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 403호
  • 기사입력 2018.09.17
  • 편집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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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환 교수(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뉴로포토닉스 연구실


최근 맛집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요리사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을 생각해봤을 때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맛있는 음식일까?


단맛은 누구나 좋아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이도 달콤한 맛을 좋아해 설탕물을 주면 마취없이 간단한 수술이 가능할 정도이다. 사람 뿐 아니라 곤충을 포함한 대부분 동물이 단맛을 선호한다. 왜 그럴까? 단맛은 기초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물질을 인식하는 것이기에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동물들은 단 음식을 선호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태어난다.


반면 쓴맛은 누구나 싫어한다. 우리는 강한 쓴맛에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지며 이는 실험실의 쥐도 마찬가지다. 쓴맛은 우리 몸에 독이 되는 여러 물질을 인식하기 위한 맛이고 따라서 생존을 위해 반드시 회피해야 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커피의 쓴맛을 선호하는 많은 사람이 반문할 수 있으나, 이는 자라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즐기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쓴 가루약을 선호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다음은 레몬으로 대표되는 신맛이다. 신맛은 산성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과일이 덜 익었거나 음식이 부패했을 때 느껴지는 맛이다. 이 역시 생존과 직결되어 일반적으로 회피하는 대표적인 맛이다.


소금의 짠맛도 빼놓을 수 없다. 짠맛은 다른 맛들과 달리 낮은 농도에서는 선호되나 높은 농도에서는 회피하는 이중적인 특성을 지닌다. 음식의 간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짠맛은 생존에 필수적인 나트륨 등의 미네랄의 맛으로 고대 로마제국에서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 몸은 나트륨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적절한 짠맛을 선호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마지막은 마법의 조미료 MSG가 만들어내는 감칠맛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데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맛이다. 사람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일부에서 감칠맛을 느끼며 MSG는 감칠맛을 내는데 특화된 물질이다. 100여년 전 일본의 이케다 박사에 의해 감칠맛의 존재가 밝혀졌고, 미원으로 상품화되면서 조미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종합해보면 우리가 선호하는 단맛과 감칠맛에 적절한 짠맛을 섞으면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될 것 같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서로 다른 맛의 조합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기름진 맛이나 칼슘의 맛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맛의 요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음식의 맛은 미각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미각과 함께 후각, 온도, 촉감, 기분, 몸 상태 등이 뇌에서 종합되어 맛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과연 무엇이 맛있는 음식인가 대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지속적인 뇌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가야 할 흥미로운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