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8)

  • 566호
  • 기사입력 2025.06.26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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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호주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연구년 기간동안 해외 여러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연구와 논문 집필의 성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브라이언 다이슨(전 코카콜라 CEO)이 말했던 인생 저글링 이야기가 생각난다. 인생을 살며 3개의 공을 저글링 하며 사는데, 그 공은 각각 가족, 건강, 직장이라고 한다. 직장은 고무공이라 혹시 놓쳐도 다시 튀어 올라 잡을 수 있지만, 가족과 건강은 유리공이라 놓치면 깨진다는 이야기이다. 40대가 되면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중책을 맡게 되는데, 당연히 일이 많아지고 바빠진다. 모든 것에는 열심히 할 때가 있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려고 일을 하는 것인데, 목적과 수단이 바뀐 인생을 살지 않았나 하고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는 요즘이다. 방학의 끝을 어떻게 든 붙잡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마음같이 남은 호주에서의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부지런히 연구와 가족, 건강 저글링에 힘써야겠다.

지난 글에서는 학부 연구생이나 인턴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인 1) 논문 찾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글에서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논문 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2) 논문 읽는 방법
논문을 찾는 방법과 읽는 방법은 무엇이 다를까? ‘찾았으면 그냥 읽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좋은 논문 혹은 내가 읽어봐야 할 논문을 찾았다면 논문을 읽어 보아야 한다. 그런데 무작정 읽으려고 하면 생각보다 무척 고달프다. 일단 국문 논문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에서 오는 장벽이 있다. 그래도 한국인은 어린 시절부터 영어 독해를 가까이하는 민족이 아닌가? 그럼에도 생소한 단어, 공식 등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바로 직전 겨울방학 때, 처음 논문을 봤던 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논문을 읽고 번역을 해보고 난리를 쳤는데도, ‘이게 무슨 뜻인가?’ ‘왜 이런 문장이 있지?’ 한글로 보아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 등 어려움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시던 박사님을 찾아가서 어떻게 논문을 잘 읽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해답은 아주 단순했다. 무조건 시간을 내어 많이 읽으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논문 읽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방법을 별로 안 좋아한다. 조금만 알려주면 훨씬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혼자서 깨닫기를 바라며 무작정 읽으라 하는 방법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읽으면 논문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논문은 형식이 있는 글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각 연구분야와 해당 분야마다 논문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할 수 있다. 나는 이공계에서 실험연구를 하는 연구자이기에 이러한 형식을 기초 삼아 설명하고자 한다. 논문의 구조는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제목(Title)
  2.   초록(Abstract)
  3.   서론(Introduction)
  4.   실험방법(Materials and method)
  5.   결과 및 토의(Results and discussion)
  6.   결론(Conclusion)


이외에 저자(Authors), 소속(Affiliation), 사사정보(Acknowledgements), 참조자료(References), 보조자료(Supplementary) 등이 있지만 일단 중요한 논문의 큰 뼈대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논문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보아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제목이다. 논문의 제목은 저자들의 스타일마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제목만으로 해당 연구의 기본적인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제목을 보는 눈만 길러도 내가 읽어야 하는 논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그럼, 실제 예를 들어보자.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 게재된 논문 제목이다.


Title: Bioinspired Au/Ag nanocorals for SERS detection of thiram in real environments


제목을 분석할 때는 끊어서 읽기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각 단어마다 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막상 하나씩 분석해서 보면 그 연구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Bioinspired /  Au/Ag nanocorals /  for SERS detection /  of thiram /  in real environments


· 편의상 총 5구간으로 나누었다. 그럼 처음 단어인 Bioinspired는 무슨 뜻인가? 생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뜻이다. 조금 포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생태계 즉, 생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 곧 자연에 있는 어떠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인데, 연구 측면에서는 자연에 있는 어떤 구조에 대해서 모방을 했거나 비슷하게 만들었을 때 쓰는 단어이다.


· Au/Ag nanocorals가 생태 모방을 한 대상일 텐데, 여기서 Au/Ag는 금/은을 써서 만든 구조이고, 뒤의 단어는 번역해 보면 나노산호이다. 즉 나노 크기(10-9m)를 가지는 산호 모양을 만들었나 보다.


· For SERS detection과 다음 단어 of thiram은 붙여서 보면 좋은데, 우선 thiram은 티람이라고 부르는 농약의 한 종류이다. 효과가 좋아 여러 곳에 많이 쓰이지만, 최근 잔류 농약의 이슈로 매우 주목받는 물질이다. 이것은 SERS로 검출했다는 것인데, 여기서 SERS란 Surface-Enhanced Raman Scattering의 약자로 ‘표면 증강 라만 산란’ 기법이다. 이제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할 텐데, 이에 대한 지식은 공부를 해서 습득해야 하는 부분이다. 연구를 하는데 아무리 쉬워도 공짜로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


· 독자들을 위해 가볍게 설명하자면, 측정하고자 하는 샘플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여러 종류의 빛이 산란된다. 그중에 ‘라만 산란’이라는 것이 있다. 이 라만 산란은 샘플의 분자 구조나 조성 등 여러 정보를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발생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광학리더기로 이 신호를 읽으려 하면 신호가 너무 약해서 제대로 분석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나노 구조물의 특성—예를 들어, 수 나노미터 거리로 아주 가깝게 배치된 구조에서 생기는 ‘핫 스팟’이라 불리는 영역—을 이용하면, 낮은 라만 신호를 ‘팡’하고 뻥튀기시킬 수가 있는데, 이 기술을 SERS라고 한다. 그래서 약자에 라만(Raman)이 들어가는 것이다.


· 마지막 in real environments는 실제 환경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농약이 실제로 유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검출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제 이 제목을 모아보면, ‘생태계에서 영향을 받아 금과 은이 있는 나노 산호 구조를 만들었고 이것으로 SERS기술을 통해 티람이라는 농약을 실제 환경에서 검출한 연구’ 이렇게 정리되겠다. 실제로 이렇게 하나씩 분석해 보면 어떤가? 물론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지만, 기본적인 이해만 있어도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큰 틀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 논문을 진지하게 읽어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는 이어서 초록부터 분석해 보도록 하자.

▲ 멜버른 야라강 근교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