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 했는가

  • 499호
  • 기사입력 2022.09.26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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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재석 유학대학‧학부대학



# 후회를 최소화 하는 지혜?


혹시 살면서 후회되는 순간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언제였는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당연히 시작해서도 안 되겠지만,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만 하는 것을 주저하다 시작조차 안하고, 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했다면 아쉬울 것이다. 때론 하더라도 건성건성 하는 둥 마는 둥 시간만 허비했더라면 또한 후회될 것이다. 후회 없이 삶을 살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후회를 최소화 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 고전의 지혜이다. 『중용』은 말한다.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남이 한 번에 그것을 해내면 나는 백 번의 노력을 기울이고, 남이 열 번에 그것을 해내면 나는 천 번의 노력을 기울인다.


人一能之의 人은 다른 사람을 지칭한다. 一은 한 번이라는 양사이다. 能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之는 지시대명사로 ‘그것’을 의미한다. 己百之의 己는 자기 자신을 지칭한다. 百은 백 번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十은 열 번이라는 양사이다. 千은 천 번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 용기 있는 선택, 주저 않고 시작하기


남이 한 번에 무언가를 해내거나 열 번 만에 성과를 낸다는 건, 그 방면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거나, 이전부터 쌓아온 경험들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같이 시작했는데 손쉽게 해내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물론 조금의 노력으로도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서, 모든 일을 대충대충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힘을 상대적으로 덜 들일 뿐이지, 다른 곳에 힘을 나누어 쓰며 몰입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성과를 이루다 보면, 자만에 빠져 노력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결국 노력한 자에 뒤처지게 된다.


문제는 노력해도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이다. 해도 안 되나 보다 선을 긋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우려되는 것은 포기가 습관이 되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현실을 비난하는 부정적 인식도 자라날 수 있다.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꿈꾸지 않고 시도하지 않으면 주어지는 대로 수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다. 박힌 소의 뿔을 뽑으려면 불로 달구어 놓은 김에 해치워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한창 열이 올랐을 때 망설이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자신의 희망을 명확히 했으면, 시작해야 한다. 실행으로 옮겨야 소망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논어』에서는 “비유하자면, 땅을 고르는데 흙 한 삼태기를 부어서 시작했더라도 나는 나아간 것이다.” [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 論語』「子罕]라고 하였다. 어떤 일의 최고 성과를 이루는 것은 움푹 파인 구덩이를 모두 메우는 일처럼 단번에 해내기 어렵다.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해야 한다. 뿌리를 먼저 튼튼하게 내려야 줄기가 나고 잎이 무성해 질 수 있듯,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은 첫 발을 내딛는 용기 있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 “이봐, 해보기나 했어?”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은 불가능 하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고 질책했고, 이 말을 평소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1952년 2월 나무도 풀 한포기도 없는 엄동설한에 보리밭을 옮긴 일화는 유명하다. 미군으로부터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하여 부산 UN군 묘지에 들릴 예정인데, 잔디를 깔아 줄 수 있는지 제안을 받자, 공사비 3배의 조건을 걸고 곧바로 낙동강으로 향했다고 한다. 모두들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할 때 물러서지 않고, 이제 피어난 보리를 옮겨 놓아 나무 한 그루 없던 묘지에 푸른색을 입힌 것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소 설립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돈, 기술, 경험, 명성, 그 어떤 것도 없던 그는, 자금을 만들기 위해 모래사장 사진 한 장과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설계도 한 장을 들고 영국 버클레이 은행 회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부질없는 짓이라 말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차관 승인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자,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이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고, 그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결국 차관 승인을 받아내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못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불굴의 개척정신은, 하기도 전에 미리 단정 짓고 시도하지 않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과감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안하면 영원히 모르고, 못한다.


# 최선, 자신의 한계를 마주할 때 까지  


물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있다.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맹자는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을 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自暴’자와 함께 대화나누기도 어렵고, 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한계 짓는 ‘自棄’자와도 함께 일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했다. 스스로를 믿고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 남이 한 번에 해내더라도, 나는 백 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남이 열 번에 해내더라도 나는 천 번의 노력을 기울여 지속해야 한다.


2021년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 한 손 없는 폴란드 탁구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32)가 눈길을 끌었다. 오른손이 없는 선천적 장애가 있음에도, 장애는 장애일 뿐이라며 서브 넣을 때 오른 팔꿈치 앞쪽 사이에 공을 끼워 넣은 뒤 왼손으로 서브를 넣었고,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비장애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할 줄 안다며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6강 복식에서 한국선수들과 맞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11-11에서 내리 2점을 내주며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지만 불굴의 투혼 정신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물론 객관적 한계는 존재한다. 노력을 강조하다 자신의 한계를 과대평가하고 지나치게 몰입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공자는 ‘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不知命, 無以爲君子. -  『論語』「堯曰」]고 하였다. ‘명’은 운명 · 천명 등으로 풀이되는데 자기다움의 역할을 다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객관적 한계를 뜻한다. 자신의 한계는 부단히 노력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자는 자신의 운명도 천명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까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어에서는 “비유하자면 산을 만드는 데 흙 한 삼태기가 모자라 이루지 못하고 그만두더라도, 나는 그만둔 것이다.”[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 『論語』  「子罕」]라고 했다. 가짜 산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중장비가 없으면 삼태기로라도 자기 분수에 맞게 흙을 옮겨야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삼태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면 그것은 중도에 포기한 것과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소망을 위해 도전하면 감동의 깊이는 동일하다.


#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성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 후회의 마음이 컸다면, 두 가지 성찰과 다짐을 해야 한다. 주저하지 않고 시작하는 용기를 가졌는지. 그리고 나의 힘에 맞게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다보면, 분명 태어나면서 능력이 출중한 자도 있고, 배워서 할 수 있는 자도 있고, 자질이 부족하여 부단한 노력 끝에 비로소 가능한 자도 있다.


자신이 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면,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능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자라면, 自暴自棄하여 중도에 하차할 가능성이 있으니, 끈기 있게 해야 한다. 시작이 다르다고 우쭐대거나 주눅들 필요도 없다. 출발 지점은 분명 다를 수 있지만, 훌륭한 성과를 내고 최고 경지에 이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평한 기회다.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시작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과감히 발을 내딛고,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최대치까지 혼을 바쳐 열정을 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나온 삶에 대해 후회를 줄이는 유일한 비결, 지금 바로 여기에서 ‘人一己百, 人十己千’의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데 달려 있음을 고전 『중용』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