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의 필요성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

  • 344호
  • 기사입력 2016.03.25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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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우종 교수

대학교 4학년 시절 나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취업을 하면 높은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을 것이야. 반면, 대학원 진학을 하면 7년 가까이 걸린다는데... 등록금, 생활비도 문제고... 국내대학 박사를 받으면 시간강사로 전전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결혼은 언제하고 무슨 돈으로 하지...' 그러던 중 하루는 본교의 이영희 교수님을 찾아뵙고 대학원 진학에 대해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열심히 해서 논문만 많이 쓰면 4년 안에 졸업시켜 주시겠다고 하셨고 (평균기간 5년), 대학원 기간 동안의 등록금 및 생활비 일체를 BK21장학금 (현재 BK21+장학금), 연구비 등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하시며 내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셨다. 또, 국내 대학원 졸업이 취업에 비관적이라는 생각과 달리 대부분의 연구실 박사 졸업생들이 교수, 국가연구소, 대기업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결국 본교 석박통합생으로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원 진학 때의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 4년 안에 졸업하기였다. 대학원에 가면 교수의 강압에 의해 날을 새가며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4년만 버티자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 대학원 생활은 그와 전혀 달랐다. 교수님과의 미팅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뿐이고 대부분의 시간과 연구를 자율적으로 진행하였다. 대신 자율에 대한 결과는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열심히만 하던 연구에서 점차 재미(연구를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를 느끼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노력한 만큼에 그 결과물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열심히 연구한 결과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였고, 그 결과물로 4년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 유수의 대학들(MIT, UCLA, 일리노이 주립대 등)에서 박사 후 연구원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내용이 잘 맞는 UCLA를 선택하여 미국 LA로 갔다. 그곳 대학원생 형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며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의외로 한국 대학원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첫 2년간 본인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하며 지내고, 2년이 끝나는 시점에 박사 자격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 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Master로 졸업하게 된다.

시험에 통과 하면 그때부터 지도교수가 금전적 지원(등록금 외 생활비 1200달러)을 해주고, 박사를 받기까지 대부분 7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 1bed 1bath(방1개 화장실1개)의 월세가 보통 1000달러~1500달러임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한 생활비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박사후연구원으로 오게 된 내 경우엔 같은 일을 하며 4만달러(4600만원, 세금면제)의 연봉을 받아 대학원생 형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평생 반려자도 만나 넉넉한 연봉을 기반으로 LA (Hollywood, Universal studio, Disney land), Las vegas, Grand canyon, San diego, Yosemiti, Sanfransisco 등을 자동차 여행도 다니며 2년간 즐거운 생활을 보낸 후 본교 교수에 지원, 임용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교수가 된 지금 대학원생들을 지도해보니 학생 때와는 다른 면에서 대학원 진학의 장점이 보인다. 대학생활 동안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찾고 다듬어 줄 훌륭한 멘토 없이 모든 일을 자기 스스로 진행한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일찍 발견하고 스스로 잘 다듬어 나가는 반면, 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하고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학점의 높고 낮음이 여기에 기인해 나타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훌륭한 멘토인 지도교수에 의해 잘 다듬어질 기회를 갖게 된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 중 일부 학생들이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고, 일을 진행함에도 덤벙대어 무언가를 자꾸 놓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학생들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아주고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하면 스스로 터득한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아왔고, 학생들 또한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꽤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학생 중 대학원 진학에 대해 망설이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내가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여러분의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영주 닐슨 교수

대학원은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을 때, 솔직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얼마나 깊이 있는 학문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다음의 두 가지, 돈과 시간이었다.

우선 대학원을 다니는 데 드는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그 동안 일을 하지 못해 날려버린 기회비용을 감안해볼 때 나중에 대학원을 마치고 그 이상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음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는 동안 이미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간적으로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 당시에는 나름 열심히 계산을 해보기는 했지만, 지금 결과를 놓고 보니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대학원에서는 전공과목의 심화된 이론을 배우기도 하지만, 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이나 교수들의 프로젝트를 돕는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교수들의 지도를 받는 황금 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교수들에게 연구 업적도 중요하지만, 학생을 잘 지도하는 것도 교수 업적 평가에 중요한 일로 꼽힌다.

반면, 회사의 상사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제1 목표이다. 부하 직원을 잘 지도해 교육을 시켜야 하는 의무는 없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상사와 일을 해봤지만, 나를 가장 무섭게 교육시킨 이는 상사가 아닌 대학원 지도교수였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 내 연봉이 얼마나 올랐는지 숫자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원에서 받은 트레이닝을 통해 내가 직장에서의 첫날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내가 대학원에서 보냈던 그 몇 년이 긴 인생에서 그다지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시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을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 모든 것을 경제적인 것과 연결을 시키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 내가 대학원에서 얻은 진짜 값진 경험은 내 커리어 능력을 배가시킨 전문적인 트레이닝이나 더 높은 연봉이 아니었다. 대학원은 같은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일 것이다.나는 대학원에서 내가 평생 열정을 가지고 있는 통계학과 금융 경제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났고, 더 중요하게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내 인생에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대학원에서 얻을 수 있다면,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