 자신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자’들의 상식의 교체가 필요하다.


“상식을 바꿔야 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고 불편한 일이지만, 이것은 지금의 현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새로운 문명에 우리의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최재붕 교수는 생각의 변화는 거의 모든 것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며 과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상식, 경험에 의한 지식들이 새로운 표준 문명,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도 유효한 건지 끊임없이 묻고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출발점은 사람

“디지털 문명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었을 뿐 사회를 이루는 중추는 여전히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의 변화’를 중심으로 혁명을 설명한다. 하지만 ‘포노 사피엔스’가 일으킨 지금의 혁명은 ‘사람’에서 시작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달라진 소비자가 시장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기업들의 목표는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된다. 최재붕 교수는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킬러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킬러 콘텐츠란 ‘이건 꼭 경험해봐야 해’라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권유할 수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킬러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로는 ‘편리함’, ‘업의 본질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 ‘고객이 네트워크를 통해 퍼뜨릴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의 유무’가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 앱, 우버, 아마존 등이 있다. 킬러 콘텐츠의 중요도가 높아진 이유는 ‘소비자 중심’ 서비스의 확대에 있다. 나를 배려하는 제품, 나만을 위한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술보다는 배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재붕 교수는 기업의 상품을 경험한 고객이 팬이 되는 순간 마케팅의 효과는 광고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결국 ‘팬덤’을 형성하는 것도 킬러 콘텐츠가 하는 일이다. 소비자와의 공감대가 클수록 킬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기에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한다. 특히 아마존은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흔적을 기반으로 한 아마존만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 그렇다면 새로운 혁신의 시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 고객과 공감하는 능력 갖기

- SNS 활동을 통해 디지털 문명을 제대로 경험하기

-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하는 방법 익히기

-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관심 가지기


“배려할 줄 알고, 세심하고, 무례하지 않으며, 친절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또 능력 있는 사람”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업 기획 성공 사례와 최재붕 교수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포노 사피엔스’에 관한 데이터가 궁금한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세바시)

 

“우리는 늘 이렇게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사람뿐이라고. 자원도 없고, 축적된 자본도, 기술력도 없는 나라에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오로지 ‘사람’의 힘이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