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6)
- 연구실 생활 잘 적응하기 5

  • 582호
  • 기사입력 2026.02.26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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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민족의 대명절 설 연휴를 보내며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올해 결혼을 한다 하고, 누군가는 사업이 잘 되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인센티브를 꽤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학생 때에는 크게 관심 두지 않았던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안정적인 길보다 꿈을 좇는 삶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을 보며, 나도 세뱃돈을 받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지난 글에서 예고했듯이, 이번 글에서는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그중에서도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6. 때로는 용기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그 거리를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도교수와의 관계, 그리고 사수와의 관계이다.

우선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이 연재를 따라온 독자라면, 아마도 충분한 고민 끝에 좋은 교수님을 만나 학부연구생이나 인턴 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훌륭한 교수님이라 하더라도 나와 스타일이 다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교수님께서 미팅을 자주 하시고, 한 주 혹은 한 달 단위의 연구 계획을 세세하게 점검하는 스타일이라면 어떨까. 스스로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학생에게는 그 미팅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나는 세세한 지도를 원하지만, 교수님께서 큰 방향만 제시하고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신다면 그것 역시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 스타일의 차이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수업만으로는 알기 어렵고, 실제 연구실 생활을 통해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교수님의 인성과 연구실 분위기가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단순히 스타일의 차이라면 먼저 내가 맞추려는 노력을 해보길 권한다. 어떤 조직이든 나름의 시스템과 문화가 있다. 내가 이 연구실이 좋은 곳이라 판단했다면, 그 안에서 나를 단련해 보는 과정 역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연구실 선배들과 한두 차례 상의한 후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아직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단계라면 더욱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본인과 연구실 모두에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사의 태도이다. 그동안 받은 도움에 대해 충분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섣부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자신의 몫으로 인정하며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서운함은 있을 수 있지만, 진지한 태도는 대부분 이해받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문제는 사수와의 관계이다.

사수는 매일 마주하는 사람이고, 내가 배워야 할 대상이며, 동시에 나에 대한 정보를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수와 관계가 좋다면 연구실 생활은 훨씬 수월해진다. 선배는 열정 있는 후배를 돕고 싶어 하고, 후배는 도움에 감사하며 연구에 집중한다. 이런 경우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대로, 나와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 사수라면 어떨까. 하루하루 연구실에 나오는 일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나 역시 박사과정 시절 약 4년 동안 포닥 박사님에게 실험과 연구 전반을 배웠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결국 이러저러한 일로 어긋나 공동연구가 정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연구 인계를 진행할 때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질 만큼 불편한 시간도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사수와의 관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경험했다.


그렇다면 사수와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연구실이 좋고, 주제가 좋다면, 사수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다. 오해가 있었다면 풀릴 수도 있고, 상대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그래도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연구실장이나 박사과정 선배와 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때는 사수를 비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 스타일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조언의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실 내에서 이미 알고 있던 문제일 수도 있고, 작은 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다만 말의 방식과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 감정적 표현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교수님과의 상담이다. 연구실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교수님이 모든 상황을 세세히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충분히 고민한 상태일 것이다. 사수 변경이 가능한지, 연구 주제를 바꾸고 싶은지, 혹은 연구실을 떠나야 하는지 스스로 어느 정도 정리한 뒤 상담에 임하는 것이 좋다. 교수님은 연구실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솔직하되 정제된 언어로 현재 상태와 원하는 방향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구실을 떠나는 선택 역시 하나의 가능성이다.

큰 결심으로 시작했지만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면 상실감이 클 수 있다. 마치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더 넓게 보자. 연구실은 한 곳이 아니다. 나와 맞는 지도교수와 환경을 찾는 과정 역시 성장의 일부이다. 아직 대학원 진학 전 단계라면 더욱 그렇다. 6개월이나 1년은 길어 보이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연구는 오래 달려야 하는 일이다. 그 출발선에서 자신을 지나치게 소모할 필요는 없다. 연구가 즐거워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은 한 번 넘어졌다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다시 잡는 시간일 뿐이다.


이렇게 ‘연구실 생활 잘 적응하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대학원 생활의 팁으로 독자들을 만나보겠다.


▲ Wilsons Promontory의 평화로운 냇가