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사람, 문화와 여행하기
–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 542호
  • 기사입력 2024.07.01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633

“삶은 여행이고, 여행은 삶이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담고 있는 ‘여행’.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땅으로 몸을 싣는 과정이다. 여행에도 저마다의 느낌이 담겨있다. 홀로 여행, 관광지 여행, 배낭여행, 패키지여행 등 무슨 여행으로 장소를 가는지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달라진다. 당신은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이영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교육과 / 다문화 상호문화 협동과정 교수로 활동하며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에서는 우리가 여행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지 15가지 장소를 따라가며 여행의 가치와 새로움을 소개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여행하는 자와 여행되는 것’ 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의 여정에 탑승해 보자.



☞ 낯설게 바라보기 ☜


“의도적으로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에서 낯설게 바라보기는 여행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하며 마주하는 새로운 장소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각각의 장소마다 고유한 특성과 분위기로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낯섦을 경험하는 우리들을 환영한다. 여행지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기에 다양한 것에서 기대와 설렘을 느낄 수 있다. 그곳만의 분위기와 경치에 매료되고 압도된다. 이는 꼭 여행지를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주변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 보자. 어제는 지나쳤던 것이 새로운 의미로 당신에게 다가올 수 있다. 얼마나 일상에서 벗어나냐, 보다 어떤 느낌과 시선으로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하다.  



☞관광 vs 여행 ☜


“관광은 예기치 않은 경험을 최대한 막아서 안전성을 보장하려 하지만, 

여행은 예기치 않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만족감을 더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여행의 어원은 ‘고통’이지만 관광의 어원은 ‘돌아옴’이다. 어원에서의 차이가 의미에도 드러난다. “관광은 잠시 둘러보며 구경하고 즐긴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여행은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동참해 들어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여행지를 편안하게 즐기고 돌아오는 것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들이 향유하는 독특한 생활양식과 문화를 직접 접하고 체험하는 것이 여행이다.


수용 방식에서도 다르다. 관광은 낯선 볼거리나 경험 거리를 제공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는 편안한 바운더리 안에서 해결하려 한다. 예컨대 유럽 여행에 가서 한인 식당을 찾고, 익숙한 호텔 체인이나 통역이 잘되는 호텔에서 숙박한다. 힐링 여행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바운더리를 구분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 몸을 맡긴 채 떠나는 것은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은 고통과 위험에 노출되기 쉽지만 그만큼 그곳에서의 일상에 온전히 스며든다. 여행 혹은 관광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경계 너머의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형성한다.



☞ 오감을 활용한 여행 ☜


“사진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 추억을 생생하게 남기는 여행”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우리는 이 다섯 가지 감각으로 타지의 새로움을 경험한다. 이 중 우리는 시각을 통해 주로 경험하며 다른 감각을 흔하게 간과한다. 여행지에 가 사진을 남기는 데에 혈안이 되어 나의 시선은 핸드폰 안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시각이 특히 발달한 동물이 아니다. 모든 감각을 활용해야 온몸으로 그곳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나무와 풀냄새가 오묘하게 얽힌 그윽한 향기’ ‘처마 끝 풍경 소리’는 사진에 담을 수 없다. 저자는 한정된 감각에서 벗어나 오감을 활용해 여행지를 걷는다면 생생한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고 전한다.



☞ 공정여행 ☜


“공정여행이란 말 그대로 ‘공정한 여행’, 

즉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여행을 말한다.”


공정여행은 여행자와 현지인 간의 관계 맺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여행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그들의 문화와 삶을 존중하며 여행하는 방법이다. 여행지는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겐 삶의 터전이다. 현지인들이 터전을 잃는다면 여행지는 자체의 매력과 고유성을 잃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홈스테이, 에어비앤비 등 주민들이 운영하는 현지 숙소와 로컬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이를 간단히 막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새로움과 낯섦, 현지인의 삶을 따라가는 경험을 주고, 그들은 삶터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여행지가 모두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숙박업소로 들어차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  


☞ 여행의 종착지 – 여행 정리 ☜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꾸어보는 것, 

갔다오고 나서 내가 어떻게 바뀌었고, 바껴나갈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일회적인 여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이 여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충분히 즐기고 돌아왔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여행 정리다. 여행을 정리하며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고, 일회성의 경험이 아닌 삶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 주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저자는 여행을 모두 끝내고 돌아와서 하는 것보다 매일 저녁,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이 여행 정리에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여행을 모두 끝내고 돌아와서는 현실로 빨리 돌아오라고 스마트폰이 외친다. 여행 정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여행 중에 틈틈이 여행일지를 쓰고 메모를 해둔다면 오랫동안 그때의 순간을 기억 창고에 저장할 수 있다.


자, 이제 여행을 떠나보자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싶은 이에게 이 한권의 책을 추천한다.


“떠남은 머무름을 만들고, 머무름은 다시 떠남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