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과 행복의 추구

  • 422호
  • 기사입력 2019.06.28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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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의과대학 이연종 교수


필자는 현재 의과대학 분자신경약리학 실험실에서 우리의 복잡한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타겟을 통해 이 문제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필자가 대학교를 입학했을 때가 1997년이었으니 벌써 22년이나 흘렀나 싶다. 돌이켜 보면 모르는 것도 많고 아직 정해진 것이 많지 않기에 어떤 꿈을 꾸고 있든지 결단과 노력만 있다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시기가 바로 대학시절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가능성이 큰 만큼 불확실성도 큰 대학 시기이기에 현재의 성균관대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도 진로나 인생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세대가 다르지만 필자 또한 20대에 많이 고민하면서 현재에 이르렀고, 필자의 진로결정과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많은 영향을 주었던 점들 (사고방식, 두려움의 감정, 놀이)을 언급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현재의 성균관대생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에 대한 글을 적어보았다.


먼저 배움의 기본이 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육목표 중 하나는 학생이 평생 자기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가 한 번에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현재의 지식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며, 시시각각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현대 과학분야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가 당면한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사고 습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의대의 교과 과정 중에 Problem Based Learning (PBL) 수업이 있다. 주어진 증례에 대해서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서로 토론하면서 주어진 증례에 대한 문항에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항들을 적용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알아야 할 사항들을 파악해야 하며 어떤 정보를 이용하여 모르는 부분들을 배우고 문제해결에 적용해야 하는지를 서로 토론을 통해 배워 나가게 된다. 이는 간혹 답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평생 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배움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평생 자기 계발을 하는데 무엇보다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필자는 박사학위를 신경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 질환에 대한 기전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주제로 했다. 질병 동물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이 모델에서 병변 발현에 관여하는 분자 기전을 밝혀내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어느 것 하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 전문가의 조언 및 다양한 매체를 통한 필요 정보 및 기술 습득을 통해 결국 유의미한 모델을 확보하여 발병기전을 하나 제시할 수 있었다. 보통 박사 학위를 하면 5~7년 정도의 기간에 한 가지 이상의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해서 독창적인 발견을 논문으로 출판하게 된다. 박사 학위는 아주 세밀하고 깊은 하나의 주제로 이루어지지만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사고 과정, 훈련, 배움 그리고 인내는 앞으로 숱하게 겪게 되는 다양한 과학의 문제 또는 심지어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 해결 방식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자아 실현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감정인 두려움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우 진로에 대해서 가장 불안했던 시기가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려던 2006년이었다. 해외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가 도무지 쉽지 않았다. 아마도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당시 나에게 무엇보다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산티아고도 자신이 익숙한 양치기 생활을 포기하고 꿈을 좇아 낯선 이집트 피라미드로의 보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한 결정 이후 꿈을 찾아 떠난 여정 중에도 자신의 결정과 과거의 안정적인 생활 사이에서 고민한다.


여기서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서 “누군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사람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라는 말이 있다. 두려움과 어려움은 꿈에 다가갈수록 커지지만 이러한 과정을 인내한 후에야 달콤한 결실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거기에 한번에 다다르지 못한다 해도 꿈을 좇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의미가 남을 것 아닌가? 나도 이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가상의 두려움과 불안에 내가 굴복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은 우리의 뇌에서 편도체와 해마에서 일어나는 감정적인 기억에 의해서 유도되고 우리가 긴장하고 불안하게 되면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을 내어 우리 몸 전체가 이에 반응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교감신경계가 흥분되어 긴장상태가 되고 유연한 상황대처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특이하게도 하나의 생각, 한 부위의 비대칭적인 활성화가 강해지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지고 뇌의 다른 다양한 기능에도 제약이 가해진다.


안 좋은 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다른 일에 집중함으로써 비대칭적인 뇌활성을 줄여보거나, 불안한 생각을 유도하는 뇌의 상황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혹 미래에 안 좋은 상황이 실제 펼쳐진다 해도 그때 노력하고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미리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그리고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이점은 많은 분들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의연하게 두려움의 감정을 대하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다. 필자는 실제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진행할 때 막연히 미리 걱정했던 것만큼 어려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으로 떠나 공부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기간이 오히려 더 힘들었던듯하다. 결국 두려움을 가상의 특정 뇌부위의 활성화 즉 나에게 어떤 긴장을 주는 경고음 정도로 가벼이 여기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마음가짐이 자신의 발전과 현재의 순간순간에 충실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풍부하고 활기차게 하는 놀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인간은 냉철하게 논리적으로 사고하지만 또한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오욕칠정의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었을 때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자기 발전이 있을 것이다. 특히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기 발전을 해나가는데 중요한 것이 유희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호이징가가 인간을 묘사하며 유희의 인간 “호모 루덴스”라 하지 않았던가? 즐길 줄 안다는 것은 사람이 가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놀이는 부정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뇌, 부정적인 감정으로 사로잡힌 뇌로부터 탈출구를 제공해 준다. 누구나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고 거기에 매달리게 되면 이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전체적인 뇌의 균형적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때 행복감을 주는 놀이는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과 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놀이는 운동,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가족과의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필자는 주중에 운동을 함께 즐길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했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감사하고 좋았다. 일이든 과제든 잊어버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간관계와 활동에 즐거움을 느꼈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내가 받아들이고 느끼고 반응해 나갈 수 있는지 놀이가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일과 놀이를 과감히 결정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더욱 보람 있는 인생이 되리라 생각한다.


성균관대학교는 학생들의 진로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될 다양한 인프라가 있다. 어느 곳보다 좋은 환경에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 진로 결정을 과감하게 하길 바란다.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말했듯이 당신의 결정과 꿈을 당신의 자아가 능동적으로 간절히 갈망할 때 당신의 주변, 스승, 동료들이 알아볼 것이고 누구보다 먼저 도와줄 것이다. 그 이후에 고난이 다가오고 훈련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친다 해도 평생 배운다는 마음가짐과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고 습관을 바탕으로 모두가 건승하고 행복하길 고대한다. 무엇보다 당신의 주위에 언제든 버팀목이 되어 줄 가족과 성균관 동료 선후배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