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짜 뉴스
-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 위협 요소

  • 437호
  • 기사입력 2020.02.10
  • 편집 박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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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신성호 교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사람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확산하고 있어 사람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에 인위적으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심는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인도 연구진의 논문마저 등장했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에이즈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염기서열 4개를 발견했고, 이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염기서열 가운데 너무 짧은 부분만을 분석했을 뿐 아니라 그런 현상은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박과 비판에 직면한 저자들은 결국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


가짜 뉴스의 폐해는 실로 막심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 지하실에 있는 아동 성매매 조직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지원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이를 진짜로 믿은 한 청년이 지목된 피자가게를 찾아가 반자동 소총을 쏘아대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선 2018년 쓰나미 피해 복구 때 ‘진도 8.1의 강진이 뒤이어 온다’는 가짜 뉴스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를 진짜로 믿은 많은 이재민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길거리 등에서 노숙을 했다. 인도의 한 작은 마을(라인파다) 주민들은 와츠앱을 통해 퍼진 ‘괴한이 어린이를 납치해 장기를 매매한다’는 거짓 정보에 현혹돼 관광객 다섯 명을 때려 숨지게 했다.


가짜 뉴스의 또 다른 해악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전파하는 세력이 노리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사회 혼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을 타협하고 조정해 가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뉴스를 통해 편견 없이 어떤 현상의 모든 측면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가짜 뉴스는 정보의 균형 대신 자신의 편견을 재확인하고 강화함으로써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사회에선 이런 편견에 사로잡힌 대중이 아무런 정보가 없는 대중보다 더 위험하다. 팩트를 부정하면 타협점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팩트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왜곡된 현상이 계속된다면 그런 사회의 종착점은 전체주의다.     


문제는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 시난 아랄 교수가 트윗 450만여 건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사람들의 주의력은 새로운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가짜 뉴스 대부분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한 정보와는 다르다. 그래서 새롭게 느껴진다. 가짜 뉴스 전파자들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새로운 정보’라며 소셜미디어 공간에 알림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우위를 확인하거나 얻고자 한다. 특히 가짜 뉴스가 친구나 학교 동창 등 잘 아는 사람들과의 단체대화방을 통해 전달된 경우라면 사람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그대로 믿는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로부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신문과 방송, 이른바 ‘올드 미디어’의 위기는 인터넷, 모바일 등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다매체 시대에 따른 불가피한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구독자나 시청자 감소에만 그치지 않고 신뢰도마저 크게 떨어졌다. 국민의 관심을 끈 대형 사건이나 사고 보도에서 언론의 잇따른 오보가 불신을 키웠다. 세월호 사태 당시 방송사들의 ‘단원고생 전원 구조’ 오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짜 뉴스가 넘치는 세상에서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하려면 뉴스 소비자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이 뉴스의 속보성보다는 정확성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인스타그램에는 1분에 4만8000장의 사진이 올라오고, 트위터 글은 분당 48만 건이 생성된다고 한다.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스스로 어느 정보가 진짜이고 어떤 게 가짜인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허위 정보와 풍자, 과장을 실제 사실과 분간 못하는 ‘뉴스 문맹(news illiteracy)’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가짜 뉴스 소비가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학교에서, 사회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뉴스를 올바로 소비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