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으로 떠나는 피서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
- 594호
- 기사입력 2026.08.28
- 취재 김한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 조회수 1265
| 일상을 마법으로 바꾸는 작가, 백희나
뜨거운 햇볕에 지치고, 에어컨 바람에만 의지하게 되는 여름.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여름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백희나의 그림책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상상과 온기를 불어넣는 힘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백희나는 인형과 소품을 직접 만들고 촬영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그림책 세계를 만들어왔다. 『구름빵』을 시작으로 『장수탕 선녀님』, 『달 샤베트』, 『알사탕』 등 사랑받는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0년에는 세계적인 그림책 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출처: 경향신문
그의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공간과 평범한 하루에서 출발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감각과 기억을 꺼내 놓는다. 특히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은 무더운 여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원한 여름’을 선물한다.
▲출처: 교보문고
| 달이 녹아 샤베트가 되는 밤, 『달 샤베트』
『달 샤베트』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 너무 더워 잠들지 못하던 순간 하늘의 달이 녹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녹아내린 달을 받아 달 샤베트를 만들고,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그렇게 뜨겁기만 했던 밤은 조금씩 달라진다.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여름밤의 더위라는 익숙한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백희나는 여기에 ‘달이 녹는다’라는 기발한 상상을 더한다. 그리고 달 샤베트를 함께 나누는 순간, 혼자 견뎌야 했던 더위는 모두가 함께 누리는 즐거움으로 바뀐다.
“모두모두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
『달 샤베트』가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다. 더위를 없애는 것은 달 샤베트라는 작은 상상이고, 그 상상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야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혼자였다면 그저 견뎌야 했을 무더운 밤이 누군가와 나누는 기억이 되는 것이다.
▲출처: 알라딘
| 오래된 동네 목욕탕에서 만난 가장 차가운 여름, 『장수탕 선녀님』
『장수탕 선녀님』의 무대는 오래된 동네 목욕탕이다. 주인공 덕지는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찾고, 그곳에서 자신을 ‘선녀’라고 소개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화려한 수영장이나 피서지가 아닌 낡은 목욕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오히려 어린 시절의 여름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덕지에게 냉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다. 할머니와 함께 놀고, 물장구를 치고, 몰래 간식을 나누는 놀이의 공간이다.
“할머니는 냉탕에서 노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계셨다.
쏴아아,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첨벙첨벙,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출처: 경남매일
책 속에서 덕지는 선녀님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건넨다.
“드디어 엄마가 요구르트를 하나 사주셨다.
나는 할머니께 요구르트를 드렸다.”
거창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장수탕 선녀님』의 여름은 더 오래 기억된다. 오래된 목욕탕, 냉탕에서의 물장구, 목욕 후 마시는 요구르트처럼 사소했던 경험들이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을 이루는 소중한 장면으로 남는다.
| 우리가 기억하는 여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두 작품은 모두 특별한 곳으로 떠나는 대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공간에서 여름을 시작한다. 『달 샤베트』에서는 평범한 집과 동네가 상상의 무대가 되고,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오래된 목욕탕이 어린 시절의 놀이터가 된다. 그래서 두 그림책의 여름은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던 시원함, 물장구치며 놀았던 순간, 작은 간식을 건네던 마음처럼 아주 사소한 감각과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목이 조금 말랐지만 참을 만했다.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
어쩌면 여름이 지나고 난 뒤 우리가 기억하는 것도 이런 순간들일지 모른다.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보다 무엇을 먹었고, 누구와 놀았는지, 더운 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같은 작고 구체적인 기억들이다.
| 여름, 마음으로 시원해지는 계절
대학생이 된 뒤의 여름은 어린 시절과 사뭇 다르다. 방학에도 해야 할 일은 남아 있고, 여행과 대외활동, 아르바이트와 각종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다.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생각마저 하나의 계획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거창한 휴가 외에도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달 샤베트』는 상상으로 더위를 식혀주고, 『장수탕 선녀님』은 오래된 기억 속 따뜻한 여름을 꺼내 보여준다. 두 책 모두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은 뒤에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여름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무더운 날, 차가운 음료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며 잠시 쉬는 것도 피서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 누렸지만, 이제는 쉽게 지나쳐버리는 즐거움을 다시 발견하고 싶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 올여름의 끝자락, 늦더위를 잊게 할 그림책 한 권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어른에게도 여름의 감각을 깨워주는 이야기다. 달을 녹여 만든 샤베트로 무더운 밤을 식히고, 오래된 목욕탕에서 만난 선녀님과의 추억으로 여름을 채운다.
무더웠던 여름과의 지난한 씨름에 지쳤다면 잠시 이 책을 펼쳐보자. 시원한 냉탕과 달콤한 샤베트,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여름의 기억.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던 피서는 이미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바쁘고 더운 요즘, 지친 일상 속 잠시 어린 시절의 여름을 만나고 싶은 성균인들에게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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