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9)
- 논문 읽는 방법 2
- 568호
- 기사입력 2025.07.28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9149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호주에 연구하러 온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는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고 막막했었는데 멜버른대학교에서 세팅하고 회의하고 지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흐르고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느덧 이번 글이 호주에서 작성하는 마지막 글이다. 그동안 호주 여러 곳의 사진을 글 마지막에 업로드 했는데, 독자들도 사진을 보면서 잠깐의 여유를 갖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지날 글에서는 2) 논문 읽는 방법 중에서 제목에 대한 분석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을 작성하려다 보니, 너무 전문적인 분야를 설명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학부연구생이나 인턴을 할 때 논문 읽는 방법을 조금만 배우고 들어가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글에 이어서 초록부터 시작해 보자.
2) 논문 읽는 방법 – 2
논문의 제목을 파악하였으면 그 후 관심 있게 보면 좋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로 초록(Abstract)과 다른 하나는 대표그림(Figure 1 or Scheme)이다.
초록의 경우는 논문의 제목과 저자 및 소속이 나온 후 바로 나오기 때문에 어느 곳인지 알기가 쉽다. 초록의 목적은 논문의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따라서 논문을 대략적으로 요약하면서도 본 논문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끌 내용도 들어있다.
공학분야의 논문의 경우, 초록의 길이는 5~8문장 정도로 작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록에 들어가 있는 내용은 배경, 문제 제기 혹은 목적, 방법, 결과, 결론이다. 지난 글에서 제목을 분석했던 논문의 초록 구조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한글로 번역한 후, 내용을 요약하였다.
1. SERS는 라만 신호를 증폭시키는 유용한 기술로, 환경 모니터링과 공중보건에 잠재력이 있다. (배경)
2. 하지만 높은 민감도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증강 기술을 하나의 기판에 통합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문제 제기)
3. 이 연구에서는 전기화학적 증착과 선택적 Ag 에칭을 이용해 Au/Ag 나노산호 구조를 개발했다. (방법)
4. 분석 결과, 이 구조는 SERS 응용에 적합한 형태와 조성을 갖고 있었다. (결과 – 구조적)
5. 개발된 센서는 티람 농약을 매우 민감하고 안정적으로 검출했다. (결과 – 성능적)
6. 토양, 하천수, 수돗물, 음용수에서 fM 수준의 낮은 농도도 검출할 수 있었다. (결과 – 실제 성능)
7. 이 기술은 환경 모니터링과 공중보건 보호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결론)
각 문장 뒤에 초록에 들어갈 내용에 대하여 덧붙였다. 보면 알겠지만, 초록의 내용은 절대로 어렵지 않게 작성된다. 독자가 흥미를 느껴야 하는데, 너무 어려운 내용으로 작성하게 된다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센서 연구(SERS부분)나 잔류농약 문제(티람), 생태모방 기술(나노산호구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초록을 읽고 한번 논문을 진득하게 읽어볼까 생각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대표그림의 경우는 더 직관적이다. 요즘은 TOC graphic(Table of Contents graphic)라 불리는 대표그림의 대표그림(?)이 있는 경우도 많다. 논문의 제목과 이 TOC 그림만 보고 논문을 읽는 여부를 많이 결정하기도 한다. TOC그림이든 대표그림이든, 중요한 것은 시각화된 정보를 보여줌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방법을 훨씬 더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속 소개하고 있는 논문의 대표그림은 초록의 3번째와 4번째 문장이 포함된 구조로 그렸다.
이 논문의 Figure 1은 생태모방으로 만든 나노 산호구조가 여러 광학적 증강 기술을 하나로 통합해서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출처: “Bioinspired Au/Ag nanocorals for SERS detection of thiram in real environments”,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2025).)
요즘은 그래픽 기술이 워낙 발전한 시대라, 내가 대학원생 때 보던 논문들의 그림보다 훨씬 화려하고 정교하기에 이게 예술작품인지 논문을 위한 그림인지 착각하게 되는 수준의 그림도 많다. 추후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면 이런 논문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큰 도움이 되는데, 각 연구실 마다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우리 연구실은 파워포인트(PPT)와 3D CAD(Computer-Aided Design)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주로 그림을 그린다. CAD 수업을 들은(기계공학, 건축공학, 토목공학 등) 학생들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처음 접하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재미(?)있기 때문에 관심 가져 보길 추천한다. 우리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을 하게 되는 경우, 3D CAD 책의 예제 문제를 그려보는 것도 인턴십 코스에 포함 되어있다. 예전 이야기를 잠깐 하면, 내가 대학원생 때 알던 한 후배는 PPT로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 ppt로 그린 그림이 실제 비커나 삼각 플라스크 사진을 어디서 가져온 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 그림을 본 날, 나에게는 PPT의 세계가 바뀌는 날이었다. 그 후배는 좋은 논문을 많이 쓰고 지금 벤처회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음은 서론(Introduction) 부분이다. 서론과 실험방법 그리고 결과 및 토의는 빠르게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 글이 논문을 분석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논문을 읽는 것이 논문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서론의 경우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역피라미드 전개와 마지막 문단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서론 부분부터는 저널의 특징마다 매우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연구실에서 주로 게재하는 논문의 경우는 3~5단 문단 구성을 이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피라미드 전개인데, 이 전개 방식은 다음의 순서를 따르는 편이다.
점점 내용이 구체화되고 좁아지기 때문에 역 피라미드 전개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전개 방식을 보면 결국 마지막 문단에 본 연구의 내용이 나오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이때 쓰는 문장의 첫 어절이 대부분의 논문에서 비슷한 형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 ● In this study (or work), we ... (본 연구에서 우리는…)
- ● To address this challenge, we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 ● Here, we report ... (본 논문에서는 …를 보고한다.)
대표적인 3가지 표현을 가져와 봤다. 여기서 표현하는 문장이 이 논문의 독창성 즉, Originality이다. ‘왜 이 논문이 의미가 있고 중요해?’ 혹은 ‘이 연구가 가지는 다른 연구와의 차별성은 뭐야?’라고 질문한다면 바로 이 문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제목과 초록에서도 어느 정도 논문의 독창성을 설명하지만, 가장 밀도 있고 간결하며, 명확하게 작성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에 이 문장은 서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의 실험방법과 결과 및 토의는 함께 읽어가면 좋다. 결과 및 토의의 구조는 그림(Figure)을 기준 삼으면 좋다. 논문마다 여러 그림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한 그림마다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따라 문단이 구성된다. 따라서 그림 하나당 결론 및 토의 문단 하나가 구성되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 위한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어떻게 했지? 라고 궁금할 때 바로 이 내용들이 실험 방법에 포함되는 것이다. 대부분 실험 방법의 순서 역시 결과 및 토의의 순서를 따라가거나, 더 요약해서 정리하는 편이다.
실제로 논문을 읽어서 무언가의 정보를 얻는 곳은 본문 즉, 결과 및 토의 부분이다. 어떤 내용에 대한 정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는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렇다’라고 전개되는 문단의 연속이다. 이것이 논문의 실제 내용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이 부분은 논문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내용투성이일 것이다. 아무리 쉽게 논문 구조를 파악하고 내용을 알았다 해도, 내가 부족한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해야 이해가 되고 그제서야 그래프나 그림들이 이해될 것이다. 이 과정이 논문을 읽으면서 학습하는 과정이다.
결과 및 토의 부분까지 논문을 읽고 공부했다면 마지막 결론 부분은 ‘본 논문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구나’하고 수월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이었을지 몰라도, 논문을 처음 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찾고 읽은 논문을 정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 소렌토 지역의 Millionaire’s Walk 해변 풍경
▲ Werribee Open Range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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