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에 공부가 꼭 필요할까? (5)
- 546호
- 기사입력 2024.08.28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854
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절기상 입추가 지났다고 하는데, 요즘 날씨를 보면 아직도 한 여름이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아직 한 창 방학 인 것 같은데,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독자들은 방학을 얼마나 알차게 보냈을까? 내 휴대폰 캘린더에는 일정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지만, 바쁜 일정이 방학을 알차게 보냈다고 말해주진 않는다. 에잉, 교수의 장점이 무엇이겠는가? 다음엔 알찬 방학을 노려보도록 하자. |
4학년 졸업을 앞두자 진지하게 진학할 대학원을 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어떤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와 어떤 교수님을 컨택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대학원을 선택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누가 대학원 잘 선택할 수 있는지 책을 쓰거나 강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인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무척 한정적이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원 진학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교수님 아니면 조교 선배들인데, 교수님은 학부수업 때부터 쌓여온 마음의 벽이 높기 때문에 마음껏 질문하기가 쉽지 않다. 조교 선배들은 먼저 고민을 해보고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므로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본인이 속한 연구실 및 지도교수님이 좋다 혹은 나쁘다 정도이지 전체적인 방향성을 조언해 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김박사넷’이나 ‘하이브레인넷’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많은 정보가 전달되기도 하지만, 실제 정확한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디에서나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에 나에게 좋은 선택이 되어줄 기준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때도 기준이 되었고, 지금도 내가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지도교수 50%
2) 연구분야 30%
3) 연구실 분위기 및 환경 20%
이렇게 말하면 많은 학생들이 갸우뚱한다. 연구분야가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왜 지도교수 비율이 절반이나 차지하는가? 물론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환경센서 연구를 하는 교수님께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 이유는, 본인이 찾는 지도교수님 들은 대부분 관심 영역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다. 내가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면 기계공학과 교수님들이 우선 고려대상이 된다. 물론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다른 전공으로 갈 수 있지만, 그 기반은 학부 때 들었던 과목들, 동아리 활동 및 학부인턴이나 캡스톤 디자인 등을 통해 경험한 내용들이기에, 결국 내가 대학교 4년 동안 공부하고 경험한 일들의 총체적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럼 지도교수님을 잘 만나는 것이 대학원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 우선, 담임선생님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매년 담임선생님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훌륭한 은사님도 계시고, 생각만 해도 속에서 천불이 나는 꼴 보기도 싫은 선생님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특히 후자인 선생님을 1년 동안 매일 보는 것은 어떠했는가? 빨리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거나 또는 졸업하기만을 기다렸을지 모른다. 그런데 대학원은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은 짧으면 3년에서 길면 5~6년까지도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오랜 시간 지도교수님을 봐야 하는가? 지도교수님과의 케미가 좋다면 대학원 생활에 흥미가 생기고 열정도 생기지만, 반대인 경우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서 인성이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나는 것은 대학원 선택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두 번째 이유는, 지도교수님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 영향에는 연구 스타일, 연구 방향, 연구 속도, 연구의 양뿐 아니라 졸업 후 진로와 심지어 인생의 가치관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 역시 내 지도학생들을 가르칠 때, 무의식적으로 내 지도교수님의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성품과 인격이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고르는 것이 대학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다. 나 역시 부족하지만 이러한 지도교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럼 연구분야는 어떻게 고를까? 솔직히 이부분에 대해서 답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내가 이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이 연구 분야가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글에서 말했지만,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적어도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쉽지 않은 대학원 생활에 관심분야를 연구하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추진력이 생겨서다. 조금 더 팁을 주자면, 미래까진 멀지만 현재는 어떤 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공계는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연구논문이다. 내가 관심있는 지도교수님이 연구논문을 좋은 저널에 많이 쓰시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럼 연구논문을 좋은 저널에 낸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 Impact Factor라 불리는 IF 값이 높은가?
- 저널 분야별 랭킹이 높은가?
이 두가지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IF 값이 높다는 것은 최근 학계에서 많이 인용을 한다는 것이라 세계의 연구추세를 따른다는 뜻이고, 분야별 랭킹이 높다는 것은 고유의 카테고리에서도 질 좋은 연구를 한다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실 분위기 및 환경은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1) 2)에 대하여 충분히 심사숙고해 보았다면, 정말 내가 대학원 생활에 맞는지 혹은 이 연구실과 잘 맞는지를 알기 위해서 학부연구생 혹은 학부인턴을 신청하여 미리 대학원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모든 영역에 대한 경험 및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나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7년의 대학원 생활과 10년의 교수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한참 부족했다. 아쉽게도 학부연구생 활동을 해보지 못했다. 방학 기간에는 영어수업 및 부족한 전공공부 하기에 정신이 없었고, 동아리 활동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대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부랴부랴 조교 선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4년 동안 수강했던 전공과목 중 관심 있던 분야의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상담을 시작했다.
조교 선배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드라마틱 했다. ‘교수님 스타일이 방목형 이셔서 알아서 잘하면 졸업 수월하게 한다’는 부드러운 설명부터 ‘어느 연구실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출퇴근을 칼같이 지켜야 하고 교수님께서 퇴근하시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집에 가면 안 된다’ 혹은 ‘교수님께 잘못 보이면 졸업을 못해서 지금 어떤 선배는 10년째 박사과정이더라’라는 정말 진실일까 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들었다. 조교 선배들 이야기만 듣고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직접 몇 교수님께 면담 신청을 했다.
교수님들과 대학원 진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점은 생각보다 대학원생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고 좋은 학생을 지도학생으로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었다. 좋은 연구실일수록 학생이 많아 바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조언과 비전을 제시해 주셨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가 보다. 그럼 나는 최종적으로 인기있는 연구실을 선택했을까? 아직 졸업이 남아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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