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과 좋은 습관의 중요성

  • 448호
  • 기사입력 2020.07.31
  • 편집 박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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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인공지능융합전공 박은일 교수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텔레비전이 모든 집의 필수 가전기기로 여겨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가족 간의 대화도 더 많이 하고, 바보 상자를 보는 대신 책을 더 읽자는 계획이었지만 생각만큼 독서를 더 하는 것 같진 않다.


이런 우리 가족이 꼭 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이대거리에서부터 최근 포항꿈틀로까지 쭉 보았고, 본방을 보지 못했을 땐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찾아보았다. 골목식당에 나온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정도면 우리 가족은 나름대로 애청자라고 생각한다.


골목식당에는 많은 식당이 출연한다. 귀감이 된 연돈에서부터 이른 바 ‘빌런’으로 여겨지는 음식점까지 백종원 선생님이 다양한 색깔의 음식과 사람을 만나 서로 솔루션을 고민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다.


백종원 선생님은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동안 경험을 통해 좋은 어록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은 한 마디가 있다. “다시 돌아갈까 봐 그래!” 이른바 홍탁집에 남긴 이 말은 후에 가수 김희철님이 두고두고 백종원 선생님을 성대모사 하는 데 쓰이고 있다. 


“다시 돌아갈까 봐 그래!” 이 말은 습관의 무서움을 나타낸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식당에선 출연했던 식당들이 과거로 돌아갔는지 미래로 나아갔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차례 기습 점검하기도 했다.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식당도 있었고,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고 반복하여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식당도 있었다. 좋은 습관이란 이른바 성공의 지름길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골목식당과 습관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우리 학생들의 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바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습관보다는 나쁜 습관이 먼저 깃들기 마련이다. 좋은 습관은 융합과 도전에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해외 유학을 가거나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할 경우 해외 학생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청하고 토론하고, 질문을 던지고 논의하는 자세를 대학 시절에 습관으로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 때문일까? 내가 속한 연구실이나 융합학과인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나 인공지능융합학과/전공에 입학 혹은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첫 학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고, 고될 겁니다. 다만 첫 학기가 지나고 나면 점차 익숙해지고 재미있어 지기 시작할 겁니다.” 실제로도 첫 학기의 학생들은 선배들이나 내게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 성장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실패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손가락질을 받거나 도태되는 대신, 지도교수와 직원선생님, 학과 선배와 동기들 모두가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이 적어도 우리 학과, 전공,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란 곳은 이렇게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고, 그 습관을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다른 시절에는 가질 수 없는 자율성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공부도 하고, 창업도 도전해보고, 원대한 연구를 꿈꿀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그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실패조차도 좋은 경험으로, 좋은 습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바라본 우리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의 길을 좋은 습관과 함께 개척하고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졌다. 그리고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가 학교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보다 과감한 선택과 결정, 그리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펼쳐 나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ps. 저는 학부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박사과정까지 진학할 줄 몰랐고, 창업 팀의 주요 멤버로 활동할 줄 몰랐고,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근무할 줄 몰랐고, 공돌이였던 제가 인문사회/융복합 올해의 신진연구자가 될 줄 몰랐고, 모교의 교수가 될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면서 꾸준히 도전하다 보니 아직 부족하지만 이 자리에 와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 아니 후배님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교수님들과 선배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