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4)
- 연구실 생활 잘 적응하기 3

  • 578호
  • 기사입력 2025.12.30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966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요즘 전공 수업을 혁신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미리 듣고 온 학생들에게 수업에 들어가서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으면 손을 드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솔직히 거의 없다.

그래서 구글 폼을 이용해 무기명으로 질문을 받고 있다. 온라인으로 질문을 받다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고, 수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질문들도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는 내용을 남겼다. 이후 그 학생은 “교수님의 글은 이공계 전문가가 인문학적 감성을 녹여 쓴 글”이라고 평해 주었고, 주변 학생들도 “교수님, 이 정도면 극찬입니다”라며 격려해 주었다. 약간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참 좋은 하루였다. 부족한 글임에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난 글에 이어서 연구실 생활을 잘 적응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자.


3. 사탕, 초콜릿, 젤리 그리고 커피!

갑자기 웬 먹는 이야기? 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결국은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사탕, 초콜릿, 젤리는 쉽게 말해 군것질거리다. 이러한 사탕과 초콜릿은 피곤하거나 조금 허기질 때 도움이 되기도 하며 기분도 좋아지게 한다. 따라서 특히 책상에 앉아서 연구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학원생들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간식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사탕, 초콜릿, 젤리를 연구실 생활을 잘 적응하는 방법으로 적는다. 지난 글 2번에서 이야기했지만, 학부연구생인 나의 상황을 잘 파악했으면 내가 잘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 집중해야 한다. 잘 배우는 방법은 1) 스스로 공부하는 법, 2) 누군가에게 배우는 법이 있다. 여기서 누군가는 그 분야에 대해서 먼저 길을 가본 사람이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결론을 말하자면 사탕과 초콜릿을 아끼지 말고, 선배, 동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쪽이든 양쪽이든 에너지(노력)가 필요하다. 당연히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 서먹하지 않겠는가? 서로의 서먹함 에너지를 조금 낮춰주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사소한 감사의 표현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아끼는 후배가 한 명 있다. 나와 대학도 다르고 대학원도 다르지만, 공동연구 때문에 오랜 시간 함께했고 지금은 후배 역시 대학교수이다. 지금은 입맛이 바뀌어서 많이 줄었지만 나 역시 대학원생 시절에 단 것을 정말 좋아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인지 입이 심심한 건지 다양한 단 것을 좋아했는데, 그 중 양갱에 꽂혀 있었던 때가 있었다. 후배가 꽤 떨어진 타지에서 나에게 실험을 배우러 오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그때 그 동생은 양갱 묶음을 사 왔었다. 그리고 “형, 제가 여유가 없어서 좋은 것은 못 사 왔어요, 그래도 형이 양갱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사 왔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이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때의 인연으로 요즘도 자주 연락하고 공동연구도 진행하면서 가까이 지내고 있다. 15년도 더 된 옛날 일이니, 그 당시 양갱 3개 묶음은 편의점에서 1,000원 할 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정성을 담아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조금 더 분명한 감사의 표현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많은 도움을 준 사수 선배, 어려운 실험을 함께한 동기, 실험의 방향을 잡아 준 박사님 등 상황은 다양하다.

그럴 때 커피 한 잔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취향에 따라 여러 종류(뜨아, 아아 등)가 있겠지만, 선물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특히 대학원생들은 커피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에 더없이 좋다. 꼭 비싼 브랜드일 필요도 없다. 학교 근처 작은 카페의 커피 한 잔을 후배에게 받는다면, 선배는 꽁꽁 숨겨 두었던 자신만의 실험 노하우까지 술술 풀어놓지 않을까?


4. 내가 할 일을 생각하고! 물어보고!

연구실에서 논문도 보고 생활도 하며 몇 달을 지내다 보면,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연구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구실 역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단체생활의 장소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진행할 여러 일들이 많다. 각자 진행하는 연구를 제외하고도 기본적인 연구실 청소부터 시작해서 재료 주문, 장비 관리, 장비사용 스케줄링, 연구실 미팅 준비, 일정 관리 등 연구실마다, 교수님마다 가지각색 스타일의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제 나도 학부연구생으로 어엿한 연구실의 멤버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소속한 단체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특히나 진학을 염두에 두고 들어온 연구실이라면, 더욱이 애정을 가지고 연구실에 있는 일들을 같이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대학원에 입학도 하지 않은 학생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교수님들은 매우 드물다. 처음 임용되어 연구실을 막 세팅하는 교수님의 경우라면, 학부연구생이라도 연구실을 새롭게 세팅하는 데 함께하며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는 예외로 하자.

그럼에도 이번 글의 목적은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적극성은 필요하다. 단,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두 단계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1) 생각하기, 2) 물어보기다. 연구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의욕이 앞서 이 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했을 경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돌아오기도 한다.

한 예로, 내 후배 중 한 명의 이야기다. 해당 장비의 점검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 후배는 연구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 관리를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중요한 부품의 볼트를 강하게 조였다. 그 결과 장비가 고장 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추후 다행히 복구되었지만, 그때 후배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따라서 먼저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연구실 생활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지에 대해 선배들에게 꼭 물어보자. 그렇게 되면 선배들은 그 일을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조언해 주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매우 놀라워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생활 잘 적응하기 마지막 팁인 나와 안 맞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 애들레이드 해변의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