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어온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방인』

  • 586호
  • 기사입력 2026.04.25
  • 취재 김한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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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책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은 독자는 책 표지를 열자마자 순식간에 낯선 세계로 밀려들어 간다.

우리는 보통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어떤 감정을 보여야 하는지도,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모두가 비슷한 것을 떠올리고, 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질문해 보자. 그 ‘당연함’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우리는 익숙하게 믿어온 세계 밖으로 떨어진다.




출처:위키피디아


| 부조리한 세계를 직면하는 법, 알베르 카뮈에게 배우다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에서 태어난 작가로, 불문학을 대표한다. 1957년, 그는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인 44살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 즉 '부조리'를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카뮈는 '사람은 죽는다',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이 단순한 두 문장 속에 개괄적인 철학을 담았다. 인간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삶은 그 자체로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필연적인 삶의 부조리를 마주하고, 그에 맞서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방인』은 그의 사유 3단계 중 ‘부정’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 살해, 동시에 떠오르는 물음표

이방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이해할 수 없음’이다.

왜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그렇게나 담담했을까.

왜 그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총을 쐈을까.

하지만, 이 질문들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옮겨간다. 우리가 정말 이해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의문들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 걸까. ‘그의 행동’일까,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상성의 모습’일까.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뚱이에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


이 구절은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세계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균형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 재판, 진실을 넘어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

“ “모든 변호사들이 그렇게 해요.” 나는 그것이 나를 이 사건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고, 나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대체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그 법정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내 변호사도 내겐 터무니없어 보였다.


재판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뫼르소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타인들이 그의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 과정은 어딘가 익숙하다. 마치 인터넷과 SNS에서 타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물론 언어는 우리의 생각,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도구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갖는다. 모든 것을 보여주진 못한다. 뫼르소처럼 타인에 의해 설명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왜곡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



| 사랑, 다양한 방식으로 묻어나는 깊은 감정

재판이 언어만으로 인간을 재단하며 말해지지 않은 감정을 지워버린다면, 살라마노 영감은 그와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개를 거칠게 대하지만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으며, 뫼르소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또한 말이 아닌 방식으로 꿰뚫어 본다.


“(동물 보호소에서) 개를 빼앗진 않겠지요, 뫼르소 선생? 돌려줄 테지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되겠어요?”


위와 같은 그의 절박한 물음에는 서툴지만, 분명한 감정이 담겨 있다. 결국 이 대비는 분명해진다. 표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며, 더욱 진실한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오히려 이 소설은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진심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드러낸다.



| 얼음, 단단한 그것 안에 감춰진 새로운 무언가를 느껴볼 시간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당혹감, 불편함, 그리고 묘한 공허함. 우리가 굳건히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우릴 둘러싼 사회의 많은 것들은 견고해 보이지만 쉽게 깨지는 살얼음과 같은 게 아닐까.

『이방인』은 얇고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당연하다고 믿어온 세계를 한 번쯤 의심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틀에 익숙해진 사고를 뒤집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단해 보이는 빙판 위를 대부분의 사람은 의심없이 걸어간다.

하지만 실제로 얇아서 금방 깨어지는 살얼음이었고, 얼음 아래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것이 있다면.

『이방인』은 사실 그 얼음이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충격과 함께 얼음 안의 새로운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