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으로의 탐험,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 559호
  • 기사입력 2025.03.09
  • 취재 윤정민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899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이 책은 저자가 기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온 뇌과학 강연 중 흥미로운 강연 12편을 담은 도서이다. 저자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탐구한다. 뇌과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 그리고 사회를 통찰해 보고 사유해 보고 싶다면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추천한다. 이 책이 당신을 지성의 숲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저자 정재승은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다. KAIST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학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 첫 번째 발자국: 인생이란,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가는 것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타인의 지도를 뜯어내 짜깁기한 ‘누더기 지도’를 들고 그것이 자신의 지도인 양 살아가는 삶을 경계하라고 이야기한다. 열심히 길을 잃고 방황하며 세상에 대한 본인만의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가야 지도의 존재가 유의미해지는 것이다. 타인이 상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추구하는 나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내 경험이 만들어낸 지도를 기반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 길을 잃어본 자가 길을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다. 젊은 우리는 처절하게 실패하고, 넘어지며, 아파해야 한다. 그 아픔이 남긴 흉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러한 어린 날의 수고가 나라는 사람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이고 어리숙한 선택을 거쳐 만들어진 나만의 지도가, 나의 삶을 더욱 풍만하게 할 것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사람들을 실망시킬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합니다.’


| 다섯 번째 발자국: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수적인, 후회

후회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선택했을 때 벌어질 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전두엽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강한 의지 표현이다. 우리 인간은 후회와 학습을 통해 여러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이 선택한 것 이외의 선택지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이다. 우리는 잘못된 선택 때문에 후회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선택을 성찰하며 점차 후회를 줄여 나갈 수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이유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후회는 일시적인 아픔을 주지만, 우리의 삶에 절박함을 부여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는 ‘나침반’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당장의 어리석은 선택이 추후 내 삶의 판도를 바꾸는 최적의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오랜 탐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여섯 번째 발자국: 행복은 기대에 의해 무너진다.

저자는 신경과학적으로 행복과 불행이 ‘예측 불가능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은 기대하지 않을 때 더 크게 느껴지고, 반대로 불행은 예상할 수 없을 때 더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비를 입금받았을 때보다, 우연히 길에서 만 원을 주웠을 때 더 기쁜 것처럼 우리의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반면, 5년 후 큰 병을 앓게 될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5년 동안 병에 시달릴 것이라는 상상에 시달리며 미래를 두려워할 것이다. 결국 병을 앓을 것이라는 미래를 알지 못했던 것보다 더 오랜 기간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행복을 더 크게 누리고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미신과 징크스는 일시적으로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미래를 통제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불안과 집착을 불러온다. 저자는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하고 견딜만한 ‘탐험’이라고 이야기한다.


‘왜 우리는 삶을 구속하는 비이성적인 믿음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을까요? 내 삶은 내가 하기 나름이고, 나의 온전한 의지에 좌우된다는 고귀한 믿음을 왜 우리는 스스로 기꺼이, 너무나도 쉽게 포기하는 걸까요?’


| 열한 번째 발자국: 혁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리더십 모드(readership-mode)가 아니라 팔로워십 모드(followership-mode)로 작동한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리더가 되기보다는 누군가를 따르고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전략으로, 우리 뇌는 특별히 주목받거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익숙한 방식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혁신은 이러한 본능과 반대되는 방향에서 시작된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에서 시작된다. 돌파구가 될 만한 혁신의 성공 확률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다.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명확한 도전이어야 한다. 무모한 시도는 피하되, 도전 자체를 회피해서도 안 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실패하지 않기 위한 준비에 철저해야 하며, 과감하되 무모하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두 모순되는 주장 사이에서 매우 섬세하게 실천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을 향한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 조언한다.



정재승의 인간이라는 숲을 향한 나머지 발자국을 따라가 보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책 ‘열두 발자국’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