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활에 공부가 꼭 필요할까? (4)
- 544호
- 기사입력 2024.07.29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9939
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학교가 많이 한산해졌다. 방학이 시작되어 수업은 없지만 줄어든 R&D 예산으로 인해 한없이 치열해진 연구과제 선정률 때문에 2024년 내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우리나라 연구 발전을 위해 씨름하고 고생하는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에게 힘내시라고 작은 응원을 보낸다. |
4학년 시기를 돌아보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생각 난다. 내가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무엇을 잘 준비했다기 보다, 앞서 이야기한 성실히 임한 대학생활 때문에 4학년 때는 다른 학년 시기보다 여유가 있었다. 물론 내가 만일 취업을 선택했더라면 다양한 스펙을 쌓기 위해 무척 바빴을 것이다. 취업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것들을 대략 적어만 보아도,
1) 학점관리
2) 영어성적
3) 동아리활동 및 대외활동
4) 각종 인턴 경험
5) 자기소개서 준비
6) 대기업 인적성검사 준비
취업 준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쉽지 않다.
그러면 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들이 필요했을까?
1) 학점관리
2) 영어성적
3) 목표하는 대학원 선택
4) 진학하고자 하는 연구분야 선택
5) 지도교수님 컨택
6) 학부연구생 준비
적어 놓고 보니 대학원준비 또한 취업만큼 준비해야 할 여러가지 사항들이 있다. 물론 3학년 때부터 관심가지고 이러한 것들을 준비했더라면 더 여유가 있었을 것 같지만,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3학년 시기는 전공 공부 따라가기도 정말 쉽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진로는 2학년이나 3학년 시기부터 구체적으로 선택하고 알아보며 준비를 해야 4학년이 되어 우왕좌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3학년 때까지 부지런히 수업을 듣다 보니, 졸업을 하기위해 들어야 할 전공필수 혹은 전공선택 교과목이 별로 남지 않았었다. 학점상황과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열심히 하면 1년 혹은 여유 있게 한 학기 조기졸업도 가능한 학점이었다. 조기졸업을 고민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가서도 공부를 많이 할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3년 동안 즐기지 못한 대학생활을 좀 즐겨보자.’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계기는, 4학년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나오는 이공계장학금의 도움 덕분이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꾸준히 19~20학점을 이수했기 때문에 4학년 1, 2학기에는 전공과목 8학점 정도만 남았었다. 그래서 듣고 싶었던 스포츠교양과목, 인문계 발표수업과목을 포함하여 최소등록 기준인 12학점을 맞추고 여유로운 4학년 시기를 보냈다. 그때는 이 선택으로 졸업 때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생각도 못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4학년 때 전공과목을 조금만 듣게 되니, 훨씬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과목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했으니 당연히 학점관리도 수월하고 여유가 있었다. 신입생 때는 인문계에서 수업하는 교양강의에서 좋은 학점을 못 받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빡센 전공으로 다져진 4학년 공대생에게 교양강의는 마치 청춘드라마의 대학생활처럼 정말 즐거운 수업이었다.
주변 선배들과 동기들은 취업 준비와 진로 때문에 많이 고민하던 시기지만, 나는 3학년 시기에 대학원 입학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과 대학원이라는 어려운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대학과, 어느 연구분야를 선택할지, 또 어떤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모시고 연구를 진행할지 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몇 가지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말해보자면, 3학년 겨울방학 기간에 학과 커리큘럼을 A4로 인쇄하여 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느 연구분야로 진학을 할지 고민했다. 기계공학과 특성상, 4대역학이 큰 산 같이 포진해 있고, 여기서 파생되는 세부 과목과 연구는 매우 많다. 크게 열역학 및 유체역학 트랙과, 고체역학 및 동역학 트랙으로 일차 분기점이 나눠지고, 그 이후에는 세부 분기점으로 나눠진다. 예로 들면, 열유체 분야에서는 유압기계 쪽으로 응용을 할 수도 있고, 냉동시스템 혹은 공기조화 쪽으로 나눠 지기도 한다. 고체 및 동역학 부분에서는 진동 연구나 로봇연구 혹은 고체물성 쪽으로 세부 분기점이 있다. 그렇게 2차 분기점 정도 나누다 보면 그 안에서 세부 전공의 각 교수님들 연구실이 나오게 된다. 그 외에도, 기계공학이랑 상관이 적어 보이는 바이오 연구나 화학실험을 해야 하는 연구실들도 있었다.
진로 준비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분리하여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한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격하게 동의할 것이다.) 그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단 우리는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우리가 주로 하는 학업으로 한정하자. 좋아하는 일이란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 혹은 좋아하는 학문분야라고 하겠다.
어떤 과목은 수업을 듣는 것 내내 지겹고 따분한 반면, 어떤 과목은 교수님 목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박히고, 과제 문제를 풀 때도 흥미가 생긴다면 그 과목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럼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귀에 쏙쏙 박히던 과목의 학점이 꼭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잘하는 일이란 남들과 같은 조건에서 ‘준비 땅!’ 하며 시작했을 때 내가 더 앞서갈 수 있는 일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에서는 그것을 달란트, 영어로는 Talent 즉 타고난 재능이라고 한다. 내가 별로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던 과목이고 공부 시간도 적게 들였는데 그 과목 학점이 높게 나온다면 나는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조금 안타까운 점은, 좋아하는 일은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개인의 행복 또는 만족도가 중요하지만, 잘 하는 일은 남들과 비교를 꼭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했는가? 나는 전공 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공부나 연구를 하는게 남들보다 조금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대학원을 선택했다. 이 선택과 졸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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