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이 금속과 함께 완벽해지리라는 믿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 562호
- 기사입력 2025.04.28
- 취재 이정빈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1686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땅속의 광물이 영겁에 걸쳐 숙성되면서 금이 된다는 민간 신앙에서 출발한 연금술. 이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속이나 물질의 제련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더 높은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금을 만드는 시도 역시 단순히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에서 그치지 않고 납, 구리, 철과 같은 흔한 금속을 완벽한 금속으로 알려진 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혼도 같이 완벽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행해졌다. 이와 같은 모티프에 착안한 『연금술사』는 청년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기 위해 이집트 피라미드에 다다르는 여정에서 영혼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혼의 필독서’다.
『연금술사』는 1987년 출간 이후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2,0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현재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 주었다. 그는 1986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을 쓴 이듬해 『연금술사』에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왔다. 2009년 그는 『연금술사』로 기네스북에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록되었다.
▣ 1부: 자아의 신화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꿈을 꾸다
부모님의 의지로 신학교를 다니던 산티아고는 넓은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다는 열망에 학문을 관두고 양치기의 길을 걷는다. 그는 지역의 모든 마을을 알 정도로 안달루시아의 평야를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자신의 존재 의미였던 여행을 실현하며 삶의 가치를 더해가던 중, 하루는 버려진 낡은 교회에서 잠을 청하다 지난주와 같은 꿈을 꾸게 된다. 반복해서 꾸는 꿈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산티아고는 타리파에 있다는 해몽을 잘하는 노파를 찾아간다.
| 살렘의 왕 멜키세덱을 만나다
꿈 내용을 들은 노파는 그에게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말을 전한다. 현재 살고 있는 안달루시아에서 한참 떨어진 이집트에서 보물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산티아고는 잔뜩 실망한 채 광장으로 향한다. 광장에 있던 그에게 평범한 노인의 모습을 한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 다가와 말을 걸고, 산티아고는 그가 왕이라는 이야기를 쉽게 믿지 않는다. 그는 산티아고가 자신을 의심하자 품 안에서 빛을 뿜어내며 광장의 모래 위에 산티아고의 기억을 적는다.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는 왕의 모습에 당황하는 산티아고에 그는 ‘자아의 신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 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표지를 따라 배에 오르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標識)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자네는 신이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표지의 도움을 받아 자아의 신화를 찾으라는 왕의 전언에 산티아고는 고심 끝에 보물을 위한 여정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정한 산티아고에게 왕은 겉옷을 젖히고 금으로 된 흉패에서 우림과 툼밈이라는 흰색과 검은색의 보석을 하나씩 건네준다. 검은 것은 ‘예’, 하얀 것은 ‘아니요’를 뜻하며 표지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도 함께. 산티아고는 두 보석을 쥐고, 데리고 있던 양을 모두 판 뒤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으로 향한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강도에게 가진 돈을 모조리 빼앗기고 만다. 자신이 너무 어리숙했음을 깨달은 그는 다시금 왕의 말을 떠올려 표지를 주의 깊게 살피리라 다짐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야 새로운 세상을 진정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 2부: 만물의 언어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 마크툽,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다
돈을 모두 빼앗겨 오로지 우림과 툼밈, 두 보석과 동행하는 산티아고는 크리스털 상점의 그릇을 닦겠다고 요청해 점원으로 채용된다. 손님이 없던 가게는 그의 열정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눈앞에 귀향이 다가온다. 빈털터리였던 산티아고가 아프리카 대륙에 온 지 11달이 된 날, 양 120마리를 사고 고향으로 돌아가 상업허가증을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액수의 돈을 모으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는 꿈을 이루고자 발을 디뎠던 아프리카에서 어느새 일 년을 꼬박 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처음 가졌던 꿈의 형상을 잃어간 산티아고는 이 돈으로 양을 살 수 있기에 오늘 떠나겠다고 상점 주인에게 말한다. 그런 그를 오래 지켜보던 상점 주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난 자네가 자랑스럽네. 자네는 이 크리스털 가게에 생기를 가져다주었어. 자네는 또한 자네가 양을 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상점 주인은 자기의 마음을 어떻게 아냐는 산티아고의 말에 짧게 ‘마크툽’하고 대답한다. 마크툽(Maktub)이란 대개 종교적인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쓰여 있는 말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운명이나 신의 계획에 따라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철학적 관념이지만, 이는 결코 수동적 개념이 아니다. 운명이 나침반처럼 인간에게 방향을 제시하면, 그 후로는 개인이 운명을 따라가는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 사막의 언어를 깨우치고 연금술사를 만나다
마크툽, 상점 주인이 장담했던 것처럼 산티아고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꿈을 포기하고 양을 사는 대신, 이제는 진정으로 피라미드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는 사막을 건너는 대상 무리에 편승해 사막 위에서 지난한 시간을 보내며 깨우침을 늘려 간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두 마리 매가 하늘을 날며 원을 그리는 형상을 지켜보게 된 그는 사막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만물이 공유하는 다른 언어, 즉 만물의 언어가 있음을 깨달으며 그는 자아의 계몽을 이룬다. 사막이 가르쳐 주는 것을 비로소 만나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난 산티아고는 만물의 정기와 마음에 대해서도 차츰 알아가며 자아를 완성한다. 점점 보물과 가까워지면서 그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산티아고는 자신에게 세상의 깊이를 일깨워 준 스승, 연금술사에게 떠는 목소리로 연금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연금술사는 진정한 연금술의 의미를 재고하도록 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했던 여러 종류의 연금술사 중 금만을 좇던 이들의 패망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끝으로, 오직 금만을 찾으려는 자들이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 비밀을 찾아내지 못했어. 납과 구리, 쇠에게도 역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는 걸 잊었던 걸세.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지.”
| 모래 언덕에 올라서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와의 만남을 끝으로, 영겁의 세월을 넘어 피라미드에 당도한다. 마침내 피라미드를 바라보고 섰을 때 그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 되고, 늙은 왕, 크리스털 상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신께 감사했다. 하지만 그렇게 갈구해 온 보물을 찾기 위해 피라미드 땅 아래를 열심히 파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모래를 파헤치는 산티아고에게 병사 하나가 와서 말을 건넨다.
“지금 네가 쓰러져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역시 이 년 전쯤 같은 꿈을 두어 번 꾼 적이 있지.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근처 양치기들이 양 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 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산티아고가 긴 세월 동안 찾던 보물은 다름 아닌 여정을 시작했던 버려진 교회의 무화과나무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럼에도 먼 길을 떠나온 이 여정이 허무하기만 했다고 치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영혼의 연금술을 시도하며 수없이 많은 모래알을 건너온 산티아고는 사막과 바람 속에서 진정한 자아의 보물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산티아고의 영혼을 계도하는 순례길에 함께 올라 동행하길 원하는 이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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