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

  • 552호
  • 기사입력 2024.11.28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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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지난 글을 끝으로 '대학생활에서 공부를 왜 해야 하나'라는 주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연재를 끝내는 듯한 멘트를 했음에도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남아 있어서 담당 선생님의 연재 제안을 덥석 수락했다. 몇 개의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학생 독자들과 유쾌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주제를 시작해본다.


지난 글 들에서, 나는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정말 그런지 한 예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시절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학입학을 앞두고 수능시험을 얼마나 잘 보냐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몇일 앞으로 다가오면 어떻게 준비하는가? 실전 모의고사를 풀어보면서 마치 실제 수능시험을 보는 것처럼 마지막 점검을 하곤 한다.


우리가 세상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하여 직업을 잘 구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어린이집 및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쏟아 붇는다. 태어나서 기고, 걷고, 말이 트이고 좀 놀려고 하면 유치원부터 15년의 배움의 여정이 시작된다. 흔히 인생을 갈아 넣는다고 하던가. 그렇게 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건 혹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조금 부족한 대학에 들어갔던 그것이 끝이 아니다. 결국 나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내 여생을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직업을 가지기 바로 직전, 내 수능을 점검하는 시기가 바로 대학생활이기에 내가 글에서나 수업 시간에 그렇게 대학생활을 잘 보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생활을 잘 보내기 위해 여러 방법과 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주제는 대학원이다. 잠깐!!! 대학원 이야기를 하니 뒤로 가기를 누르려는 학생들 조금만 기다려 주길 바란다.


수업시간에 혹은 진로상담 등을 통해서 대학원을 가야 한다 혹은 우리 연구실로 오라는 교수님들의 말에 ‘돔황챠 (이렇게 쓰는 게 맞나?)’이렇게 외치는 학생들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학원을 오라고 권하는 이유를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주제를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라고 정했다. 이 주제를 통해 한번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진득하게 해보고자 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교수님은 왜 나에게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일단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 말을 듣는 학생이라면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꽤 유능하고 연구를 잘 할 것 같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다. 여러분도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우리 학과 에이스인 친구가 나랑 같은 조이다. 신나지 않겠는가? 함께 공부하고 준비하여 프로젝트 발표의 수준이 높아지고 덩달아 내 학점도 높아진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교수님들도 같은 마음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실에 오면 연구성과도 좋아지고 연구성과가 좋으면 연구 과제 수주도 하고 연구실의 명성도 같이 오르는 등 여러 면에서 좋으니까 오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교수님 측면에서의 이유이고, 좀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질문을 조금 바꿔서, 우리는 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가? 로 질문하면 더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기대수명의 증가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할 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24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약 88.5세라고 한다. 남성은 86.3세, 여성은 90.7세이다. 즉 의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사람들이 점점 더 오래 살아지고 있다. 1970년에 62.3세였던 기대수명은 현재 약 26년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 이야기는 간단 해진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늙어가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길 원한다. 이러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자본 즉 소득이 있어야 한다. 소득이 있기 위해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근로소득에 집중해보자.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우리는 근로소득을 얻고 이 소득을 기반하여 생활을 한다. 그럼 남들보다 더 오랫동안 더 좋은 환경에서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나의 위치가 남들로 대체되지 않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 혹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한 전문적인 지식 혹은 기술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전문적인 직업군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대부분 대학 입학 때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의대나 치대, 한의대, 약대, 간호대, 교대 등을 가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해당하는 직업군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이과생들이 의대, 치대 등을 원하는 이유도 가장 근로소득이 높으면서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직업 군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기있는 직업군은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자신의 꿈이 해당 직업군이 아닌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 혹은 기술을 얻는 두번째 방법이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대학원에 입학하여 연구를 배우고 졸업을 하게 되면 석사학위 혹은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이때, 석사학위는 Master’s degree라고 하는데, Master는 언제 쓰이는 단어인가? 무슨 일에 숙달한 사람 혹은 전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즉 해당일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호칭이다. 당연히 해당 일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나의 기술을 대체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그럼 박사학위는 어떤 가? 박사학위는 Ph.D.(Doctor of Philosophy)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Philosophy의 사전적 의미는 철학을 뜻하지만, 박사학위의 경우 지식과 탐구의 일반영역을 뜻한다.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고대 그리스어 philosophia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Ph.D.는 공학박사이건, 이학박사이건, 대부분은 박사학위 앞에 붙이는 단어이다. 즉 학문에 대한 탐구를 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칭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기존에 없던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남들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남들이 대체하기 쉽지 않은 전문가들이다.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기대수명 증가 → 높은 소득 및 장기 소득의 필요 → 경쟁력 있는 지식 혹은 기술 필요→ 전문적 지식 또는 기술 획득의 기회 → 대학원 진학 필요


교수님이 너무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에서 10년간 학업을 하고 그 후 11년간 교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애매하고 두루뭉실한 것 보다는 솔직한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하는지 두번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